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흐름에는 일정한 패턴 있어 이를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언제나 ‘미래’다. 오늘 내가 산 이 주식이 내일 더 오를지, 집값이 지금 고점을 찍고 하락할지에 관심을 둔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사진)가 유명 인사가 된 건 투자자들에게 미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고하는 등 다가올 변화를 예측한 덕분에 그가 이끄는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책마을] "2025년 경기침체" 예측한 레이 달리오…역사는 '빅 사이클'의 반복
그런 그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뒤돌아보는 책을 출간했다.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서 달리오는 “과거 유사한 시대를 공부하지 않으면 앞으로 내게 무슨 일이 닥칠지, 그리고 어떻게 헤쳐나갈지 제대로 알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역사도 생물체처럼 라이프 사이클이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과거와 미래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개인 삶들의 총합’이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처음 시작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떤 맥락이 있다. 그래서 동일한 원인으로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그렇게 인류는 진화한다. 나는 상호 연결된 여러 역사적 사건을 통해 어떤 패턴과 원인·결과 관계가 있는 걸 봤고, 이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책은 이 패턴을 ‘빅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한때 세계를 호령하다가 쇠퇴한 제국들의 공통점을 연구했다. 이 중 강력한 제국은 일반적으로 150~250년 정도 지속됐다. 여기에는 100년 주기의 장기 부채 및 자본시장 사이클, 8년 주기의 단기 부채 사이클 등이 영향을 미친다. 자본시장의 발전 단계는 시대마다 다르지만, 과도한 부채와 통화 가치 하락이 제국을 몰락의 길로 이끈 건 비슷하다. 예컨대 1650년대 네덜란드가 ‘황금시대’를 맞으면서 길더화가 최초의 기축 통화로 자리 잡았지만, 과도한 국가 부채로 더 많은 돈을 찍어내면서 경제는 쇠퇴했다.

투자자들을 위한 현실적 조언도 담았다. 책은 미국과 달러화가 이런 빅 사이클의 끄트머리에 있다고 본다. 이로 인해 ‘책 출간 이후(원서 기준 2021년 11월) 4년 뒤인 2025년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확한 시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저자는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 Fed는 다시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 것이고 통화 가치는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그가 “현금은 쓰레기, 주식은 더 쓰레기”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분산 투자하라”고 외친다. 암호화폐를 비롯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달리오가 처음부터 역사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다. 뼈아픈 실패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달리오는 22세였던 1971년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했다. 그해 8월 15일 일요일 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미국 달러화를 더 이상 금으로 교환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본위제의 종말이었다. 달리오는 주식 폭락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통화 가치 폭락으로 주가가 전장보다 4%나 올랐다. 그는 “의사가 여러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해야 확실한 해법을 찾는 것처럼 시장을 잘 읽으려면 다양한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투자자는 늘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직원들과 함께 특정 사건 이후 벌어질 일을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었는데, “죽는 날까지 보완해야 하는 ‘현재 진행형’ 연구”라고 소개한다.

600쪽이 넘는 압도적 분량에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저자는 책 도입부에 ‘이 책을 읽는 방법’을 친절하게 일러뒀다. “이 책을 쓰면서 완본과 요약본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주요 내용을 굵은 글씨로 강조해서 둘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요약본을 읽고 싶으면 굵은 글씨로 된 부분만 읽기를 바란다. 또 독자들이 현실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원하고도 보편적인 법칙은 앞에 붉은 원으로 강조했고 굵은 글씨를 사용했다.”

달리오의 ‘빅 사이클’ 이론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보를 종합해 다면적 문제를 명확한 인과관계로 전환했다”고 호평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달리오는 자신이 그저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 역사를 다소 일반화했다”며 “그가 스스로를 빛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걸 의심하는 독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