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美 사이오토,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서 안전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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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놈앤컴퍼니 자회사
'SB-121' 임상 1상서 안전성·내약성 확인
'SB-121' 임상 1상서 안전성·내약성 확인
지놈앤컴퍼니가 미국 자회사 사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 ‘SB-121’의 임상 1상 결과를 공유했다. 안전성과 내약성 검증을 마쳤다는 설명이다.
27일 지놈앤컴퍼니에 따르면 SB-121은 사이오토에서 개발한 자폐증 치료 후보물질이다. 치료 목적의 박테리아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고분자물질(폴리머)로 감싸 환자에게 전달하는 ‘활성화 박테리아 치료제(ABT)’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지놈앤컴퍼니는 2020년 사이오토를 인수했다.
사이오토의 임상 1상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로 진단받은 15~45세 환자들이 참여했다. 무작위 배정 및 이중맹검(환자·의료진 눈가림)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SB-121 또는 위약을 처방받았다.
처방 후 28일 이후엔 SB-121과 위약을 서로 바꿔 처방받았다. 이 같은 교차처방 연구는 적은 환자 수의 임상에서 유용하다. 개별 환자가 실험군과 대조군 역할을 모두하기 때문에 시험에 참가한 모든 환자들에게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의약품과 위약을 교차하지 않는 일반적인 평행연구에선 전체 임상 참가자 중 실험군에서만 임상의약품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임상을 수행한 미국 신시내티 아동의료센터의 크레이그 에릭슨 박사는 “안전하고 내약성(환자가 약물을 복용할 때 부작용이나 불편함을 견뎌낼 수 있는 정도)이 뛰어났다”며 “이같은 의약품에 대한 미충족 수요로 인해 환자 등록이 빠르게 이뤄졌으며, 이번 결과를 토대로 임상 2상의 길도 열렸다”고 말했다.
아직 상용화된 의약품이 없지만 업계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의 장점으로 안전성과 내약성을 꼽고 있다. 보통 건강한 사람에게서 얻은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의약품을 만들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합성한 화학약품 대비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 SB-121에 쓰인 박테리아는 산모의 모유에서 나왔다.
SB-121의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복통, 구토, 설사였으나 대부분 경증이었다고 했다. 부작용 때문에 투약을 중단한 환자는 없었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임상 1상의 목적이 안전성·내약성 평가인 만큼, 1차 평가변수가 연구 중단으로 이어질 만큼 치료가 필요한 부작용의 유무였다”며 “SB-121은 1차 평가변수를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자폐증 개선에 대한 효과도 일부 확인했다. 2차 평가변수로 이상행동 체크리스트(ABC)에 기반해 환자들의 자폐증 증상 변화를 관찰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올 가을에 열리는 미국 정신과 전문 학회에서 SB-121의 효능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현재 독일 머크의 ‘PD-L1’ 면역관문억제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와 회사의 마이크로바이옴 항암 후보물질 ‘GEN-001’을 병용 투여하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및 한국에서 환자 등록이 진행되고 있으며, 상반기 첫 환자 투약을 계획 중이다. 최대 75명의 환자가 등록될 예정이다. 담도암 대상 임상 2상 또한 미국 머크(MSD)와 공동개발 계약 체결 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지놈앤컴퍼니 주가 약세의 이유 중 하나를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업계의 침체에서 찾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업체 중 가장 상업화에 근접한 업체는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다. 이 회사는 주로 항생제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병에 대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SER-109’의 임상 3상을 지난 4월 마쳤다. 2017년부터 시작한 임상 3상의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BLA)을 냈지만 아직까지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SER-109가 FDA 허가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지난해만 해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며 “허가가 계속 미뤄지면서 관심도가 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레스는 임상 3상 최종 결과 및 비공개 연구 결과로 2~3분기 중 다시 BLA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및 대형 벤처캐피털로부터 6800만달러(약 854억원)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한 베단타 바이오사이언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개발이 순탄치 않다. BMS와 공동연구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 후보물질(VE800)을 전이성 암환자 등에 투여한 결과, 안전성과 내약성은 충족했으나 반응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임상이 중단됐다. 베단타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 후보물질과 기존 항암제를 병용 투여했을 때 이득을 볼 수 있는 암 환경 및 환자 집단을 식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4일 비대면으로 열린 소화기 질환 주간(DDW)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베단타의 항암 이외 후보물질은 임상결과가 기대치를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 치료 후보물질(VE303)을 고용량으로 투약한 환자는 위약 45.5% 대비 13.8%의 낮은 재발률을 보였다.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 후보물질(VE202)은 임상 2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베단타는 지난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었으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현재는 상장 계획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27일 지놈앤컴퍼니에 따르면 SB-121은 사이오토에서 개발한 자폐증 치료 후보물질이다. 치료 목적의 박테리아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고분자물질(폴리머)로 감싸 환자에게 전달하는 ‘활성화 박테리아 치료제(ABT)’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지놈앤컴퍼니는 2020년 사이오토를 인수했다.
사이오토의 임상 1상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로 진단받은 15~45세 환자들이 참여했다. 무작위 배정 및 이중맹검(환자·의료진 눈가림)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SB-121 또는 위약을 처방받았다.
처방 후 28일 이후엔 SB-121과 위약을 서로 바꿔 처방받았다. 이 같은 교차처방 연구는 적은 환자 수의 임상에서 유용하다. 개별 환자가 실험군과 대조군 역할을 모두하기 때문에 시험에 참가한 모든 환자들에게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의약품과 위약을 교차하지 않는 일반적인 평행연구에선 전체 임상 참가자 중 실험군에서만 임상의약품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임상을 수행한 미국 신시내티 아동의료센터의 크레이그 에릭슨 박사는 “안전하고 내약성(환자가 약물을 복용할 때 부작용이나 불편함을 견뎌낼 수 있는 정도)이 뛰어났다”며 “이같은 의약품에 대한 미충족 수요로 인해 환자 등록이 빠르게 이뤄졌으며, 이번 결과를 토대로 임상 2상의 길도 열렸다”고 말했다.
아직 상용화된 의약품이 없지만 업계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의 장점으로 안전성과 내약성을 꼽고 있다. 보통 건강한 사람에게서 얻은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의약품을 만들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합성한 화학약품 대비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 SB-121에 쓰인 박테리아는 산모의 모유에서 나왔다.
SB-121의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복통, 구토, 설사였으나 대부분 경증이었다고 했다. 부작용 때문에 투약을 중단한 환자는 없었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임상 1상의 목적이 안전성·내약성 평가인 만큼, 1차 평가변수가 연구 중단으로 이어질 만큼 치료가 필요한 부작용의 유무였다”며 “SB-121은 1차 평가변수를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자폐증 개선에 대한 효과도 일부 확인했다. 2차 평가변수로 이상행동 체크리스트(ABC)에 기반해 환자들의 자폐증 증상 변화를 관찰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올 가을에 열리는 미국 정신과 전문 학회에서 SB-121의 효능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업계
지놈앤컴퍼니는 SB-121의 임상 1상 결과를 전하며, 최근 회사 주가의 부진에 대한 사과도 했다. 2020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놈앤컴퍼니의 최근 주가는 공모가 4만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지놈앤컴퍼니는 현재 독일 머크의 ‘PD-L1’ 면역관문억제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와 회사의 마이크로바이옴 항암 후보물질 ‘GEN-001’을 병용 투여하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및 한국에서 환자 등록이 진행되고 있으며, 상반기 첫 환자 투약을 계획 중이다. 최대 75명의 환자가 등록될 예정이다. 담도암 대상 임상 2상 또한 미국 머크(MSD)와 공동개발 계약 체결 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지놈앤컴퍼니 주가 약세의 이유 중 하나를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업계의 침체에서 찾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업체 중 가장 상업화에 근접한 업체는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다. 이 회사는 주로 항생제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병에 대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SER-109’의 임상 3상을 지난 4월 마쳤다. 2017년부터 시작한 임상 3상의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BLA)을 냈지만 아직까지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SER-109가 FDA 허가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지난해만 해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며 “허가가 계속 미뤄지면서 관심도가 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레스는 임상 3상 최종 결과 및 비공개 연구 결과로 2~3분기 중 다시 BLA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및 대형 벤처캐피털로부터 6800만달러(약 854억원)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한 베단타 바이오사이언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개발이 순탄치 않다. BMS와 공동연구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 후보물질(VE800)을 전이성 암환자 등에 투여한 결과, 안전성과 내약성은 충족했으나 반응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임상이 중단됐다. 베단타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 후보물질과 기존 항암제를 병용 투여했을 때 이득을 볼 수 있는 암 환경 및 환자 집단을 식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4일 비대면으로 열린 소화기 질환 주간(DDW)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베단타의 항암 이외 후보물질은 임상결과가 기대치를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 치료 후보물질(VE303)을 고용량으로 투약한 환자는 위약 45.5% 대비 13.8%의 낮은 재발률을 보였다.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 후보물질(VE202)은 임상 2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베단타는 지난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었으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현재는 상장 계획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