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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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할 때가 됐는데, 우승 한 번이 안터지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차 정윤지(22)에게 '기대주'라는 수식어와 함께 따라다니던 말이었다. 국가대표 출신에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임희정, 유해란과 은메달을 합작해내며 최고의 주니어 시절을 보냈지만 정규투어에서 '우승 한 방'이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승에 대한 간절한 염원은 그 누구보다 정윤지 자신이 컸을 터다. 그 바람 덕이었을까. 29일 경기도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GC(파72·6496야드)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정규투어 첫 승을 올렸다. 디펜딩 챔피언 지한솔(26)을 상대로 연장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면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끝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날 정윤지는 보기없이 버디만 4개 뽑아내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 이소영 하민송과 공동선두를 이룬 뒤 연장전에 돌입했다. 두 명의 이 대회 전 챔피언, 전년도 준우승자, 여기에 생애 첫 승을 노리는 정윤지의 대결이었다.

18번홀(파4)에서 이어진 연장에서 하민송과 이소영이 차례로 탈락했다. 대회 2연패와 생애 첫 승, 두 간절함이 맞붙은 탓인지 승부는 쉽사리 나지 않았다. 다섯번째 연장전에서 지한솔이 먼저 시도한 약 10m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에 훨씬 미치지 못한 채 멈췄다. 정윤지는 4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생애 첫승과 우승 상금 1억4400만 원을 품에 안았다. 이날 오전 10시 15분에 티오프한 이후 7시간 10분을 코스에서 보낸 끝에 얻은 달콤한 보상이었다.
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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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이 확정되자 절친 조아연이 달려와 정윤지를 꽉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나눴다. 임희정, 이소미 등 동료선수들의 축하 세례를 받은 정윤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 눈물을 꾹 참고 있다. 너무 기쁘다"며 "대단한 언니들이랑 연장전을 하게 돼 긴장했는데, 갈수록 긴장감이 풀렸다"고 말했다.

동갑내기들이 먼저 우승컵을 들면서 조바심에 마음고생했던 날들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윤지는 "(국가대표) 친구들이 우승을 많이 해 진심으로 축하해주면서도, 나는 언제쯤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우승해 기쁘다"며 "이번 우승을 계기로 기복 없는 경기를 펼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진짜 우승했구나 하는 생각과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났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언젠가는 세계 1위를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