정부가 다음달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다. 공급 확대 대책의 일환인 이 개선안은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새 정부 주택정책의 첫 단추인 셈이다. 민간에 한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이 ‘분상제 폐지’ 공약까지 낸 터여서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제도 개선의 큰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원론 격이지만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용해왔다”는 평가·반성부터가 그렇다. “시장 움직임에 연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지극히 당연하다. 진작 융통성 있게 운용했다면 분상제가 동네북이 아니라 나름대로 긍정적 기능을 하는 제도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이 제도는 말이 ‘분양가격의 상한’을 정한다는 것일 뿐, 실제로는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정 과정에서 택지비·공사비·가산비를 반영하는데, 시장의 관심사는 가산비를 어떻게 얼마나 반영해줄지에 집중될 것이다. 가산비는 조합원의 이주·금융비용, 조합 활동비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데, 그간 정부가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이를 둘러싼 갈등이 빈번했다. 결국 원활한 공급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 최근의 고물가는 건설 원자재 가격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공사비 계산에서는 오히려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숱한 정책이 그렇듯이 분상제도 양날의 검이다. 무엇보다 시장 흐름과 동떨어진 경직된 운용으로 ‘고분양가의 거품 제거’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급등한 가격에 브레이크 구실을 못한 정도가 아니었다. 분양가와 일반 매매가의 격차만 벌리면서 이중가격을 생기게 했고, 분양 여부에 수억원 이상이 예사로 왔다 갔다 하는 ‘로또 당첨’의 긴 줄을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필요한 곳에 적시 공급을 막는 걸림돌이 되면서 주택시장을 왜곡시킨 것이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가격 개입의 치명적 부작용이다.

서울시의 분양원가 공개 같은 조치도 ‘분상제 함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취지는 좋아 보이지만 짙은 그늘이 수반된다. 분상제를 ‘안전장치’로 굳이 유지하겠다면 급등한 집값의 거품을 자연스럽게 빼면서 공급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런 운용의 묘를 살릴지, 새 정부 국토부의 의지와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