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늘어난 구의·증산동 일대
집주인들, 세입자 못구해 '한숨'
서울 아파트 입주는 역대 최저
2년 뒤엔 1만가구로 '악화일로'
4월 월세 거래량, 첫 전세 추월
반면 공급 가뭄에 시달리는 대다수 지역은 전셋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이 여파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전국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처음으로 전세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후 최악의 공급 가뭄”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구의동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 전용면적 115㎡ 전세는 최근 10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10월 최고가(15억원) 대비 5억원 낮다. 같은 평형 전세 물건은 현재 12억~13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됐고 일부 매물은 11억원까지 내렸다.지난 1월부터 입주한 이 단지는 730가구 규모다. 공급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 연쇄적인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1000가구 넘는 대단지가 입주하면 개별 단지뿐 아니라 주변 지역 단지까지 전셋값이 떨어진다. 투자 수요가 포함된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철저히 실수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은평구가 대표적이다. 은평구 아파트 전셋값은 3월부터 입주한 증산동 ‘DMC센트럴자이’(1388가구)의 영향으로 인근 응암동, 수색동까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DMC센트럴자이 전용 84㎡의 전세보증금은 올초 7억~8억원대였지만 현재 6억5000만~7억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전용 44㎡는 작년 12월 역대 최고가인 5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지난 21일엔 3억9900만원에 계약됐다.
문제는 서울 지역 입주 물량이 역대 최저치 수준이라는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2만2092가구로, 2013년 이후 9년 만의 최저 규모다. 내년엔 2만3975가구, 2024년엔 1만1881가구로 추정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도 문제지만 2년 뒤엔 서울 입주 물량이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전세 수급 상황이 악화일로”라고 말했다.
4월 전국 월세 비중 첫 전세 추월
고가 전세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이어져 온 금리 인상 기조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4월 전국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318건 가운데 월세가 50.4%(13만295건)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 거래량(12만8023건·49.6%)을 웃도는 수치다. 월세 거래량이 50%를 넘어선 건 국토부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1∼4월 누적 기준으로는 월세 비중이 48.7%로, 작년 같은 기간(42.2%)보다 6.5%포인트 뛰었다.
전세의 월세화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다. 4월 기준 서울 임대차 거래량은 7만7372건이고, 이 중 월세는 3만9862건으로 51.5%를 차지했다. 지방도 전체 임대차 거래 8만792건 중 월세 비중이 51.6%(4만1743건)로 나타났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전세는 그동안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했다”며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가속화하면 내 집 마련의 길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