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7곳 중 인천 계양을은 웬만한 광역단체장 선거 이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결과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정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당선되면 오는 8월 당 대표 도전을 거쳐 차기 대권 가도까지 열릴 수 있지만, 낙선할 경우 사실상 정계 은퇴 수순을 밟아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계양을은 인천 내에서도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이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내리 다섯 번이나 당선된 곳이다. 지난 8일 보궐선거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이 위원장도 여기서 여유 있게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마지막까지 초박빙 접전을 벌이며 이 위원장은 체면을 구기고 있다. 케이스탯리서치가 조선일보·TV조선 의뢰로 지난 23~25일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가 48.1%, 윤 후보가 44.4%로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이내였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23~24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후보는 지지율 45.5%로 윤 후보(44.3%)에게 1.2%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예상치 않은 수모에도 일단 선거에서 이겨 원내에 입성하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의원직을 유지하다가 당 대표로 선출돼 당권을 장악한 뒤 대권까지 잡았다. 이 위원장 역시 8월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전망이다. 새 지도부는 22대 총선의 공천권도 갖고 있는 만큼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된다.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성남을 버리고 연고가 없는 인천에 출마해 떨어지면 당에 돌아갈 명분도 약해진다. 이 후보 자신도 지난 23일 길거리 유세 도중 “이번에 지면 정치생명이 끝난다”며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하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는 출마지인 성남 분당갑에서 상대 후보와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 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까지 맡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한 안 후보는 이번에 원내에 진입하면 차기 당권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