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1230원대로 되돌아왔다. 미국에서 소비자물가가 정점에 달했다는 전망이 커진 데다 중국이 경기 부양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위안화 강세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환율 17.6원 급락, 1230원대로…하반기 1100원대까지 내려가나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원60전 급락한 1238원60전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22일(1239원10전)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288원60전까지 치솟은 뒤 불과 10일 만에 50원 넘게 빠졌다.

원·달러 환율이 이날 급락한 것은 지난 28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하는 등 ‘물가 정점론’이 미국 내에서 강력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4월 PCE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 올랐다. 40년 만의 최대 폭이었던 3월(6.6%)보다 상승 폭이 줄어든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을 펼치는 데 참고하는 주요 지표인 근원 PCE 물가도 4.9%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근원 PCE 물가는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지표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힘을 실었다. 상하이, 베이징 등 코로나19로 봉쇄됐던 중국 내 주요 도시는 다음달부터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6.6위안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상 위안화가 강세(환율 하락)를 보이면 원화도 강세를 보인다. 코스피도 외국인 순매수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미국 내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물가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근거가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11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이면서 Fed가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없을 것이란 의구심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1200원을 밑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