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경제성 조작' 정재훈 한수원 사장 결국 교체된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선봉장’으로 불린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사진)을 교체하기로 하고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7일 한수원에 신임 사장 선임 절차 개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6월 3일 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사장 선임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임추위에서 복수의 후보자를 추리면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후보군을 2배수로 압축한다. 이후 한수원이 주주총회를 열어 단수 후보를 확정한 뒤 산업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통상 임추위 구성으로부터 신임 사장 선임까지 2~3개월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늦어도 오는 8월에는 신임 사장이 결정될 전망이다.

정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최전선에서 이끌어 온 인물이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돼 배임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 사장은 지난 2월 임기를 1년 연장하는 ‘셀프 연임’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산업부가 연임 제청을 하지 않아 공식 임기는 지난달 4일 만료됐고, 신임 사장이 정해지지 않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임 한수원 사장 자리를 두고는 산업부 출신 관료와 한수원 내부 인사들이 경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출신 관료 중에선 최태현 김앤장 고문(산업부 전신인 지식경제부의 전 원전산업정책관)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준동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우태희 전 산업부 차관도 물망에 오른다. 한수원 내부 출신 중에선 조병옥 품질본부장, 김범년 발전부문 부사장, 이승철 전무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원전 공약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이종호 전 기술본부장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한수원은 2001년 출범 후 내부 출신 사장을 배출하다가 2012년부터 관료 출신에 사장 자리를 내줬다. 김균선 전 사장(산업부 기획관리실장), 조석 전 사장(전 지식경제부 2차관), 이관섭 전 사장(산업부 1차관), 정재훈 사장(산업부 차관보)이 지난 10년간 한수원을 이끌었다.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으로 정책 전환을 선언한 만큼 신임 한수원 사장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원전 수출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전문성과 리더십이 최우선 덕목으로 꼽힌다. 동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원전 수출이 확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탈원전 영향으로 통폐합된 사내 원전 조직을 재정비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계속운전, 원전 이용률 상향 등 정책 과제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산업부는 관료 출신이, 한수원 임직원들은 내부 출신이 각각 적임자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신임 한수원 사장은 원전 복원은 물론 원전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며 “최적임자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