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미술이 들립니다…네빈 알라닥 '모션 라인즈'
뛰어난 예술가 중에는 공감각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시각과 청각의 결합은 항상 인기 있는 작품 소재다. 김광균의 시 ‘외인촌’에 나오는 구절인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추상미술의 창시자 바실리 칸딘스키가 자신이 들은 음악을 표현한 그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 삼청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네빈 알라닥(50)의 개인전 ‘모션 라인즈’는 설치미술을 통해 이런 공감각적 심상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전시다.

터키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활동하는 알라닥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와 독일 베를린 국립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하는 등 유럽 지역에서 명성이 높은 설치작가다. 그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제목인 ‘모션 라인’은 애니메이션에 사용되는 표현 효과의 일종이다. 음악과 형태, 움직임이 결합된 생생한 공감각적 이미지를 뜻한다.

전시장에는 올해 작업한 신작 6점을 비롯해 모두 13점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작품은 벽면을 가득 채운 악보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마지막 악장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 ‘행진곡’이다. 머리만 있는 음표들은 스위스 바젤 역사박물관에 소장된 19세기 포탄을 가공한 것이다. 김민정 큐레이터는 “모차르트 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눈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 앞에 있는 ‘공명기’ ‘현악기 공명기’ ‘타악기 공명기’는 직선과 대각선, 원과 삼각형 등 기하학적 형태들로 만들어낸 조각 미술 작품이자 실제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다. 작가가 전문 악기 제작자와 협업해 만들었다. 예컨대 공명기는 하프와 만돌린, 어쿠스틱 기타와 차임 등 여러 현악기와 타악기 소리를 낼 수 있다. 오는 4일과 다음달 2일에는 거문고 연주자인 황진아와 전통 타악기 연주자인 김해나가 이 세 작품을 연주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전시장에서는 청각을 주제로 한 영상 작품인 ‘세션’과 ‘흔적’, 콜라주 작품인 ‘소셜 패브릭’과 ‘잘리’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다음달 24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