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환 서흥 회장이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김범준 기자
양주환 서흥 회장이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김범준 기자
1973년 설립된 서흥은 의약품용 캡슐 제조와 건강기능식품 외주제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국내 1위다. ‘웬만한 제약회사 및 건강기능식품 회사는 다 서흥의 고객’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다.

국내 의약품용 캡슐 시장은 서흥의 독무대다. 시장 점유율은 95%에 이른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 시장에서도 점유율 4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성장세도 꾸준하다. 지난해 매출은 5957억원이었다. 2017년 3500억원이던 매출이 5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OEM 및 ODM 업종 특성상 그동안 세간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서흥이 최근 적극적인 행보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 시장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토대로 세계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뛴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종합 헬스케어 회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각오다.

"베트남 공장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26일 서울 장안동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양주환 회장은 “베트남 2공장을 대대적으로 증설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롱탄공장을 글로벌 거점 생산기지로 삼아 글로벌 위상을 높이겠다”고 했다.

향후 3년 내 베트남 공장에 캡슐 생산기계 10대를 추가 증설하는 작업이 완료되면 기존 설비까지 포함해 베트남에서만 52대의 캡슐설비를 가동할 수 있게 된다. 오송공장 등 국내에 보유한 캡슐설비 45대보다 많아진다. 베트남이 서흥의 최대 생산기지로 업그레이드 되는 셈이다. 서흥이 보유하는 캡슐 생산기계는 97대로 늘어난다. 캡슐기계 한 대당 연간 5억3000만개 생산이 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연간 514억개를 만들 수 있다.

양 회장은 “한국은 고부가가치 높은 제품의 생산기지로, 베트남은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하는 이원화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라며 “글로벌 무대에서 서흥의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서흥은 1998년 미국 생산공장, 2008년 베트남 1공장, 2014년 베트남 2공장을 준공하는 등 해외 생산기지를 순차적으로 구축해 왔다. 세계 캡슐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꾸준히 공격 투자를 해온 셈이다.

서흥은 글로벌 캡슐 제조 3위 업체다. 점유율은 8% 수준이다. 현재 진행 중인 증설 작업이 마무리되면 글로벌 점유율이 차츰 높아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도 법인을 운영 중이다.

화장품 사업은 차세대 성장동력

서흥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캡슐 제조다. 차별화한 기술력 덕분이다. 가루약 등이 들어가는 하드캡슐을 비롯해 말랑말랑한 재질의 소프트캡슐 등을 만든다. 종근당, 유한양행, GC녹십자 등 국내 제약사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 등에도 공급한다.

일찌감치 캡슐 제조에 뛰어들었던 서흥은 국내 최초로 하드캡슐 등을 국산화 및 대량 생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후발주자가 신규 진입하려면 대대적인 설비투자 등이 필요한 관련 업종의 특성상 서흥은 차별화한 경쟁력을 답보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시장을 선도해 왔다.

이 회사가 제조하는 건강기능식품 제형은 다양하다. 액체를 비롯해 분말, 태블렛 등 다양한 형태의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다. 이 분야 1위를 달리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제조는 매출의 45%를 차지한다. 한국인삼공사,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종근당, 한국야쿠르트, 뉴스킨 등이 대표적인 고객사다. 서흥은 백수오로 잘 알려진 내츄럴엔도텍 지분 22.93%를 보유하고 있다.

캐시카우인 캡슐 및 건강기능식품, 원료 제조 외에도 서흥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18년 화장품 ODM업체 한국코스모를 인수해 화장품 제조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화장품 사업을 차세대 고부가가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에서다.

양 회장은 “제품 품질로 접근하는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 분야와는 사뭇 다르게 화장품은 ‘감성’이 개입되는 영역 같다”면서 “서흥만이 가진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 노하우로 화장품 시장을 장기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오송공장을 시작으로 스마트팩토리 구축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기계와 시스템을 통합하고, 자동화한 생산체계를 통해 제조과정을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성이 대폭 향상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래 먹거리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라는 게 양 회장의 생각이다. 경기도 판교에 연구소를 별도로 설립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액상 및 젤리 사업부문 분할

서흥은 지난달 건강기능식품 사업 가운데 액상 및 젤리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오창사업장을 서흥헬스케어로 분할했다. 캡슐과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중 고형제 사업부문은 서흥에 남기고, 액상 및 젤리 사업부문은 서흥헬스케어로 분리한 것이다. 전문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곳에선 병 포장과 스파우트·스탠딩·형상 파우치, 스틱·액상젤리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중캡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2013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7년 만에 매출이 열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서흥헬스케어가 강점을 보이는 융복합 건강기능식품은 알약 형태의 기능식품과 액상 형태의 일반식품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일체형으로 포장해 섭취하기 편리하다는 평가다.

양 회장은 “이번 분할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역량을 더욱 집중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꾸준한 연구개발과 품질 향상, 신제품 다양화 등을 통해 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에 맞춰 전담팀을 운영하며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지속가능한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국산 캡슐의 세계화로 시장 선도

양주환 서흥 회장은 1979년 서흥에 합류해 회사의 도약을 이끌어 왔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양주환 서흥 회장은 1979년 서흥에 합류해 회사의 도약을 이끌어 왔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그는 창업주인 고 양창갑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양 명예회장은 1945년 개성고려약방을 개업하며 제약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선친이 1973년 설립한 서흥화학이 서흥의 전신이다. 당시만 해도 공캡슐은 수입에 의존했으나 이를 국산화하고 자동화 및 대량화에 성공해 국내 제약 및 건강기능식품을 선진화했다. 양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해외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국산 캡슐을 세계화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양 회장은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서흥에 합류해 회사의 도약을 이끌었다. 1991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제10대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앞장섰다.

국내에서 제조하는 건강기능식품은 엄격한 식품·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적용받는 데 반해, 수입 건강기능식품은 이같은 의무에서 벗어난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개별인정형 소재의 경우 국내 GMP시설에서 생산된 원료만 기능성을 인정받는 반면, 해외에서 들여온 소재는 출처 확인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국내 업체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선 수입 건강기능식품도 GMP를 적용한 제품만 수입을 허용하면 어떨까 한다”고 했다.

서흥은 1999년부터 협력업체에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뛰어난 품질뿐 아니라 정확한 납기 준수 및 빠른 대응으로 고객사와 굳건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흥엔 노동조합이 없다. 그런데도 직원들이 똘똘 뭉쳐 열린 경영에 일조한다.

양 회장은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수시로 정보와 비전을 공유하는 서흥만의 독특한 문화인 노사협의회가 우리의 자랑거리”라면서 “직원 대다수가 장기근속자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