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1999년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지하철역사에 테이크아웃 전문 점포를 냈다.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판다'는 철학을 가진 스타벅스가 일반 상권에 테이크아웃 매장을 낸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마트가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면서 스타벅스가 20년 넘게 고수해 온 출점 전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최근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신분당선 신분당역이 연결되는 지하 통로에 테이크아웃 전문 점포 강남역신분당역사점을 열었다. 스타벅스가 지하철역사에 점포를 낸 것도, 야구장·병원·공항·푸드코트 등 특수 상권이 아닌 일반 상권에 테이크아웃 전문 점포를 낸 것도 처음이다.

그간 스타벅스는 커피만큼이나 매장을 중시하며 '공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소비자들이 빨리 음식을 먹고 나가도록 유도해 회전율을 높이는 방식 대신 스타벅스 매장을 집과 직장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제3의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가구는 미국 본사가 직접 관리했다.

이처럼 매장에 '진심'인 스타벅스가 지하철역사에 테이크아웃 전문 점포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마트가 스타벅스 지분을 추가 인수하고, 미국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스타벅스의 출점 전략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마트 추가 지분 인수 이후 스타벅스의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는 매장 곳곳에 부착한 마케팅 슬로건 '좋아하는 걸 좋아해'가 논란이 됐다. 스타벅스를 즐겨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최근 들어 스타벅스에서만 느낄 수 있던 감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마트와 스타벅스는 "추가 지분 인수로 출점 전략과 마케팅 전략이 달라졌다는 건 과잉 해석"이라고 해명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강남역신분당역사점 등 테이크아웃 전문 점포 출점은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며 "출퇴근 시간 등 혼잡 시간대에 소비자가 많이 몰리는 입지 특성에 맞춰 점포를 다르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하철역사에서 바로 이어지는 지하 쇼핑몰에 점포를 낸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지하철역사에 점포를 낸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계열사를 하나로 잇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위해선 스타벅스에 이마트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분 추가 확보 이후 스타벅스와 신세계그룹 계열사의 공동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W컨셉과 손잡고 스타벅스 파트너 유니폼을 만들고, 스타벅스 여름 프리퀀시 굿즈는 SSG닷컴·지마켓·옥션의 유료 멤버십인 스마일클럽 회원에게만 판매하는 식이다. 이마트가 스타벅스 지분을 추가 인수하기 전부터 스타벅스 일부 부서에는 이마트 출신 직원들이 스타벅스로 소속을 옮겨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스타벅스와 신세계그룹 온·온프라인 계열사의 멤버십이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오랜 시간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라며 "앞으로도 신세계그룹 계열사로 소비자를 추가 유입시키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