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상장예심 통과한 에이프릴바이오, 두 달만에 결과 뒤집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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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던 에이프릴바이오가 반전에 성공했다. 재심사를 청구해 승인 결정을 지난 23일 받아냈다.
코스닥상장위원회 예비심사에서 탈락했는데, 코스닥 시장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상장위원회가 내린 예비심사 결과가 시장위원회에서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프릴바이오 상장 심사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던 걸까. 주요 내용을 사안별로 정리해봤다.
① 에이프릴 핵심 플랫폼 'SAFA'
우선 상장을 시도하는 에이프릴바이오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알 필요가 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차상훈 강원대 의생명융합학부 교수가 2013년 창업했다.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총 7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파이프라인에는 에이프릴바이오가 보유한 핵심 기술인 '사파(SAFA) 플랫폼'이 적용된다. SAFA는 anti-Serum Albumin Fab-Associated의 줄임말이다.
혈청의 알부민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 절편(Fab)과 치료제로 쓰고자 하는 단백질을 융합시키는 플랫폼이다.
알부민이 FcRn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혈액 안으로 재활용되는 원리에서 착안한 기술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재조합 단백질의 생체 내 반감기를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에이프릴바이오가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에 5400억원(계약금 19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A1'에도 SAFA 기술이 적용됐다.
APB-A1은 T세포와 B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인 CD40L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scFv (Single-chain variable fragment)에 SAFA 기술을 적용한 융합 단백질이다.
② 거래소 "플랫폼의 기술 우월성 확인돼야"
에이프릴바이오의 상장 예비심사를 한 상장위원회는 에이프릴바이오가 보유한 SAFA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한 파이프라인 구성에 우려를 표했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사업 구조라는 지적이다.
에이프릴바이오의 모든 파이프라인에는 SAFA 플랫폼 기술이 적용돼 있는데, 임상에 실패할 경우 모든 파이프라인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하나의 기술(SAFA 플랫폼)로 모든 파이프라인이 묶여있다보니 가장 진도가 빠른 APB-A1 임상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다른 파이프라인까지 와르르 무너질 수 있고, 이 경우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룬드벡에 기술이전한 APB-A1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품(FDA)에서 임상 1상 승인을 받아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런 주장이 상장위원회에서 설득력을 얻으면서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거래소의 이런 시각에 플랫폼 기술 기반의 바이오벤처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이미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메드팩토(TGF-β저해 플랫폼 '백토서팁'), 레고켐바이오(항체-약물 접합 ADC 플랫폼), 에이비엘바이오(이중항체 플랫폼), 알테오젠(IV→SC 제형 변경 플랫폼)도 사실상 하나의 플랫폼 기술이 주력 파이프라인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상장을 노리고 있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중융합 단백질 플랫폼), 오름테라퓨틱(ADC와 TPD 결합 플랫폼) 등도 에이프릴바이오의 단일 플랫폼을 바라보는 거래소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땐 되고, 지금은 안 된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상장을 준비하는 플랫폼 기술 기반 바이오벤처의 관심사다. 거래소 담당자의 언급이다.
"플랫폼 기반 바이오벤처는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의 기술적 우위를 보여줘야 한다. 기술적 우위 입증은 기술이전(LO)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한 번의 기술이전 만으로는 부족하다. 플랫폼을 통해 후보물질이 지속적으로 발굴돼야 하고, 꾸준히 기술이전도 해야 한다. 그러면 플랫폼의 기술적 우위가 입증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에이프릴바이오가 상장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룬드벡이라는 전통 제약사에 큰 규모로 기술이전을 했지만, 한 차례에 그친다는 점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기술이전 실적이 다수 있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게 거래소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기획 LO'는 검증이 필요하다. 기술이전을 했다고 해도, 해당 기술을 도입한 회사의 실체, 임상 수행 능력 등도 검증한다"고 했다.
결국 거래소가 임의로 판단하는 기술이전의 '양과 질'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③ '업프론트 규모' 높게 평가한 시장위
에이프릴바이오의 이의 제기로 재심사를 한 시장위가 상장위의 결정을 뒤바꾼 결정적 배경은 '룬드벡 기술이전의 의미'다.
거래소 입장대로 단일 플랫폼으로 구성된 다수 파이프라인의 사업적 리스크를 인정하더라도, 룬드벡 기술이전은 에이프릴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이 유망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상장위에서도 룬드벡 기술이전은 높게 평가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업적 리스크'에 무게중심이 갔다. 거래소 관계자는 "룬드벡 기술이전(긍정적)과 사업적 리스크(부정적)를 놓고 저울질 했고, 의견이 팽팽했다"고 전했다.
시장위는 특히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업프론트) 규모(190억원)가 전체 기술이전 금액의 3.5% 수준으로 업계 평균보다 높게 설정됐다는 점을 의미있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프론트 계약 규모가 상장 승인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게 거래소 설명이다. 이 부분에서 거래소 상장 심사 담당 부서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시장위 간에 온도 차가 존재한다. 거래소의 입장이다.
"거래소의 입장은 그대로다. 시장위에서는 에이프릴바이오의 업프론트 규모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거래소는 단순히 업프론트 규모로 판단하지 않는다. 계약 구조는 회사의 사업 전략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위가 에이프릴바이오 상장을 승인해준 건 국내 바이오산업 전체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의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시장위의 결정은 충분히 존중한다."
이는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 업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확한 기준에 의해 상장 여부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정책적 고려' 같은 예측 불가능한 기준에 의해 상장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코스닥상장위원회 예비심사에서 탈락했는데, 코스닥 시장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상장위원회가 내린 예비심사 결과가 시장위원회에서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프릴바이오 상장 심사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던 걸까. 주요 내용을 사안별로 정리해봤다.
① 에이프릴 핵심 플랫폼 'SAFA'
우선 상장을 시도하는 에이프릴바이오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알 필요가 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차상훈 강원대 의생명융합학부 교수가 2013년 창업했다.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총 7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파이프라인에는 에이프릴바이오가 보유한 핵심 기술인 '사파(SAFA) 플랫폼'이 적용된다. SAFA는 anti-Serum Albumin Fab-Associated의 줄임말이다.
혈청의 알부민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 절편(Fab)과 치료제로 쓰고자 하는 단백질을 융합시키는 플랫폼이다.
알부민이 FcRn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혈액 안으로 재활용되는 원리에서 착안한 기술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재조합 단백질의 생체 내 반감기를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에이프릴바이오가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에 5400억원(계약금 19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A1'에도 SAFA 기술이 적용됐다.
APB-A1은 T세포와 B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인 CD40L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scFv (Single-chain variable fragment)에 SAFA 기술을 적용한 융합 단백질이다.
② 거래소 "플랫폼의 기술 우월성 확인돼야"
에이프릴바이오의 상장 예비심사를 한 상장위원회는 에이프릴바이오가 보유한 SAFA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한 파이프라인 구성에 우려를 표했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사업 구조라는 지적이다.
에이프릴바이오의 모든 파이프라인에는 SAFA 플랫폼 기술이 적용돼 있는데, 임상에 실패할 경우 모든 파이프라인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하나의 기술(SAFA 플랫폼)로 모든 파이프라인이 묶여있다보니 가장 진도가 빠른 APB-A1 임상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다른 파이프라인까지 와르르 무너질 수 있고, 이 경우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룬드벡에 기술이전한 APB-A1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품(FDA)에서 임상 1상 승인을 받아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런 주장이 상장위원회에서 설득력을 얻으면서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거래소의 이런 시각에 플랫폼 기술 기반의 바이오벤처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이미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메드팩토(TGF-β저해 플랫폼 '백토서팁'), 레고켐바이오(항체-약물 접합 ADC 플랫폼), 에이비엘바이오(이중항체 플랫폼), 알테오젠(IV→SC 제형 변경 플랫폼)도 사실상 하나의 플랫폼 기술이 주력 파이프라인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상장을 노리고 있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중융합 단백질 플랫폼), 오름테라퓨틱(ADC와 TPD 결합 플랫폼) 등도 에이프릴바이오의 단일 플랫폼을 바라보는 거래소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땐 되고, 지금은 안 된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상장을 준비하는 플랫폼 기술 기반 바이오벤처의 관심사다. 거래소 담당자의 언급이다.
"플랫폼 기반 바이오벤처는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의 기술적 우위를 보여줘야 한다. 기술적 우위 입증은 기술이전(LO)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한 번의 기술이전 만으로는 부족하다. 플랫폼을 통해 후보물질이 지속적으로 발굴돼야 하고, 꾸준히 기술이전도 해야 한다. 그러면 플랫폼의 기술적 우위가 입증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에이프릴바이오가 상장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룬드벡이라는 전통 제약사에 큰 규모로 기술이전을 했지만, 한 차례에 그친다는 점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기술이전 실적이 다수 있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게 거래소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기획 LO'는 검증이 필요하다. 기술이전을 했다고 해도, 해당 기술을 도입한 회사의 실체, 임상 수행 능력 등도 검증한다"고 했다.
결국 거래소가 임의로 판단하는 기술이전의 '양과 질'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③ '업프론트 규모' 높게 평가한 시장위
에이프릴바이오의 이의 제기로 재심사를 한 시장위가 상장위의 결정을 뒤바꾼 결정적 배경은 '룬드벡 기술이전의 의미'다.
거래소 입장대로 단일 플랫폼으로 구성된 다수 파이프라인의 사업적 리스크를 인정하더라도, 룬드벡 기술이전은 에이프릴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이 유망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상장위에서도 룬드벡 기술이전은 높게 평가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업적 리스크'에 무게중심이 갔다. 거래소 관계자는 "룬드벡 기술이전(긍정적)과 사업적 리스크(부정적)를 놓고 저울질 했고, 의견이 팽팽했다"고 전했다.
시장위는 특히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업프론트) 규모(190억원)가 전체 기술이전 금액의 3.5% 수준으로 업계 평균보다 높게 설정됐다는 점을 의미있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프론트 계약 규모가 상장 승인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게 거래소 설명이다. 이 부분에서 거래소 상장 심사 담당 부서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시장위 간에 온도 차가 존재한다. 거래소의 입장이다.
"거래소의 입장은 그대로다. 시장위에서는 에이프릴바이오의 업프론트 규모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거래소는 단순히 업프론트 규모로 판단하지 않는다. 계약 구조는 회사의 사업 전략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위가 에이프릴바이오 상장을 승인해준 건 국내 바이오산업 전체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의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시장위의 결정은 충분히 존중한다."
이는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 업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확한 기준에 의해 상장 여부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정책적 고려' 같은 예측 불가능한 기준에 의해 상장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