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자동차 부품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약 25%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회사와 달리 부품사는 원재료값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한 채 생산량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완성차 생산량 감소가 고착화하고 전기차 전환까지 겹치면서 약 23만 명의 고용을 담당하는 자동차 부품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한국경제신문이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 중 1분기 실적을 공시한 83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합계는 76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89억원)보다 25.2% 급감했다. 83곳 중 60%에 달하는 49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적자를 낸 회사도 30%인 25곳이나 됐다. 작년 1분기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낸 기업은 14곳, 적자로 전환한 회사가 11곳이었다.

부품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낸 것은 완성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납품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1분기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83만7169대로 작년 같은 기간(90만8840대)보다 7.9%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지만 오른 만큼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했다. 분석 대상 83개 기업의 제조원가는 지난해 1분기 22조9794억원에서 올해 25조6782억원으로 11.7% 뛰었다.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전망치를 낸 대형 5개 부품사(현대모비스 한온시스템 현대위아 만도 SNT모티브)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7550억원으로 전년 동기(8080억원) 대비 6.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보다 5.3%(1만7210대) 줄었다.

부품사들의 실적 부진은 점점 구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완성차업체는 생산량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납품량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부품사 실적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기차 전환 추세도 부품사의 가격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