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연의 세대공감] "왜 망가진 지구를 물려주나"…Z세대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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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우리 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면, 우리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Z세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2019년 9월 유엔 기후정상회의 연설 중 일부분이다. 이 연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구절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How dare you)’라는 절규다. 연설 말미에는 ‘세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자신들, Z세대에게 왜 이런 지구, 망가진 생태계를 넘겨주냐고 화를 낸다.
현재 10대 후반과 20대 중후반을 차지하고 있는 Z세대가 이념과 국적, 인종을 넘어 공통으로 가슴에 품고 있는 우려와 분노가 있다. 우려와 근심은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한 ‘거주 불능 지구’의 도래에 관한 것이고 분노와 원망은 이를 알면서도 방치한 기성세대를 향한 것이다. 이들 세대는 유튜브와 SNS에서 태평양 한가운데 생성된 쓰레기 섬을 영상으로 함께 봤고 거북이 코에 꽂힌 빨대를 제거하는 장면을 공유하며 같이 슬퍼했다. 이전 세대에게 환경 문제가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설 필요가 있는 일’ 혹은 ‘우려스럽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문제’ 정도였다면, Z세대에게는 ‘지금 당장 행동하고 해결해야 할 생존의 문제’다. 이들은 분노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세계 각국, 각 지역에서 청소년·청년들과 비정부기구(NGO)가 협력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1440여 건의 전략적 기후소송을 진행 중이다. 피고의 80%는 정부, 20%가 기업이다. 한국 청소년들도 2020년 봄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기후 악당’에 대해서는 응징하지만, 파타고니아나 올버즈 등 ‘기후변화 대응’ 미션을 수행하는 기업에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가 ‘앞으로 기후 리스크를 평가해 기업 투자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Z세대는 기후 위기에 대해선 걱정하고 분노하는 한편 자본주의 고도화와 선진국 전반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심화하는 ‘양극화’에 대해서는 좌절하고 있다. “무능한 정치권력보다는 차라리 뛰어난 인재와 자본을 가진 기업이 양극화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에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리베카 헨더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일갈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Z세대가 가진 또 하나의 공통 정서를 꼽으라면 ‘극도로 취향을 중시하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거주자 기준으로는 그렇다. 국적과 인종을 넘어 온라인에 항상 연결돼 교류하는 과정에서 서로 너무도 다른 성향과 취향을 갖고 있음을 깨닫고 공존을 위해 택한 사고방식이다. 물론 이들 세대 중 일부는 극단적 사고나 혐오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선진국 Z세대의 주류는 ‘지구인 정체성’으로 묶여 있다.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이 흑인(버락 오바마)이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내고, 독일의 총리는 오랜 시간 여성(앙겔라 메르켈)이었으며, 세계 최고 기업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동성애자(팀 쿡)인 시대를 살다 보니 ‘차이가 차별되는 것’ 자체를 이상한 일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2015년 스타벅스가 ‘race together’라는 인종차별 해소 캠페인을 벌였으나, 정작 이사회의 유색인종 비율이 20%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발견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거센 비난에 직면한 것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Z세대의 공통적인 특성을 모아 보면 현재 경영계와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핵심 요소와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제 소비시장의 주역이자 기업의 구성원이 되기 시작한 Z세대를 생각한다면 기업들이 ESG를 그저 ‘또 한 번 지나갈 유행’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 선진국 얘기이지, 한국은 다르다’는 생각은 더더욱 금물이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2021년 자유기업원의 대학생 의식조사 결과 상품 가격이 동일하다면 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응답이 87%,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한다는 응답이 60.9%였다.
고승연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저자,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대표적인 Z세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2019년 9월 유엔 기후정상회의 연설 중 일부분이다. 이 연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구절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How dare you)’라는 절규다. 연설 말미에는 ‘세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자신들, Z세대에게 왜 이런 지구, 망가진 생태계를 넘겨주냐고 화를 낸다.
현재 10대 후반과 20대 중후반을 차지하고 있는 Z세대가 이념과 국적, 인종을 넘어 공통으로 가슴에 품고 있는 우려와 분노가 있다. 우려와 근심은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한 ‘거주 불능 지구’의 도래에 관한 것이고 분노와 원망은 이를 알면서도 방치한 기성세대를 향한 것이다. 이들 세대는 유튜브와 SNS에서 태평양 한가운데 생성된 쓰레기 섬을 영상으로 함께 봤고 거북이 코에 꽂힌 빨대를 제거하는 장면을 공유하며 같이 슬퍼했다. 이전 세대에게 환경 문제가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설 필요가 있는 일’ 혹은 ‘우려스럽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문제’ 정도였다면, Z세대에게는 ‘지금 당장 행동하고 해결해야 할 생존의 문제’다. 이들은 분노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세계 각국, 각 지역에서 청소년·청년들과 비정부기구(NGO)가 협력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1440여 건의 전략적 기후소송을 진행 중이다. 피고의 80%는 정부, 20%가 기업이다. 한국 청소년들도 2020년 봄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기후 악당’에 대해서는 응징하지만, 파타고니아나 올버즈 등 ‘기후변화 대응’ 미션을 수행하는 기업에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가 ‘앞으로 기후 리스크를 평가해 기업 투자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Z세대는 기후 위기에 대해선 걱정하고 분노하는 한편 자본주의 고도화와 선진국 전반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심화하는 ‘양극화’에 대해서는 좌절하고 있다. “무능한 정치권력보다는 차라리 뛰어난 인재와 자본을 가진 기업이 양극화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에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리베카 헨더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일갈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Z세대가 가진 또 하나의 공통 정서를 꼽으라면 ‘극도로 취향을 중시하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거주자 기준으로는 그렇다. 국적과 인종을 넘어 온라인에 항상 연결돼 교류하는 과정에서 서로 너무도 다른 성향과 취향을 갖고 있음을 깨닫고 공존을 위해 택한 사고방식이다. 물론 이들 세대 중 일부는 극단적 사고나 혐오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선진국 Z세대의 주류는 ‘지구인 정체성’으로 묶여 있다.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이 흑인(버락 오바마)이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내고, 독일의 총리는 오랜 시간 여성(앙겔라 메르켈)이었으며, 세계 최고 기업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동성애자(팀 쿡)인 시대를 살다 보니 ‘차이가 차별되는 것’ 자체를 이상한 일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2015년 스타벅스가 ‘race together’라는 인종차별 해소 캠페인을 벌였으나, 정작 이사회의 유색인종 비율이 20%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발견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거센 비난에 직면한 것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Z세대의 공통적인 특성을 모아 보면 현재 경영계와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핵심 요소와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제 소비시장의 주역이자 기업의 구성원이 되기 시작한 Z세대를 생각한다면 기업들이 ESG를 그저 ‘또 한 번 지나갈 유행’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 선진국 얘기이지, 한국은 다르다’는 생각은 더더욱 금물이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2021년 자유기업원의 대학생 의식조사 결과 상품 가격이 동일하다면 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응답이 87%,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한다는 응답이 60.9%였다.
고승연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저자,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