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도 수요·공급이 결정…무작정 올리면 일자리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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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오르면 소득도 늘어날까
균형가격보다 임금이 높으면
일할 사람 늘지만 채용은 감소
사회적 약자부터 일자리 잃어
美 1938년 최저임금 도입 후
흑인 실업 급증 사례서도 입증
노동계, 물가 급등 내세워
내년 최저임금 29.5% 인상 요구
경영계 "경제에 악영향 우려"
균형가격보다 임금이 높으면
일할 사람 늘지만 채용은 감소
사회적 약자부터 일자리 잃어
美 1938년 최저임금 도입 후
흑인 실업 급증 사례서도 입증
노동계, 물가 급등 내세워
내년 최저임금 29.5% 인상 요구
경영계 "경제에 악영향 우려"
거의 5%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 2023년도 최저임금 협상을 어렵게 할 것이란 예상은 이미 나와 있다. 노동계는 “물가를 감안해 내년 최저임금을 29.5%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경영계는 “코로나 위기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며 인상 자제를 요구한 상태다. 주변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노사의 최저임금 협상에 적대적이다. 가격하한제의 하나인 최저임금제를 알아보자.
최저임금이 시급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라도 생산성이 시간당 1만원을 넘으면 고용주는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곳은 쉽게 생산성을 올리기 어렵다. 1만원 이하를 주면 불법 노동행위이기 때문에 고용주는 근로자를 해고하고 가족을 투입하려는 인센티브에 노출된다.
결국 최저임금이 9000원이었다면 고용됐을 근로자의 소득 기회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라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을 높인다는 ‘선의’가 실업이라는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임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작은 사업체들이 문을 닫는 것도 같은 결과다.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은 《베이직 이코노믹스》에서 “미국이 최저임금을 도입한 이후 흑인 실업이 오히려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백인과 흑인의 실업률은 1930년대 미국에서 비슷했으나 193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뒤 흑인 실업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도 비슷한 결론을 얻었다. 두 교수가 이달 초 국제 경제학 학술지 ‘이코노믹 모델링’에 게재한 ‘최저임금 인상의 거시경제 효과, 한국의 사례’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16.4% 올린 2018년에 총고용은 3.5%, 총생산은 1.0% 줄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최저임금은 의도한 것과 정반대 결과를 낳는 정부 정책의 명확한 사례이며 그것의 분명한 결과는 빈곤 증가”라고 최저임금제를 비판했다.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이 균형임금보다 낮다면 최저임금제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에게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최저임금을 균형임금에 가까운 수준으로 설정해 임금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최저임금 수준과 인상 폭, 경제 여건, 근로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EPL)의 선수 연봉 상한선을 10억원으로 한정한다고 가정해 보자. 연봉이 160억원인 손흥민은 EPL을 떠나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다른 리그로 갈 것이다. 손의 팀 동료 해리 케인과 공동 득점왕에 오른 무함마드 살라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EPL은 더 이상 세계 최고 리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삼성 반도체 인력에 최고임금제를 적용한다면 인재는 다른 회사로 옮겨갈 게 뻔하다.
임금은 노동 생산성에 비례한다. 임금의 높낮이는 생산의 높낮이다.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직원들 월급도 많이 준다. 돈을 못 버는 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 정부가 법으로 정해준다고 해서 일자리와 소득 기회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한 토론회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1860원(월 247만8740원)으로 올해(9160원)보다 29. 5%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인상 요구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최저임금제는 실업을 낳기도
임금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원리를 따른다. 정부 개입이 없다면 임금은 <그림1>에서처럼 노동 공급(근로자)과 수요(고용주)가 만나는 ‘균형임금’에서 결정된다. 균형임금은 시장 임금이 된다. 만일 정부가 개입해 최저임금을 균형임금보다 높이면 <그림2>처럼 노동 공급량은 증가하고 수요량이 감소한다. 노동 공급량이 초과한 만큼 실업이 발생한다.최저임금이 시급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라도 생산성이 시간당 1만원을 넘으면 고용주는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곳은 쉽게 생산성을 올리기 어렵다. 1만원 이하를 주면 불법 노동행위이기 때문에 고용주는 근로자를 해고하고 가족을 투입하려는 인센티브에 노출된다.
결국 최저임금이 9000원이었다면 고용됐을 근로자의 소득 기회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라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을 높인다는 ‘선의’가 실업이라는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임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작은 사업체들이 문을 닫는 것도 같은 결과다.
美 흑인 실업률 높인 최저임금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취약 계층에 속한 근로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역사를 살펴보면, 최저임금제는 오히려 이런 계층의 근로자를 노동시장에서 나가게 하는 기능을 했다.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은 《베이직 이코노믹스》에서 “미국이 최저임금을 도입한 이후 흑인 실업이 오히려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백인과 흑인의 실업률은 1930년대 미국에서 비슷했으나 193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뒤 흑인 실업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도 비슷한 결론을 얻었다. 두 교수가 이달 초 국제 경제학 학술지 ‘이코노믹 모델링’에 게재한 ‘최저임금 인상의 거시경제 효과, 한국의 사례’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16.4% 올린 2018년에 총고용은 3.5%, 총생산은 1.0% 줄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최저임금은 의도한 것과 정반대 결과를 낳는 정부 정책의 명확한 사례이며 그것의 분명한 결과는 빈곤 증가”라고 최저임금제를 비판했다.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이 균형임금보다 낮다면 최저임금제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에게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최저임금을 균형임금에 가까운 수준으로 설정해 임금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최저임금 수준과 인상 폭, 경제 여건, 근로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손흥민 연봉을 10억원으로 깎으면?
일부에선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고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최고임금제’를 주장한다. 최고임금제는 최저임금제와 반대로 일정 임금 이상을 못 주게 하는 가격상한제의 하나다.예를 들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EPL)의 선수 연봉 상한선을 10억원으로 한정한다고 가정해 보자. 연봉이 160억원인 손흥민은 EPL을 떠나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다른 리그로 갈 것이다. 손의 팀 동료 해리 케인과 공동 득점왕에 오른 무함마드 살라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EPL은 더 이상 세계 최고 리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삼성 반도체 인력에 최고임금제를 적용한다면 인재는 다른 회사로 옮겨갈 게 뻔하다.
임금은 노동 생산성에 비례한다. 임금의 높낮이는 생산의 높낮이다.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직원들 월급도 많이 준다. 돈을 못 버는 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 정부가 법으로 정해준다고 해서 일자리와 소득 기회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한 토론회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1860원(월 247만8740원)으로 올해(9160원)보다 29. 5%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인상 요구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