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의 명물이 된 전기 오토바이. 전기 오토바이를 이용하면 기념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베리워즈  제공
앙코르와트의 명물이 된 전기 오토바이. 전기 오토바이를 이용하면 기념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베리워즈 제공
캄보디아의 세계적 문화유산 앙코르와트. 이곳 관광의 백미는 사원 사이를 오가는 전기 오토바이 라이딩이다. 태양광 배터리로 충전한 전기 오토바이로 관광을 즐기면서 탄소 배출량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오토바이가 하루 30㎞를 달린다고 가정하면 매일 대당 1.5㎏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전기 오토바이로 줄인 탄소 배출량은 ‘탄소 크레딧’으로 쌓이고, 이를 기업 등이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태양광으로 배터리 100개 충전

팝플 스테이션은 지난 27일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서 개관식을 열고 제로카본투어 사업을 시작했다. 팝플 스테이션은 지난해 6월 한국에너지공단의 지원을 받아 국내 환경 전문 컨설팅 기업 베리워즈가 기획한 프로젝트다. 앙코르와트 관광객에게 전기 오토바이·릭샤(삼륜자전거) 등을 대여한 뒤 감축한 탄소 배출량을 크레딧 형태로 바꿔준다.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 대자연과 선조들의 유산을 관광한다는 취지다. 스테이션은 관광객이 사용하는 전기 배터리를 충전하는 거점이다. 스테이션에 설치된 지붕 태양광 패널로 하루 최대 120㎾h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팩 100개를 충전할 수 있다.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한 전기를 오토바이에 활용하고,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 감축된 온실가스 양을 산정해 탄소시장에 활용하는 이상적인 ‘섹터 커플링’(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연계 시스템) 구조”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그리너리가 개발한 국내 최초 자발적 탄소 크레딧 거래 플랫폼 ‘팝플(POPLE)’에 등록된 첫 번째 자체 사업 모델이기도 하다. 탄소 크레딧은 탄소 배출권의 사촌 격이다. 탄소 배출권 시장은 ‘의무적 탄소시장’으로 분류된다. 환경부에서 할당하는 탄소 감축 의무가 있는 업체들이 거래소를 끼고 배출권을 거래한다. 탄소 크레딧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장이다. 두드러진 저감 성과가 있는 기업들이 이 시장을 통해 남는 크레딧을 판매한다.

탄소 크레딧 가치 1년 만에 세 배 상승

자발적 탄소거래 시장에서 거래되는 크레딧의 종류는 다양하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친환경 전력 생산이나 나무 심기는 물론 플라스틱 재활용, 대체육 소비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등 각 기업이 저마다 정체성을 담은 프로젝트를 플랫폼에 등록하면 된다. 플랫폼은 등록된 크레딧 평가 항목을 정량화하고 감축량을 모니터링하는 등 일종의 거래소 역할을 한다.

최근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발적 탄소 크레딧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탄소 크레딧 발행 규모는 2018년 1억6600만t에서 지난해 3억6600만t으로 3년 만에 약 120% 성장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된 탄소 크레딧의 가치는 약 1조1400억원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선 자발적 탄소거래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베라와 NCX, 노리, 핀란드의 퓨로어스 등이 거래가 많은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기업이 직접 탄소 크레딧 사업을 벌이는 사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숯인 바이오차를 이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감축량에 따라 크레딧을 발행하고 있다.

베리워즈와 팝플 브랜드를 만든 황유식 그리너리 공동대표는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이 감축한 탄소 배출량을 객관적인 지표로 인정받길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화학업체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 탄소 크레딧을 발행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엠레아프=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