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미국 대기업의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내부정보를 꿰뚫고 있는 임원들의 매수세를 고려하면 미국 증시가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증시정보업체 베리티데이터를 인용해 S&P500에 편입된 기업 임원들의 내부자 매수세가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거세졌다고 보도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수량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셀2000에 편입된 기업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내부자 매수량이 매도량을 넘어섰다.

5월 한 달 동안 자사주를 사들인 미국 기업의 내부자 수는 1200명에 육박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매수자 수가 매도자 수를 넘어섰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에 530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우버의 주가가 올해 들어 25% 가까이 줄어든 날이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이달 초 자사주를 1500만달러 사들였다. 그가 자사주를 매입한 건 201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스타벅스 주가는 올해 들어 30% 넘게 하락했다. 클라우드 기반 커뮤니케이션 업체인 링센트럴의 창업주 블라디미르 슈무니스도 2013년 기업 상장 이후 처음으로 20만달러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반대되는 모양새다. 경기침체를 우려해 미국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했지만 기업 내부자들은 저점이라는 판단에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수했다는 설명이다. JP모건 지난 27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기업 내부자들의 의견이 일치된 양상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업종에서 ‘바이 더 딥(저점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내부자들의 행보를 감안하면 미국 증시가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S&P500은 올해 들어 12.8% 하락했다. 최근 7주 동안 하락세를 이어간 것. 다만 내부자 매수의 강도가 거세지며 반등의 기미가 보인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산운용사 티 로우 프라이스의 데이비드 지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역사적으로 내부자 매수세가 증대되면 증시가 저점을 찍고 반등했다”고 내다봤다.

내부자의 주식 매수는 시장에선 낙관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기업 경영진이나 이사 등이 기업의 전망이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에서부터 반등의 조짐이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벤 실버만 베리티데이타 이사는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처음 보도된 이후 증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몰랐다”며 “당시에도 주가가 폭락하며 매수 요인이 넘쳐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자들의 매수세는 시장 상황이 나아질 거란 강력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