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초기 삼중음성유방암(TNBC) 치료에 쓰일 수 있도록 승인됐다. 키트루다는 유럽에서 초기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승인된 최초의 면역요법이 된다.

미국 머크(MSD)는 24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치료에 키트루다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기존 화학요법 외에도 선행요법으로 키트루다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재발 위험성이 높은 국소 진행성 또는 초기 단계 환자들도 수술 후 보조요법 및 단독요법으로 키트루다를 쓸 수 있다.

이번 승인에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MSD가 진행한 3상 시험(KEYNOTE-522) 결과가 근거가 됐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또한 KEYNOTE-522를 근거로 고위험 초기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치료를 위해 키트루다와 화학요법의 병용 및 수술 후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승인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유방암 환자의 약 10~15%를 차지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HER2)에 대해 모두 음성(3중 음성)을 보이는 유방암이다. 유방암 환자에게 쓰이는 표적항암제인 허셉틴은 HER2가 양성인 경우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화학요법 외엔 삼중음성유방암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면역요법은 이전까지 없었다.

KEYNOTE-522는 MSD가 무작위 이중맹검 시험이다. 21개국에서 2~3기 환자 117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중 784명(실험군)은 키트루다와 화학요법을 처방받았으며, 390명(대조군)은 위약과 화학요법으로 치료받았다.

36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1차 평가변수(endpoint)인 무사건생존률(EFS)은 키트루다와 화학요법을 처방받은 환자군의 84.5%(신뢰구간 81.7~86.9)에서 재발 및 사망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조군은 76.8%(신뢰구간 72.2~80.7)였다. 또다른 1차 평가변수인 병리학적 완전반응(pCR) 비율도 실험군 64.8%, 대조군 51.2%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키트루다의 반응률에 악영향을 주는 'PD-L1' 음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에도 pCR이 실험군 45.3%, 대조군 30.3%로 키트루다를 처방한 쪽이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

MSD 측은 데이터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전체생존(OS)에서도 차이가 났다고 덧붙였다. 관찰기간 동안 키트루다·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들의 사망률은 10.2%였던 반면, 대조군에선 14.1%가 사망했다.

MSD는 이같은 3상 결과를 통해 키트루다와 화학요법 병용이 환자의 생존과 암 재발을 막는 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키트루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흑색종 치료제로 처음 승인됐다. 이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SCLC),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재발성 두경부 편평세포암(HNSCC), 재발성 또는 불응성 호지킨 림프종(chHL)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키트루다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172억달러(약 21조7400억원)를 기록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