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국회의장단을 접견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액자를 선물하며 사인을 해주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국회의장단을 접견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액자를 선물하며 사인을 해주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만찬 초청 대상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빠진 것을 직접 발견하고 초청한 일화를 24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 의장과 정진석 국회부의장,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만났다. 21대 국회 전반기를 이끈 국회 의장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대통령실로 초청한 것이다. 박 의장 임기는 오는 29일 끝난다.

이 자리에서는 박 의장이 지난 21일 정상회담 만찬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윤 대통령이 이를 직접 발견하고 다시 초청한 일화가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지난 21일 정상회담 만찬 당시 박 의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박 의장에게 건넸다. 그러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대통령께서 우리 의장님 그 날 모시라고 안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뻔 했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윤석열 대통령의 안내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을 둘러보면서 대통령실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정진석 국회부의장, 박 의장. 대통령실 제공
박병석 국회의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윤석열 대통령의 안내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을 둘러보면서 대통령실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정진석 국회부의장, 박 의장.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 정무수석의 말에 뒤이어 그날의 일화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에 따르면 그는 21일 아침 한덕수 국무총리의 인준안이 가결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화기 위해 박 의장에게 전화했다. 윤 대통령이 "어제 총리 인준 감사하다. 이따가 저녁에 뵙겠습니다"고 하자 박 의장이 "저는 (초청) 대상이 아닙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빈 만찬이 아니라서"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국빈 만찬'이 아닌 '공식 방문'이기 때문에 의전 관례 상 국회의장이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이 정무수석이 박 의장에게 다시 직접 전화했고, 박 의장은 "저녁 약속도 있고 안 가는걸로 하겠다. 감사의 말씀만 전해달라"며 사양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외교부에게 박 의장이 초청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지적했고 결국 외교부 의전장이 직접 박 의장을 찾아가 만찬장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앞서 윤 대통령과 박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공유하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박 의장에 따르면 그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상원 의원을 얼마나 하셨느냐"고 묻자 같은 자리에 있던 윤 대통령이 대신 "36년을 하고 부통령을 8년 했다"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박 의장에게 "얼마나 (국회의원 생활을) 했느냐"고 질문했고 박 의장은 "22년째다"라고 답했다.

박 의장은 이같은 대화 내용을 전한 뒤 "저는 한국 국회에서는 제일 오래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기준으로 보면 아직 주니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과 나눈 대화의 일부를 옮겼다. 윤 대통령이 "중학교 다닐 때 포드 대통령이 한국에 오셔 가지고 우리가 김포공항 도로변에 나가서 환영한 기억이 난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내가 포드 때부터 상원의원이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29살에 상원의원에 당선됐지만 당시 30세가 돼야 상원의원이 될 수 있었던 미국 법에 따라 30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상원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 때 매고 갔던 하늘색 넥타이를 이날 다시 매고 의장단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국방부컨벤션센터에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을 초청해 만찬 자리를 갖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정진석 국회부의장, 박병석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 김상희 국회부의장, 이춘석 국회사무총장,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국방부컨벤션센터에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을 초청해 만찬 자리를 갖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정진석 국회부의장, 박병석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 김상희 국회부의장, 이춘석 국회사무총장,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대통령실 제공
강인선 대통령 대변인은 회담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박 의장단 간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박 의장은 "새 정부의 첫 총리인만큼 (인준안 의결을) 신중하게 했다"며 "이제는 여권이 화답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 협치를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 제일 중요한 건 국민통합, 격차해소, 신성장동력"이라고 한 박 의장은 "정치를 하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과 함께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윤 대통령이 꼭 성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오신 걸 보면서 국민들께서 이제 5.18 기념식과 관련해 여야 갈등이 없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건 젠더 갈등이다.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그 중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거라고 하더라"라며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제가 정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