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어치 주식을 쓸어 담았다. 외국인이 하루 1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인 건 지난 3월 24일 이후 두 달 만이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사그라들면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된 영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두 달 만에 1조 담았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1조59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5100억원, 585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세 덕분에 0.61% 상승한 2685.90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장 막판 동시호가 시간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대부분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1조1258억원)를 통해 주식을 담았다.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는 미리 구성해 놓은 종목을 바구니째 사는 것이다. 통상 증시 상승세에 베팅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MSCI지수 내 한국 비중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 없는 매수세로 봐야 한다”며 “한국 증시가 오를 것이란 기대에 외국인이 베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펀드 내 보유 종목을 변경(리밸런싱)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식을 더 사들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3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까지 내려온 게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나흘째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봉쇄가 풀리고 있고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자 원화도 이에 동조하는 추세”라며 “4분기께 경기 둔화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전까진 달러 약세와 국내 기업 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