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투자 문턱 낮춰
금융위원회는 BDC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26일 밝혔다. BDC는 일정 요건 이상의 자산운용사, 증권사, 벤처캐피털(VC) 등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이를 상장해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다. 자산의 60% 이상을 비상장 기업과 코넥스시장 상장사, 시가총액 2000억원 이하 코스닥시장 상장사 등으로 채워야 한다.정부는 BDC 도입으로 일반 투자자들의 비상장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한 BDC는 설립 후 90일 내 한국거래소에 상장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이나 ETF처럼 BDC를 한국거래소에서 사고 파는 방식으로 비상장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그동안 비상장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소 비상장’ 등 전문 플랫폼을 이용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가 한결 용이해진다.
변동성과 위험이 큰 비상장주식과 중소형주 특징을 감안해 투자자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한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운용자산의 20% 이내로 제한해 최소 5개 종목 이상에 분산투자하도록 했다.BDC가 투자한 기업의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하도록 하고, 자산총액의 10% 이상을 국채·통안채 등 안전자산에 넣도록 했다. 증권사·자산운용사·VC의 운용 책임을 높이기 위해 자사가 설정한 상품에 5% 이상 의무출자하도록 하는 방안 등도 검토된다.
벤처기업 안정적 자금 조달
BDC는 기존 모험자본 투자기구인 벤처투자조합,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공모펀드의 한계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VC가 운용하는 벤처투자조합은 창업 초기 기업을 중심으로 소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BDC는 공모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초기 기업뿐 아니라 성장단계 기업까지 폭넓게 투자할 수 있다. 일반투자자의 참여가 금지된 PEF와 수시 환매를 이유로 비상장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공모펀드와도 차별화된다.벤처기업 입장에선 BDC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BDC는 설정 후 환매가 금지되기 때문에 존속기간인 최소 5년간 중장기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벤처투자조합이나 공모펀드와 달리 기업에 대한 대출도 가능하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일부 혁신기업은 지분율이 희석되는 지분투자 대신 대출을 선호해 수요에 맞는 자금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대출에 따른 이자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컴펀드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할 듯
BDC는 2018년 혁신기업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운용주체에 VC를 포함할 것인지 등을 두고 업계 간 이견이 존재해 4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새 정부에서 BDC 제도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업계에서는 BDC가 투자 상품의 다양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금융위가 시장참여자들에게 수요조사를 한 결과 39개 금융투자회사에서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BDC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로 이송된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본회의 등을 통과하면 법안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개정안 내용에 여야간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과장은 “시장참여자와 협의를 진행해 올해 하반기 중 하위법규 개정안 등 세부 도입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