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벗고 나가" 상사 질책에 무단 결근…직원 신고에 '발칵'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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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과 다툼을 하다 "옷벗고 나가라"는 소리를 듣자 곧바로 회사를 나가 결근한 직원의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퇴사가 해고인지 사직인지 애매한 경우엔 회사가 사직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근로자 B씨는 2020년 7월 이 회사에 입사해 자동차 도장부 팀원으로 근무하던 중 입사한지 3개월인 10월 말 경 팀장과 욕설을 하며 다투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팀장은 B씨에게 "뭐하러 기어들어왔어" "니가 옷벗고 나가면 되지 뭘 해결해" 등의 발언을 퍼부었다.
이후 B씨는 공장장을 찾아가 상사의 발언이 부당하다며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공장장이 말렸지만 B씨는 곧바로 월차계를 작성해서 퇴근했다. 월차계의 기간 란에는 다툼이 있던 당일 날짜만 적혀 있을 뿐 언제까지 쓴다는 날짜는 없었고, 사유란에는 "팀장의 폭행, 모욕죄, 경찰서·노동부 신고"라고 적혀있을 뿐이었다.
분이 풀리지 않은 B씨는 11월 2일 국민신문고에 "팀장에 의해 강제해고 당했다"는 제목의 글을 쓰면서 "팀장의 폭행으로 입원치료 받고 있다. 고용보험 상실신고 및 이직확인서 처리를 부탁하며 고용노동부에 정식으로 신고하겠다"고도 기재했다.
이를 본 국민신문고 민원담당 공무원은 A회사에 전화를 걸어 "고용보험 상실신고가 처리되지 않아 민원이 접수됐다"는 얘기를 했고, 회사는 곧바로 다음날 'B의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를 이유로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했다.
이를 안 B씨는 그로부터 2주 뒤에 경기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중노위 모두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자 A회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종료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툼이 있고 근로자가 해고를, 사용자가 합의해지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종료에 대한 쌍방 의사합치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B씨가 회사에 직접적으로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증거가 전혀 없고 회사의 월차계를 제출했다"며 "B씨의의사는 회사에 계속 근무하면서 팀장과의 문제가 해결되기 까지 휴가를 원했던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신문고 글에 대해서도 "글의 주된 취지는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것이지, 근로계약 합의 해지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회사도 고용보험 자격상실을 신고하려면 B씨의 의사를 직접 확인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해고 과정에서 서면 통지를 하지 않은 점도 부당해고의 이유로 들었다.
이런 법원의 판단 기준이 드러난 사례로는 제빵업체 부당해고 사건이 있다. 2019년 한 제빵업체에서 사장이 직원에게 "거짓말을 하면 같이 일을 못한다"고 질책하자 직원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반발하며 자리를 떠난 사건이다.
그 다음에도 직원이 제빵실에 들어가 계속 근무하자 사장이 "여기서 왜 일을 하고 있냐"며 나가라고 했고, 다음날부터 직원이 출근하지 않은 케이스다. 부당해고인지가 문제된 이 사건에서 2020년 10월 서울행정법원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직원이 반발했지만 다시 제빵실로 가서 근무를 했기 때문에, 앞서 말한 '그만두면 되지 않냐'는 의사표시는 진정한 사직의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팀장과 다투고 나가 국민신문고 신고한 직원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 13일 자동차 정비업을 영위하는 A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중노위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근로자 B씨는 2020년 7월 이 회사에 입사해 자동차 도장부 팀원으로 근무하던 중 입사한지 3개월인 10월 말 경 팀장과 욕설을 하며 다투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팀장은 B씨에게 "뭐하러 기어들어왔어" "니가 옷벗고 나가면 되지 뭘 해결해" 등의 발언을 퍼부었다.
이후 B씨는 공장장을 찾아가 상사의 발언이 부당하다며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공장장이 말렸지만 B씨는 곧바로 월차계를 작성해서 퇴근했다. 월차계의 기간 란에는 다툼이 있던 당일 날짜만 적혀 있을 뿐 언제까지 쓴다는 날짜는 없었고, 사유란에는 "팀장의 폭행, 모욕죄, 경찰서·노동부 신고"라고 적혀있을 뿐이었다.
분이 풀리지 않은 B씨는 11월 2일 국민신문고에 "팀장에 의해 강제해고 당했다"는 제목의 글을 쓰면서 "팀장의 폭행으로 입원치료 받고 있다. 고용보험 상실신고 및 이직확인서 처리를 부탁하며 고용노동부에 정식으로 신고하겠다"고도 기재했다.
이를 본 국민신문고 민원담당 공무원은 A회사에 전화를 걸어 "고용보험 상실신고가 처리되지 않아 민원이 접수됐다"는 얘기를 했고, 회사는 곧바로 다음날 'B의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를 이유로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했다.
이를 안 B씨는 그로부터 2주 뒤에 경기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중노위 모두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자 A회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사직인지 해고인지 애매하면 회사가 증명해야
법원은 근로자 측의 손은 들어줬다. 재판부는 "합의해지 내지 자진퇴사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는 사건이라면, 근로계약이 합의에 의해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며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법원은 "종료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툼이 있고 근로자가 해고를, 사용자가 합의해지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종료에 대한 쌍방 의사합치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B씨가 회사에 직접적으로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증거가 전혀 없고 회사의 월차계를 제출했다"며 "B씨의의사는 회사에 계속 근무하면서 팀장과의 문제가 해결되기 까지 휴가를 원했던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신문고 글에 대해서도 "글의 주된 취지는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것이지, 근로계약 합의 해지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회사도 고용보험 자격상실을 신고하려면 B씨의 의사를 직접 확인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해고 과정에서 서면 통지를 하지 않은 점도 부당해고의 이유로 들었다.
이런 법원의 판단 기준이 드러난 사례로는 제빵업체 부당해고 사건이 있다. 2019년 한 제빵업체에서 사장이 직원에게 "거짓말을 하면 같이 일을 못한다"고 질책하자 직원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반발하며 자리를 떠난 사건이다.
그 다음에도 직원이 제빵실에 들어가 계속 근무하자 사장이 "여기서 왜 일을 하고 있냐"며 나가라고 했고, 다음날부터 직원이 출근하지 않은 케이스다. 부당해고인지가 문제된 이 사건에서 2020년 10월 서울행정법원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직원이 반발했지만 다시 제빵실로 가서 근무를 했기 때문에, 앞서 말한 '그만두면 되지 않냐'는 의사표시는 진정한 사직의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