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 내 가상현실(VR) 영상 모의 사격훈련 모습.
서울 서초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 내 가상현실(VR) 영상 모의 사격훈련 모습.
지난 30일 오전 11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 무장한 미상 인원이 침투해 전투가 벌어졌다. 기자도 방탄모를 쓰고 총을 집어든 채 전투에 참여했다. 5분가량 엄폐와 사격을 반복하며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어느새 상황이 종료됐다.

실제가 아니라 서초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 내 가상현실(VR) 영상 모의 사격장에서 이뤄진 훈련이다. 2일부터 재개되는 예비군 소집훈련을 앞둔 국방부는 지난 30일 서초 예비군 훈련장에서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예비군 대상 VR 훈련을 비롯한 각종 훈련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훈련이 중단된 2년 동안 전국 16개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을 구축했다. 올해 전국 지역 예비군 훈련 대상자의 약 40%, 수도권 지역 예비군 훈련 대상자의 약 82%가 과학화 훈련장에서 교육을 받는다.

국내 최초 시행을 앞둔 VR 예비군 훈련은 가상공간에 익숙한 신세대 예비군을 고려해 개발됐다. 서초 예비군 훈련장에선 한남대교, 서초역, 코엑스, 우면산, KT구로지사 등의 가상공간이 무대다. 임무를 수행할 실제 작전 환경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이날 시연 참가자들은 3면 멀티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영상을 보며 분대원들과 함께 화면 속 무장 인원들을 제압했다. 천장에 있는 모션 감지 카메라가 방탄모에 설치된 센서의 움직임을 파악해 머리 움직임에 따라 화면을 보여줬다. 총기는 K2소총이며 무게는 실제와 비슷했다. 사격 때 총기 개머리판 부근에 설치된 공압충전 카트리지가 실사격과 비슷한 수준의 반동을 발생시켜 현장감을 더했다. 다만 화면 속 무장 인원들의 움직임이 단순해 실제 사람의 모습과는 괴리감이 있었다.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시가지 전투 훈련도 공개했다. 마일즈 장비는 실탄 대신 레이저 광선을 발사해 상대편을 명중시키면 강한 빛과 경보음이 울려 살상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장치다. 시가지 전투 훈련장은 서울 강남구 광평로 39길을 모델로 제작한 세트장이다. 시범 장병과 기자들은 황팀과 청팀으로 나눠 전투를 벌였다. 건물 역할을 하는 컨테이너 박스, 상가 간판, 실제 차량 등은 현장감을 더했다. 서초과학화훈련대장 윤광우 중령은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현역 인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인 만큼 예비전력의 전투력 유지를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예비군 전력 강화에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메타버스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2024년까지 총 40개의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이 완성되면 전국 지역 예비군 훈련 대상자의 100%가 과학화 훈련을 받을 전망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국군 현역 장병들은 VR 기술을 전차 훈련, 특전사 강하 훈련 등에 이미 적용하고 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