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기술주들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고, 이 결과를 벤처캐피탈(VC)이나 사모펀드가 곧 받아들기 시작하면 시장은 패닉에 빠질 것이다. 부동산·인프라 자산 할 것없이 도미노처럼 영향이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출신 투자자인 토포 회장
이스라엘 출신 투자자인 토포 회장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비상장 기술주發 쓰나미가 전 자산 덮친다

이스라엘 출신 투자자인 토포 회장이 2012년 설립한 TCK인베스트먼트는 서울과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초고액 자산가, 패밀리 오피스, 법인 등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투자자문사다. 국내에서 패밀리 오피스 사업을 하는 외국계 하우스로 최소 투자금액을 2000만달러(약 223억원)로 제한한다. 이 때문에 고객은 30명이 채 안된다. 매년 2~3곳만 추가로 받으며 철저히 초고액 자산가 대상 영업만 한다. 기업 창업자나 대주주, 오너 등이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토포 회장은 비상장 기술주들의 거품이 매우 크게 부풀어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양적완화로 인해 자금이 풍부해졌고 당장 돈을 못 버는 기술주에도 많은 투자금이 들어갔다"며 "해당 기업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받아 대도시 아파트를 사면서 부동산 거품을 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기술주들의 거품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으로 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모시장은 이미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펠로톤, 로빈후드, 코인베이스 등 토포 회장이 예시로 든 기업들은 작년 고점 대비 80~90%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토포 회장은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사모시장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매일 시장에서 가치가 매겨지는 상장 기술주와는 달리, 비상장주는 회사를 매각하거나 출자할 때 비로소 가치평가가 이뤄진다"며 "비상장 기술주들의 실제 가치는 급락하고 있는데 VC나 사모펀드는 아직 업데이트 된 기준가를 받아보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조사를 근거로 올해 글로벌 VC들이 투자한 포트폴리오 가치는 48.1% 하락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토포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은행들이 갖고 있는 자산 중 5%만 회수 가능한데도 100% 회수 가능하다고 장부에 적었다가 버블이 꺼지고 어쩔 수 없이 한꺼번에 이를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터진 것"이라며 "사모시장도 비상장 기술주들의 가치하락을 뒤늦게 평가하면서 비슷한 흐름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 여파가 기술주에서 더 큰 규모의 자산인 부동산 등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론 '유동성이 왕(Liquidity is king)'

그렇다면 투자를 멈추고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할까. 토포 회장은 "노(No)"라고 단호히 답했다. 인플레이션 상승 시대에 현금을 갖는다는 건 앉아서 손해를 보는 것이란 얘기다. 다만 자산가격 하락이 전망되는 시점엔 상장주식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60%의 확률로 경기침체가 온다는 얘긴 뒤집어 말하면 40%는 반등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매매 타이밍을 맞출 수 없으니 시장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향후 시장조정이 큰 폭으로 이뤄질 것을 감안하면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시장이 폭락했을 때 재빨리 더 저평가 된 자산으로 갈아타 수익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개인투자자에겐 미국 주식 투자, 구체적으론 S&P500지수 등 인덱스 투자를 추천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은 한국 등 다른 나라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기업 이익률도 30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호 회장은 "1970~1980년대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있었을 동안에도 S&P500지수는 그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며 "빅테크 등 특정 섹터에 좁게 투자하는 것 보단 시장 전반에 넓게 투자하면 변동성을 줄이며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