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 중 하나인 엔비디아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의 예측을 하회하는 가이던스(자체 실적 전망)를 발표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가이던스를 악화시킨 중국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변 이슈를 제외하면 실적 성장세가 견고하다며,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6일 엔비디아는 시간외 시장에서 6% 급락해 159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가 자사의 실적과 향후 전망을 발표하는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2분기 매출이 월가 기대치인 84억4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81억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상하이 전면봉쇄 등으로 공급망이 경색됐다는 점을 매출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금리 인상, 고 인플레이션 등 녹록치 않은 거시경제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황 CEO는 “도전적인 거시적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올해 1월 3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엔비디아를 8억3754만달러(약 1조62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별 종목으로만 보면 테슬라에 이어 2위다. 보유량으로 따져도 테슬라, 애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 본부장 "이번 1분기에 게이밍 부분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좋은 실적을 보였고, 데이터센터 부분은 시장의 기대를 상회하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중국 봉쇄 등 증시 주변 이슈를 제외하고 본다면 전반적으로 발표한 내용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성장세를 계속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2019년에 3조300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올해는 15조원, 내년엔 20조원으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웬만한 IT주들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성장률"이라고 했다. 장 팀장은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인데, 불과 6~7개월 전에 PER이 60배 넘어도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라며 열광하던 그 종목"이라며 "전쟁과 중국 봉쇄가 이 기업의 방향성을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