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유권자 12만시대]② "일상 불편함 개선했으면", "차별반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치적 성향보다 외국인 위한 '생활 공약'에 더 관심
"코로나19 방역수칙 등 꼭 필요한 정보만이라도 외국어 안내 원해"
"특별대우 아닌, 보통의 이웃처럼 대해주길 바랄 뿐"
"선거의 의의는 '우리 일상을 좀 더 좋게 바꾼다'는 데 있다고 믿어요.
모국에서부터 지녔던 이 같은 신념이 한국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50대 미국인 A 씨는 2019년부터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6·1 지방선거에서 자신도 참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직장동료에게서 전해 듣고 기대감이 크다.
모국에서 크고 작은 선거에 꾸준히 한 표를 행사하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권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체감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그는 "정치적 성향이나 정당의 색깔보다는, 외국인으로서 이곳에 살면서 겪는 사소한 불편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투표하고 싶다"며 "그게 내가 사는 마을을 좀 더 좋게 개선한다는 지방선거의 취지에도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정권을 가진 외국인 12만여 명의 민심은 어디로 향할까.
서울 서대문구와 영등포구, 관악구, 용산구 등의 주요 외국인 밀집 지역을 돌면서 표심을 엿봤다.
◇ "외국인이 일상 속 마주치는 불편함, 눈여겨 봐주길" "이 근처에 마땅한 전철역이 없어서 버스를 주로 타는데, 영어로 행선지 표기가 안 돼 있어 종종 헤매기 일쑤예요.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달 14일 오전 8시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울외국인학교에 아들과 딸을 등교시키던 가나 출신 영국인 B(35) 씨의 말이다.
3년 전 한국에 온 후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쉽게 늘지는 않는다는 그는 "정거장 이름을 영어로 병기하는 것이 큰 비용이 들지는 않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굵직한 지원 정책보다는, 외국인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불편함을 없애는 데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외국인 투표율이 27.7%를 기록, 25개 자치구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스웨덴 풍력발전 기업의 한국 지사에 근무하는 잔-올라 알백(50) 씨가 느낀 점도 비슷하다.
서울외국인학교 앞에서 만난 그는 "행정이나 자녀 교육 등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 관공서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메인 화면 정도만 외국어로 병기했고, 나머지는 한국어로만 표기했다"며 "이 때문에 지난 2년간 코로나19와 관련된 방역 시스템이나 거리두기 수칙 변화 등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웹 서비스를 외국어로 병기하는 게 힘들다면, 한국에 거주하는 주민으로서 꼭 알아야 할 정보만이라도 영어로 안내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근처 한성화교학교 앞에서 만난 40대 미국인 남성은 "'출차 주의', '잠시 멈춤' 등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문구 정도는 외국어로 표기해달라"며 "외국어 병기가 힘들면 픽토그램(그림 문자) 사용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 "코로나19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설움…내·외국인 구분 없길" 영등포구 대림동 등은 대표적인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이다.
'서울 속의 중국'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전체 외국인 유권자 3만8천126명 가운데 16.7%(6천360명)가 영등포구에 살아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대림중앙시장에서 2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중국동포 김모 씨는 "코로나19 기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이나 긴급생활비 등을 대부분 받지 못했다"며 "무조건 달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국적을 따라 지급 대상을 선별하지는 말아 달라는 얘기"라고 했다.
김 씨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부여됐다는 것은 우리를 주민으로 인정한다는 의미 아니냐"며 "장사를 하고 세금을 내면서 지역 경제에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은 해달라"고 호소했다.
시장 입구에서 식료품 상점을 운영하는 장모 씨도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매상이 7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푸념했다.
선호하는 정당도, 정치적 성향도 없다는 그는 "이주민을 위한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누구인지 관심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시장에서 마주친 많은 상인이 코로나19 관련 지원책에서 외국인이 배제된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에 들렀다는 한 중국동포 남성은 "생계비 긴급지원이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거듭 제외될 때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도 인정해주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며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 여기고 자부심을 갖고 사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 "우리도 이웃…사회통합 방안 없을까요"
서울의 또 다른 외국인 밀집 지역인 광진구 자양동에서 고깃집을 하는 중국 출신 이모 씨는 중국동포에 대한 일부의 차가운 시선을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중국에서 온 사람 전부가 악인일 수 있겠냐"며 "다른 집단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다양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10여 년 전 한국에 와 줄곧 이곳에 사는 이 씨는 "생활 방식이나 말투가 다르다고 차별하지 말아달라"며 "특히 정치권에서 내·외국인 간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영국 출신 캐서린 매독스(28) 씨는 모국에서 한국어학과를 전공하고 4년 전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후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마주했고, 좀 더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일을 병행하면서 머물고 있다.
그는 "장점도 많은 나라지만, 아직 정책에서 내·외국인 간 차별을 종종 느낀다"며 "지난해 논란을 부른 외국인 근로자 코로나19 의무 진단검사 행정명령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서울시는 이주노동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차별과 인권 침해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잇따르자 뒤늦게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후 다소 악화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등을 해소해 달라고 당부하는 목소리는 컸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난 미국인 여성(39)은 "과거보다 코로나19 이후 이방인에 대한 주변 시선이 차가워진 것을 조금씩 느낀다"고 했다.
남편의 이직으로 3년 전 한국에 온 그는 "물론 한국은 따뜻한 정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있는 나라라고 믿는다"며 "다만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저 보통의 이웃 주민처럼 대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수칙 등 꼭 필요한 정보만이라도 외국어 안내 원해"
"특별대우 아닌, 보통의 이웃처럼 대해주길 바랄 뿐"
"선거의 의의는 '우리 일상을 좀 더 좋게 바꾼다'는 데 있다고 믿어요.
모국에서부터 지녔던 이 같은 신념이 한국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50대 미국인 A 씨는 2019년부터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6·1 지방선거에서 자신도 참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직장동료에게서 전해 듣고 기대감이 크다.
모국에서 크고 작은 선거에 꾸준히 한 표를 행사하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권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체감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그는 "정치적 성향이나 정당의 색깔보다는, 외국인으로서 이곳에 살면서 겪는 사소한 불편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투표하고 싶다"며 "그게 내가 사는 마을을 좀 더 좋게 개선한다는 지방선거의 취지에도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정권을 가진 외국인 12만여 명의 민심은 어디로 향할까.
서울 서대문구와 영등포구, 관악구, 용산구 등의 주요 외국인 밀집 지역을 돌면서 표심을 엿봤다.
◇ "외국인이 일상 속 마주치는 불편함, 눈여겨 봐주길" "이 근처에 마땅한 전철역이 없어서 버스를 주로 타는데, 영어로 행선지 표기가 안 돼 있어 종종 헤매기 일쑤예요.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달 14일 오전 8시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울외국인학교에 아들과 딸을 등교시키던 가나 출신 영국인 B(35) 씨의 말이다.
3년 전 한국에 온 후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쉽게 늘지는 않는다는 그는 "정거장 이름을 영어로 병기하는 것이 큰 비용이 들지는 않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굵직한 지원 정책보다는, 외국인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불편함을 없애는 데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외국인 투표율이 27.7%를 기록, 25개 자치구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스웨덴 풍력발전 기업의 한국 지사에 근무하는 잔-올라 알백(50) 씨가 느낀 점도 비슷하다.
서울외국인학교 앞에서 만난 그는 "행정이나 자녀 교육 등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 관공서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메인 화면 정도만 외국어로 병기했고, 나머지는 한국어로만 표기했다"며 "이 때문에 지난 2년간 코로나19와 관련된 방역 시스템이나 거리두기 수칙 변화 등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웹 서비스를 외국어로 병기하는 게 힘들다면, 한국에 거주하는 주민으로서 꼭 알아야 할 정보만이라도 영어로 안내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근처 한성화교학교 앞에서 만난 40대 미국인 남성은 "'출차 주의', '잠시 멈춤' 등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문구 정도는 외국어로 표기해달라"며 "외국어 병기가 힘들면 픽토그램(그림 문자) 사용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 "코로나19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설움…내·외국인 구분 없길" 영등포구 대림동 등은 대표적인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이다.
'서울 속의 중국'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전체 외국인 유권자 3만8천126명 가운데 16.7%(6천360명)가 영등포구에 살아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대림중앙시장에서 2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중국동포 김모 씨는 "코로나19 기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이나 긴급생활비 등을 대부분 받지 못했다"며 "무조건 달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국적을 따라 지급 대상을 선별하지는 말아 달라는 얘기"라고 했다.
김 씨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부여됐다는 것은 우리를 주민으로 인정한다는 의미 아니냐"며 "장사를 하고 세금을 내면서 지역 경제에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은 해달라"고 호소했다.
시장 입구에서 식료품 상점을 운영하는 장모 씨도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매상이 7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푸념했다.
선호하는 정당도, 정치적 성향도 없다는 그는 "이주민을 위한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누구인지 관심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시장에서 마주친 많은 상인이 코로나19 관련 지원책에서 외국인이 배제된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에 들렀다는 한 중국동포 남성은 "생계비 긴급지원이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거듭 제외될 때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도 인정해주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며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 여기고 자부심을 갖고 사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 "우리도 이웃…사회통합 방안 없을까요"
서울의 또 다른 외국인 밀집 지역인 광진구 자양동에서 고깃집을 하는 중국 출신 이모 씨는 중국동포에 대한 일부의 차가운 시선을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중국에서 온 사람 전부가 악인일 수 있겠냐"며 "다른 집단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다양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10여 년 전 한국에 와 줄곧 이곳에 사는 이 씨는 "생활 방식이나 말투가 다르다고 차별하지 말아달라"며 "특히 정치권에서 내·외국인 간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영국 출신 캐서린 매독스(28) 씨는 모국에서 한국어학과를 전공하고 4년 전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후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마주했고, 좀 더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일을 병행하면서 머물고 있다.
그는 "장점도 많은 나라지만, 아직 정책에서 내·외국인 간 차별을 종종 느낀다"며 "지난해 논란을 부른 외국인 근로자 코로나19 의무 진단검사 행정명령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서울시는 이주노동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차별과 인권 침해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잇따르자 뒤늦게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후 다소 악화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등을 해소해 달라고 당부하는 목소리는 컸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난 미국인 여성(39)은 "과거보다 코로나19 이후 이방인에 대한 주변 시선이 차가워진 것을 조금씩 느낀다"고 했다.
남편의 이직으로 3년 전 한국에 온 그는 "물론 한국은 따뜻한 정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있는 나라라고 믿는다"며 "다만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저 보통의 이웃 주민처럼 대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