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는 국내에서 호봉급제의 폐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도입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고령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지만 임금은 계속 올라가는 호봉급제의 단점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최초로 도입했고, 2010년 한국전력이 공기업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채택하면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확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2013년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면서 60세 정년이 법제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5년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정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공공부문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유도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은 의무화되지 못했다. 정부는 근로자 대표나 노조의 동의를 생략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취업규칙 지침’을 내놨지만 이는 노동계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좌초됐다. 결국 정년만 연장됐을 뿐,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이 약속됐던 임금피크제는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임금피크제가 무력화될 경우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며 “현실에 맞게 임금피크제를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진규/곽용희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