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자율운항 시대…현대重 아비커스 선박 대양 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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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의 자회사인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기술을 활용해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대양 횡단에 나섰다. 자동차에 이어 선박도 사람 없이 스스로 운항하는 시대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한경ESG] ESG NOW
‘노블티(novelty, 진기한)’.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자율운항 선박 전문 회사 아비커스의 기술을 두고 한 말이다. 자동차에 이어 선박도 사람 없이 스스로 운항하는 시대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5월 초 아비커스는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선박 대양 횡단에 나섰다. 자율운항 기술이 상용화되면 대형 선박뿐 아니라 레저 보트에서도 운전, 정박 걱정 없이 맘 편히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정 사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진기한’ 기술에 전 세계 부호와 주요 선사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길이 300m 프리즘 커리지호 ‘도전’
조선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자회사인 아비커스는 5월초 자율운항 기술을 활용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양 횡단에 나섰다. 대형 선박 자율운항을 시도하는 세계 첫 번째 사례다. 길이 300m, 폭 46.4m, 높이 26.5m의 ‘프리즘 커리지(Prism Courage)’호는 북아메리카대륙을 출발해 태평양을 횡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횡단하는 상당 구간에서 자율운항할 예정이며, 세부적 항로는 해운사 등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사내벤처 1호인 아비커스는 2020년 12월에 설립해 지난해 1월 분리됐다. 지주사인 HD현대가 6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고, 이후 유상증자로 8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벤처기업에 맞게 보다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 집행을 위해 자회사로 분리했다”고 말했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은 크게 하이나스(HiNAS, 운항)와 하이바스(HiBAS, 정박)로 나뉜다. 하이나스는 선박의 눈과 뇌에 해당한다. 카메라와 인공지능(AI) 센서 등으로 선박 주위의 장애물을 인식하고 위험도를 분석한 뒤 이를 증강현실로 구현해 항해자에게 알려준다. 하이바스는 선박용 ‘서라운드 뷰’에 해당한다. 대형 선박의 이안, 접안을 도와주고 부딪힘 등의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 톱티어 선사와도 적극 협력”
아비커스는 하이나스 1.0과 하이바스 1.0을 상용화한 상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1~4단계 자율운항 등급 중 1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아비커스는 캐나다 선사 시스팬이 발주한 컨테이너선 48척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140척에 하이나스·하이바스 1.0을 적용했다. 오는 연말까지 60~70여 척을 추가로 수주하는 것이 목표다. 프리즘 커리지호에 적용한 기술은 하이나스 2.0이다. IMO 등급 중 2단계까지 올라온 기술이다. 장애물 탐지에 더해 자율 조종 및 제어 기능까지 갖춰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핀란드, 일본, 노르웨이 등이 국책사업으로 자율운항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근 연안만 오가는 수준”이라며 “내년까지 하이나스 2.0 상용화도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아비커스는 이번 대양 횡단이 성공하면 주요 선사로부터 하이나스 2.0 발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선사와 협력해 하이나스 2.0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덩치도 키우고 있다. 현재 30여 명의 인력이 서울 강남 공유오피스에서 근무하는데, 연말까지 인력을 2배로 늘릴 예정이다. 외국인 임원도 신사업 및 전략 기획 담당으로 영입했다. 자율운항 원천기술업체인 롤스로이스 마린 출신인 칼 요한슨은 선박 프로그램 관리자, 선박 지능 검증 매니저 등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글로벌 선사 등 해외 파트너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임 대표는 2018년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에서 ‘자율운항연구실’을 직접 꾸렸다. 연구원 14명과 밤새워 연구한 끝에 약 1년 반 만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는 “미국 마이애미 보트 쇼, 프랑스 칸 보트 쇼 등 세계적 전시회에서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한 레저 보트를 선보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연말까지 70여 명의 인재를 확보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레저 보트용 솔루션 시제품은 올해 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정기선의 ‘꿈’ 현실로
자율운항 선박은 정 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로 꼽은 사업이다. 정 사장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앞으로 50년을 준비하려면 ‘똑똑한’ 성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율운항 기술 등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정 사장은 지난해 11월 경기 김포에서 아비커스 기술을 적용한 자율운항 보트에 직접 탑승한 뒤 그룹 임원들에게도 탑승을 권했다고 한다. 또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는 해양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글로벌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실제로 정 사장의 ‘아비커스 사랑’은 남다르다. 기존에 잡혀 있던 일정도 취소하고 아비커스 보트를 타기 위해 김포로 내려가는가 하면, 직접 간식을 사서 강남에 자리한 아비커스 사무실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아비커스는 대형 선박뿐 아니라 레저 보트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젊은 선원이나 보트 소유주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레저 보트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 타는 것이지, 운전하러 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총 1000만 척에 달하는 세계 레저 보트 시장을 선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에는 자율운항 친환경 선박(전기 추진선) 등을 건조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 선박 시장규모는 2021년 95조원에서 2028년 297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
길이 300m 프리즘 커리지호 ‘도전’
조선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자회사인 아비커스는 5월초 자율운항 기술을 활용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양 횡단에 나섰다. 대형 선박 자율운항을 시도하는 세계 첫 번째 사례다. 길이 300m, 폭 46.4m, 높이 26.5m의 ‘프리즘 커리지(Prism Courage)’호는 북아메리카대륙을 출발해 태평양을 횡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횡단하는 상당 구간에서 자율운항할 예정이며, 세부적 항로는 해운사 등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사내벤처 1호인 아비커스는 2020년 12월에 설립해 지난해 1월 분리됐다. 지주사인 HD현대가 6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고, 이후 유상증자로 8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벤처기업에 맞게 보다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 집행을 위해 자회사로 분리했다”고 말했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은 크게 하이나스(HiNAS, 운항)와 하이바스(HiBAS, 정박)로 나뉜다. 하이나스는 선박의 눈과 뇌에 해당한다. 카메라와 인공지능(AI) 센서 등으로 선박 주위의 장애물을 인식하고 위험도를 분석한 뒤 이를 증강현실로 구현해 항해자에게 알려준다. 하이바스는 선박용 ‘서라운드 뷰’에 해당한다. 대형 선박의 이안, 접안을 도와주고 부딪힘 등의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 톱티어 선사와도 적극 협력”
아비커스는 하이나스 1.0과 하이바스 1.0을 상용화한 상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1~4단계 자율운항 등급 중 1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아비커스는 캐나다 선사 시스팬이 발주한 컨테이너선 48척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140척에 하이나스·하이바스 1.0을 적용했다. 오는 연말까지 60~70여 척을 추가로 수주하는 것이 목표다. 프리즘 커리지호에 적용한 기술은 하이나스 2.0이다. IMO 등급 중 2단계까지 올라온 기술이다. 장애물 탐지에 더해 자율 조종 및 제어 기능까지 갖춰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핀란드, 일본, 노르웨이 등이 국책사업으로 자율운항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근 연안만 오가는 수준”이라며 “내년까지 하이나스 2.0 상용화도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아비커스는 이번 대양 횡단이 성공하면 주요 선사로부터 하이나스 2.0 발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선사와 협력해 하이나스 2.0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덩치도 키우고 있다. 현재 30여 명의 인력이 서울 강남 공유오피스에서 근무하는데, 연말까지 인력을 2배로 늘릴 예정이다. 외국인 임원도 신사업 및 전략 기획 담당으로 영입했다. 자율운항 원천기술업체인 롤스로이스 마린 출신인 칼 요한슨은 선박 프로그램 관리자, 선박 지능 검증 매니저 등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글로벌 선사 등 해외 파트너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임 대표는 2018년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에서 ‘자율운항연구실’을 직접 꾸렸다. 연구원 14명과 밤새워 연구한 끝에 약 1년 반 만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는 “미국 마이애미 보트 쇼, 프랑스 칸 보트 쇼 등 세계적 전시회에서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한 레저 보트를 선보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연말까지 70여 명의 인재를 확보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레저 보트용 솔루션 시제품은 올해 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정기선의 ‘꿈’ 현실로
자율운항 선박은 정 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로 꼽은 사업이다. 정 사장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앞으로 50년을 준비하려면 ‘똑똑한’ 성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율운항 기술 등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정 사장은 지난해 11월 경기 김포에서 아비커스 기술을 적용한 자율운항 보트에 직접 탑승한 뒤 그룹 임원들에게도 탑승을 권했다고 한다. 또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는 해양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글로벌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실제로 정 사장의 ‘아비커스 사랑’은 남다르다. 기존에 잡혀 있던 일정도 취소하고 아비커스 보트를 타기 위해 김포로 내려가는가 하면, 직접 간식을 사서 강남에 자리한 아비커스 사무실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아비커스는 대형 선박뿐 아니라 레저 보트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젊은 선원이나 보트 소유주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레저 보트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 타는 것이지, 운전하러 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총 1000만 척에 달하는 세계 레저 보트 시장을 선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에는 자율운항 친환경 선박(전기 추진선) 등을 건조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 선박 시장규모는 2021년 95조원에서 2028년 297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