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부산 가덕도 인근 화전산업단지. 조선사에 배관 이음쇠를 납품하는 A사 공장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최근 수주 랠리로 원청업체의 납품 의뢰는 15%가량 늘었지만 하청회사들은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 현장 인력을 구하지 못한 탓이다. 외국인 근로자 입국까지 지연되면서 설비 가동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A사 관계자는 “24시간 돌려도 모자랄 판에 사람은 없고, 주 52시간제 때문에 특근도 못해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며 “어쩔 수 없이 하청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조선·기자재를 비롯한 국내 중소 제조업 현장에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대폭 줄면서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어업 등 산업현장이 잇달아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 현장에서 부족한 인력은 32만 명에 달했다. 20·30대 청년층은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각하고, 40·50대 경력 근로자는 불황기에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대부분 떠났다는 것이 중소기업의 공통된 설명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중소기업 인력난의 단비 같은 존재이던 외국인 근로자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16만1921명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22만3058명)보다 27.4% 줄었다. 외국인 근로자의 81.5%인 13만1966명이 제조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근로자 몸값이 치솟는 프리미엄 현상도 심각하다. 용접공 도장공 등 현장인력이 필요한 조선업계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아예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일감을 반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연말에는 선박 건조가 본격화하는데 숙련공을 제때 구하지 못해 조선 기자재 납기가 몇 주씩 밀리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인력 공급난이 계속되면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민건태/강경민/안대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