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화학은 화학업계에서 '숨은 알짜기업'으로 통한다. 페인트 원료인 에폭시수지의 한국 시장점유율이 65%에 달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 2위 업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한 에폭시수지 사업은 지난해 유례없는 실적을 냈다. 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이 2배에 머무르는 등 주가는 지나치게 저평가받고 있다. 기업설명회(IR)를 하지 않는 등 주가 관리에 소홀한 영향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와중에 '슈퍼개미'가 이 주식을 재매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도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 4165억원, 영업이익 355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각각 34.0%, 35.0% 늘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460억원) 345.0% 늘어난 2047억원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다.

이 회사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1972년 설립했다. 일본제철은 설립 직후인 1976년 전문경영인인 이삼열 국도화학 전 회장에게 회사 경영 전권을 부여했다. 이 전 회장은 국도화학 지분을 조금씩 사들여 2012년 회사 최대 주주에 올랐고, 장남인 이시창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국도화학은 에폭시 시장 '한 우물'만 팠다. 2021년 에폭시 시장점유율은 65%로 후발주자인 금호피앤비화학(29%)과 헥시온코리아(2%) 등을 큰 격차로 앞질렀다. 세계 시장으로 넓혀봐도 미국 화학업체인 올린(Olin)에 이어 점유율 2위다.

에폭시 가격이 지난해에 큰 폭으로 뜀박질하자 이 회사 실적도 급속도로 좋아졌다. 에폭시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BPA) 가격을 뺀 '에폭시 마진'은 2020년 평균 t당 935.7달러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1538.6달러로 치솟았다. 올해 3월 평균은 2016.5달러로 재차 치솟았다. 지난 3월 에폭시 마진은 작년과 비교해 31.0%나 뛰었다.

에폭시 마진이 치솟은 것은 선박 수주가 폭증한 것과 맞물린다. 에폭시는 선박 파이프라인 코팅재와 바닥재용 페인트에 들어간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 5곳의 작년 수주액은 590억달러로 전년 대비 111.4%나 늘었다.

압도적 사업 역량과 불어나는 실적에도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이 회사 주가는 작년 9월 10일 장중에 9만26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전날 주가는 5만3700원에 마감했다. 작년 최고가 대비 42.0%나 떨어졌다. 이 회사 PER은 2.69배로 업계평균(10.87배)을 크게 밑돈다. 에폭시수지 1위 업체 미국 올린 주가가 최근 1년 새 36.67%나 뜀박질하는 것과 비교해 대조적 행보다.

국도화학이 시장과의 소통에 소홀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주주들의 불만도 높다. 하지만 최근 슈퍼개미가 이 주식을 재매입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정보기술(IT) 부품기업 동일기연 손동준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지난 5월 25일 이 회사 지분을 4.92%에서 5.07%로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2016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국도화학 주식을 꾸준히 매입한 손 회장은 한때 국도화학 지분을 8.00%까지 늘리기도 했다. 그는 국도화학 투자 배경에 대해 “에폭시수지 사업 역량이 독보적이고 배당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