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달러가 기축통화인 달러의 패권을 존속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달러의 세계적 지위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다른 국가들이)자체 디지털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이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지 않고도 지금처럼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숙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은 CBDC 도입을 검토하는 중이고, 중국은 자체 개발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Fed 내부에선 CBDC를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4개월 동안 공청회를 거쳤지만,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대표적인 디지털 달러 찬성파다. 이날도 그는 디지털 달러의 효용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민간 부문의 혁신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크리스토퍼 윌러 Fed 이사는 지속해서 반대해왔다. 이미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달러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CBDC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통화 유동성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Fed의 이사를 지냈던 랜달 퀄스도 “이미 달러화가 고도로 ‘디지털화’된 상태”라며 “과연 디지털 화폐가 거래비용을 줄이고 금융시스템을 확장할 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Fed는 백악관이나 미국 의회의 명확한 지지 없이는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아직 Fed는 CBDC에 관해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디지털 달러 발행에 합의가 이뤄져도 실제 상용화하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