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 증명한 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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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호프 매치플레이 우승
집중력·체력 중요한 매치플레이
결승서 14살 어린 日선수 꺾고
'36세' LPGA 韓 최고령 우승
후반 티샷·세컨드샷 흔들렸지만
'치면 들어가는' 퍼트로 파 지켜
티샷 잘 친 후루에, 그린서 흔들려
'노장' 지은희 정신력과 경험이
'루키' 후루에의 체력·패기 눌러
집중력·체력 중요한 매치플레이
결승서 14살 어린 日선수 꺾고
'36세' LPGA 韓 최고령 우승
후반 티샷·세컨드샷 흔들렸지만
'치면 들어가는' 퍼트로 파 지켜
티샷 잘 친 후루에, 그린서 흔들려
'노장' 지은희 정신력과 경험이
'루키' 후루에의 체력·패기 눌러
매치플레이는 골퍼에게 극한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게임 방식이다. 일단 경기 수가 많다. 결승전에 오르면 5일 동안 일곱 번의 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4라운드뿐인 일반 대회보다 체력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하면 되는 스트로크 방식의 일반 대회와 달리 매 순간 상대방의 샷을 의식하며 전략을 짜야 한다. 정신적인 부담도 크다는 얘기다.
3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오브호프 LPGA 매치플레이(총상금 150만달러) 결승전 무대에 오른 지은희(36)가 그랬다. 다리는 천근이었고, 허리가 아파 서 있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은희의 눈빛은 살아났다.
그는 이날 두 게임을 치렀다. 오전에 열린 4강전에서 안드레아 리(24·미국)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14살 어린 루키 후루에 아야코(22·일본). “나이 많은 지은희가 불리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정신력’과 ‘경험’이 ‘체력’과 ‘패기’보다 강했다. 지은희는 후루에를 상대로 3홀 남기고 2홀 차 승리를 거뒀다. 36번 시드로 출전해 조별리그 2승 1무로 조 1위를 차지했고, 16강부터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풍부한 경기 경험과 노련미, 안정적인 멘탈이 만들어낸 투어 통산 6승이었다.
경기 전반 두 홀씩 주고받으며 이어지던 팽팽한 분위기가 깨진 것은 9번홀(파5)이었다. 지은희가 97야드에서 친 세 번째 샷이 홀에 들어가며 샷 이글을 만들어냈다. 두 홀 차로 앞서가며 승기를 잡았다.
후반 들어 지은희의 샷은 조금씩 흔들렸다. 티샷과 두 번째 샷에서 트러블샷이 나오기 시작했다. 체력이 떨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퍼트가 받쳐줬다. 8강전에서 7홀 차 대승을 거둔 뒤 “내 퍼팅감은 100%”라고 외쳤던 그는, 이날도 퍼팅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티샷이나 두 번째 샷에서 미스가 나도 퍼팅으로 파를 지켜냈다.
지은희는 우승 직후 “퍼팅이 안 됐더라면 (우승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LPGA는 이번 대회가 매치 플레이인 점을 감안해 평균 퍼팅 수, 페어웨이 안착률 등 각종 통계 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후루에는 티샷으로 페어웨이를 잘 지켰지만 그린에서 집중력을 잃었다. 지은희보다 공을 홀에 가까이 붙이고도 퍼팅이 계속 홀을 비껴갔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란 얘기가 LPGA투어에서 증명된 셈이다.
지은희는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의 맏언니다. LPGA 진출 이듬해인 2008년 웨그먼스 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09년에는 US오픈도 거머쥐었다. 이후 4승은 모두 30대에 들어선 2017년 이후에 거뒀다.
이번 우승으로 지은희는 15년 연속 US오픈에 출전하게 됐다. US오픈은 그에게 더욱 의미가 특별한 대회다. 골프에 뛰어들게 된 계기(1998년 박세리의 US오픈 우승)도,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도 모두 US오픈이었다. 하지만 올해 세계랭킹이 80위대로 떨어지면서 출전권을 잃을 뻔했다. 그는 “꼭 출전하고 싶은 대회였는데 랭킹이 떨어져 못 나가게 될까봐 우울했었다”며 “어렵게 참가한 만큼 이번에도 잘하고 싶다. 내일 하루만 확실하게 쉬고 US오픈 출전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은희는 이번에 36세17일로 LPGA투어 한국인 최고령 우승 기록도 새로 썼다. 박희영(35)이 2020년 ISPS한다오픈에서 세운 기록(32세8개월17일)을 3년4개월이나 늦췄다. 선수 활동 시기가 짧은 한국 여자 골퍼들에게 새로운 롤모델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승 직후 LPGA 인터뷰어가 “한국 선수 중 최고령 우승 선수인 걸 아느냐”고 말하자 지은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맞다. 오, 예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3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오브호프 LPGA 매치플레이(총상금 150만달러) 결승전 무대에 오른 지은희(36)가 그랬다. 다리는 천근이었고, 허리가 아파 서 있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은희의 눈빛은 살아났다.
그는 이날 두 게임을 치렀다. 오전에 열린 4강전에서 안드레아 리(24·미국)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14살 어린 루키 후루에 아야코(22·일본). “나이 많은 지은희가 불리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정신력’과 ‘경험’이 ‘체력’과 ‘패기’보다 강했다. 지은희는 후루에를 상대로 3홀 남기고 2홀 차 승리를 거뒀다. 36번 시드로 출전해 조별리그 2승 1무로 조 1위를 차지했고, 16강부터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풍부한 경기 경험과 노련미, 안정적인 멘탈이 만들어낸 투어 통산 6승이었다.
경기 전반 두 홀씩 주고받으며 이어지던 팽팽한 분위기가 깨진 것은 9번홀(파5)이었다. 지은희가 97야드에서 친 세 번째 샷이 홀에 들어가며 샷 이글을 만들어냈다. 두 홀 차로 앞서가며 승기를 잡았다.
후반 들어 지은희의 샷은 조금씩 흔들렸다. 티샷과 두 번째 샷에서 트러블샷이 나오기 시작했다. 체력이 떨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퍼트가 받쳐줬다. 8강전에서 7홀 차 대승을 거둔 뒤 “내 퍼팅감은 100%”라고 외쳤던 그는, 이날도 퍼팅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티샷이나 두 번째 샷에서 미스가 나도 퍼팅으로 파를 지켜냈다.
지은희는 우승 직후 “퍼팅이 안 됐더라면 (우승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LPGA는 이번 대회가 매치 플레이인 점을 감안해 평균 퍼팅 수, 페어웨이 안착률 등 각종 통계 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후루에는 티샷으로 페어웨이를 잘 지켰지만 그린에서 집중력을 잃었다. 지은희보다 공을 홀에 가까이 붙이고도 퍼팅이 계속 홀을 비껴갔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란 얘기가 LPGA투어에서 증명된 셈이다.
지은희는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의 맏언니다. LPGA 진출 이듬해인 2008년 웨그먼스 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09년에는 US오픈도 거머쥐었다. 이후 4승은 모두 30대에 들어선 2017년 이후에 거뒀다.
이번 우승으로 지은희는 15년 연속 US오픈에 출전하게 됐다. US오픈은 그에게 더욱 의미가 특별한 대회다. 골프에 뛰어들게 된 계기(1998년 박세리의 US오픈 우승)도,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도 모두 US오픈이었다. 하지만 올해 세계랭킹이 80위대로 떨어지면서 출전권을 잃을 뻔했다. 그는 “꼭 출전하고 싶은 대회였는데 랭킹이 떨어져 못 나가게 될까봐 우울했었다”며 “어렵게 참가한 만큼 이번에도 잘하고 싶다. 내일 하루만 확실하게 쉬고 US오픈 출전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은희는 이번에 36세17일로 LPGA투어 한국인 최고령 우승 기록도 새로 썼다. 박희영(35)이 2020년 ISPS한다오픈에서 세운 기록(32세8개월17일)을 3년4개월이나 늦췄다. 선수 활동 시기가 짧은 한국 여자 골퍼들에게 새로운 롤모델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승 직후 LPGA 인터뷰어가 “한국 선수 중 최고령 우승 선수인 걸 아느냐”고 말하자 지은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맞다. 오, 예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