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22년 5월 26일 A회사의 ‘정년유지(보장)형’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고 있음을 이유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반하여 무효임을 선고(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이하 ‘대상판결’)함에 따라,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기업들은 대상판결에 따른 향후 유사 소송 및 노조와의 협상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위 대상판결은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의한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합리적인 이유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면서, 해당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상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임을 선언한 최초의 대법원 본안판단에 해당한다. 다만 위 대상판결 이전에도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결은 다수 존재한다.

먼저 대법원은 △2021년 12월 30일 근로복지공단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불합리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 △2022년 4월 14일과 같은 달 28일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 △2022년 5월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상 차별로서 유효하다는 취지의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각각 심리불속행 판결을 통해 그대로 확정시켰다. 그 밖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상고 없이 2020년 8월 7일 확정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울산지방법원의 판결(2021년 2월 5일)은 현재 항소심 진행 중에 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이 60세로 상향 법정화됨에 따라, 고령자 근로자들의 임금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고령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절감되는 재정을 신규 고용창출에 제공하여 모든 세대의 상생을 목표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권고안', 고용노동부의 '공공기관을 위한 임금피크제 매뉴얼'을 참고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임금피크제가 시행으로 절감된 재정을 활용하여 신규채용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2016년부터 누적 채용 실제인원이 2018년 당시 1170명 정도에 이르렀다. 이는 청년층 근로자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차별금지의 예외사유인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57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며 지급되는 임금에 고용보험법상 임금피크지원금과 상생고용지원금을 합산하여 고용노동부 기준 피크임금의 90%까지 보전을 하였다.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에게는 퇴직 후 미래 설계 등을 위한 월 20시간 교육신청 권한, 퇴직설계컨설팅 및 교육훈련 비용 명목으로 합계 400만 원을 지원하는 보상책을 마련하였고, 복리후생에 관하여는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규정을 두어 나머지 사항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였다.

결국 법원의 판단을 통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등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의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지만 이처럼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 및 취지, 운영 경과 등을 감안하면 고령자고용법 준수를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근거 한 ‘임금체계 개편’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고, 앞서 확인한 바와 같이 절감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며 임금삭감에 대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보상조치 등이 주어진 경우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①회사의 인건비 부담 완화 등 단순히 경영성과 제고를 목적으로 2013년 1월 1일 도입된 임금피크제에 대한 것으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을 하도록 한 2013년 5월 22일 신설 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 직접 근거한다고 보기 어렵고 ②당초 정년인 61세를 유지하면서 정년퇴직 6년 전인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서 적용대상자의 임금을 일시에 과도하게 삭감하였고, 이에 대한 보상조치가 없었던 점을 종합하면 연령상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2021년 9월 8일 선고(2021. 9. 30. 확정)된 학습지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과도한 임금삭감이며 실제로는 그 대상자를 퇴출하려는 의도에 도입되었다고 판단하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상 차별로 무효라고 판단한 서울고등법원도 같은 입장이다.

적용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특히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를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의 도입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 임금삭감의 실질적인 폭과 그에 대한 보상조치의 적정성, 절감된 재원의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대로 사용되었는지 등에 따라 개별적인 가치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정년연장형의 경우에도 임금피크제와 상관없이 정년연장이 60세 법정화 시행에 따른 것으로 보면서 연령상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의 유무를 판단하게 되면 그 판단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병기 국민건강보험공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