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알랭 들롱처럼 '안락사' 가능?…'존엄사법' 발의 눈앞 [입법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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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조력 존엄사법' 주중 발의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 보장"
국민 76% "안락사 법제화 찬성"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 보장"
국민 76% "안락사 법제화 찬성"
'세계 최고의 미남'으로 불렸던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사진)이 안락사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지난 3월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다. 알랭 들롱은 자신이 세상을 떠날 순간을 정하면 임종을 지켜봐 달라고 아들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2019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스위스는 법적으로 안락사(의사 조력 자살)를 허용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들롱의 전 부인 나탈리 들롱도 안락사를 희망했지만 프랑스 법이 허용하질 않아 실행이 옮기지 못했다.
나탈리가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그해, 들롱은 인터뷰에서 “특정 나이, 특정 시점부터 우리는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며 “안락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 존엄사법'이 국회 발의를 앞두고 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이번주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한국은 2018년부터 환자 뜻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알랭 들롱이 선택한 것 같이 연명 치료 중단을 넘어 죽음을 위한 약물 처방과 투여는 불법이다. '웰다잉(Well-Dying·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다시 불이 불을 전망이다.
현행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임종 만을 연장하는 목적의 연명 의료를 중단하는 것만 합법으로 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이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했고,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해당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등 연명 의료를 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다만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임종 과정'에 국한해 연명 치료 중단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종 과정에 있지 않은 환자라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본인의 의사로 자기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다.
조력 존엄사는 조력 존엄사 대상자가 본인의 의지로 담당의사의 도움을 통해 스스로 삶을 종결하는 것을 뜻한다. 환자가 원하면 의사가 약물을 처방하고, 환자가 스스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 결정법과 달리 '임종 과정이 아닌 상태'에서도 존엄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 연명 치료 중단을 넘어 약물 투여를 통해 죽음에 이르도록 한다는 점에서 보다 나아간 개념이다. 즉 현행법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자연적인 죽음 만을 허용했다면, 의식 있는 상태에서의 의도된 죽음까지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다만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 개념은 포함하지 않았다.
법안은 조력 존엄사 대상자를 △말기환자에 해당할 것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을 것 △신청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조력존업사를 희망하고 있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로 규정했다.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말기 환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제출하면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결정하는 식이다.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위원장 1명(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한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심사위원은 관계 기관 소속 고위 공무원, 의료인, 윤리 분야 전문가 또는 심리 분야 전문가 등 조력 존엄사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맡게 된다.
조력 존엄사 대상자로 결정되고 한 달이 지나 본인이 '조력 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경우, 담당의사 및 전문의 2인 등 총 의사 3명이 판단한 결과에 따라 담당의사가 해당 환자의 조력 존엄사를 도울 수 있다. 기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가족들 동의로도 가능하지만, 조력 존엄사는 환자 본인의 명확한 의사 표명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약물 투여 등 조력 존엄사의 구체적인 방법은 앞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조사에서 안락사·의사 조력 자살에 찬성하는 이들은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4.6%) △인권보호에 위배되지 않음(3.1%) 등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반대하는 이유로는 △생명존중(44.4%) △자기결정권 침해(15.6%) 악용과 남용의 위험(13.1%) 등이 거론됐다.
안규백 의원은 “모든 존재는 생자필멸(生者必滅)하기에 언젠가는 죽음과 조우하게 된다”며 “죽음의 논의를 터부시 할 것이 아니라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 이른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그는 2019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스위스는 법적으로 안락사(의사 조력 자살)를 허용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들롱의 전 부인 나탈리 들롱도 안락사를 희망했지만 프랑스 법이 허용하질 않아 실행이 옮기지 못했다.
나탈리가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그해, 들롱은 인터뷰에서 “특정 나이, 특정 시점부터 우리는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며 “안락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 존엄사법'이 국회 발의를 앞두고 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이번주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한국은 2018년부터 환자 뜻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알랭 들롱이 선택한 것 같이 연명 치료 중단을 넘어 죽음을 위한 약물 처방과 투여는 불법이다. '웰다잉(Well-Dying·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다시 불이 불을 전망이다.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 움직임
조력 존업사법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해외에선 '의사 조력 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로도 부른다.현행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임종 만을 연장하는 목적의 연명 의료를 중단하는 것만 합법으로 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이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했고,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해당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등 연명 의료를 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다만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임종 과정'에 국한해 연명 치료 중단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종 과정에 있지 않은 환자라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본인의 의사로 자기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다.
의사 직접 약물 투여는 포함 안 해
안 의원이 발의할 법안은 현행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연명의료결정과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을 추가하는 게 핵심이다. '조력 존엄사'와 '조력 존엄사 대상자'의 정의를 신설했다.조력 존엄사는 조력 존엄사 대상자가 본인의 의지로 담당의사의 도움을 통해 스스로 삶을 종결하는 것을 뜻한다. 환자가 원하면 의사가 약물을 처방하고, 환자가 스스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 결정법과 달리 '임종 과정이 아닌 상태'에서도 존엄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 연명 치료 중단을 넘어 약물 투여를 통해 죽음에 이르도록 한다는 점에서 보다 나아간 개념이다. 즉 현행법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자연적인 죽음 만을 허용했다면, 의식 있는 상태에서의 의도된 죽음까지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다만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 개념은 포함하지 않았다.
법안은 조력 존엄사 대상자를 △말기환자에 해당할 것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을 것 △신청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조력존업사를 희망하고 있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로 규정했다.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말기 환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제출하면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결정하는 식이다.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위원장 1명(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한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심사위원은 관계 기관 소속 고위 공무원, 의료인, 윤리 분야 전문가 또는 심리 분야 전문가 등 조력 존엄사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맡게 된다.
조력 존엄사 대상자로 결정되고 한 달이 지나 본인이 '조력 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경우, 담당의사 및 전문의 2인 등 총 의사 3명이 판단한 결과에 따라 담당의사가 해당 환자의 조력 존엄사를 도울 수 있다. 기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가족들 동의로도 가능하지만, 조력 존엄사는 환자 본인의 명확한 의사 표명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약물 투여 등 조력 존엄사의 구체적인 방법은 앞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국민 76% 안락사 찬성"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두고 국내 여론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찬성 비율은 76.3%로 나타났다. 지난해 3~4월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앞서 2008년과 2016년 조사 당시만 해도 약 50% 만이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해 찬성했다.조사에서 안락사·의사 조력 자살에 찬성하는 이들은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4.6%) △인권보호에 위배되지 않음(3.1%) 등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반대하는 이유로는 △생명존중(44.4%) △자기결정권 침해(15.6%) 악용과 남용의 위험(13.1%) 등이 거론됐다.
안규백 의원은 “모든 존재는 생자필멸(生者必滅)하기에 언젠가는 죽음과 조우하게 된다”며 “죽음의 논의를 터부시 할 것이 아니라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 이른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