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숲에서 아직 나오지 못했다" 다시 갈 길 잃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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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뜨겁게 반등했던 증시 분위기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가 끝난 뒤 열린 31일(미 동부 시간) 살짝 식었습니다.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하루 종일 보합선을 오락가락하다가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0.67%, S&p500 지수는 0.63% 내렸고 나스닥은 0.41% 하락했습니다. 5월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힘든 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급반등으로 인해 다우, S&P500 지수는 이달 초와 같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나스닥만이 2.1% 떨어진 채 5월을 마쳤습니다.
지난주 반등은 미 중앙은행, Fed의 매파적 성향이 정점에 달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게 핵심이었습니다. 즉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6, 7월 50bp 인상 방안에 대부분 위원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고 75bp 인상은 거론되지 않았죠. 그리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가 오는 9월 기준금리 인상이 일시 중단될 수 있다는 발언한 게 Fed의 매파 본능이 한계에 달했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습니다. 게다가 지난주 발표된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소폭이지만 3월보다 낮아져 '인플레이션 정점론'을 뒷받침했습니다.
하지만 전날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에 가까워질 때까지 50bp 인상안을 테이블 위에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달아오른 증시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었습니다. 월가 대부분 금융사는 올해 말 근원 PCE 물가를 3% 이상으로 예상합니다. 50bp 인상이 연말 혹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월러 이사는 "나는 여러 번의 회의에서 50bp 인상을 지지한다"라며 "만약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근원 물가가 금세 충분히 사그라들어 목표인 2%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 "Fed에겐 지금 인플레이션이 공급에 의한 것인지, 수요에 의한 것인지는 상관이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15분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불러 만났습니다. 지난해 11월 재선임 발표를 앞두고 만난 지 6개월 만인데요. 미팅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블룸버그는 "What can we do?" 미팅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도대체 뭘 할 수 있나?" 따져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입니다. 일부에선 이런 만남이 파월 의장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지율이 곤두박질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책임이 분명히 Fed에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팅 전 "인플레이션에 관한 내 계획은 Fed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기본 입장에서 출발한다"라고 밝혔고, 면담에선 "Fed가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도록 활동 공간을 보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경제고문 브리핑). 그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에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한 나의 계획'이라는 기고문을 실었는데요. 이 글에서도 물가 안정의 최우선 책임이 Fed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간섭하지는 않되 높은 물가는 반드시 잡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Fed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인플레이션을 잡으라는 겁니다. 이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여기에 이날 아침 유럽에선 유로존의 5월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8.1% 상승한 것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월가 예상인 7.8%도 크게 웃돌았습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은 이날 해상으로 수입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부분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불타는 유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24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날 오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러시아를 산유량 합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란 뉴스를 보도하면서 상승 폭을 줄이긴 했지만 그래도 전날보다 1%가량 오른 배럴당 122.8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OPEC+ 합의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OPEC 회원국의 산유량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OPEC+는 오는 2일 정례 월간 회의를 엽니다. 인플레이션 우려, Fed의 매파 성향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면서 지난주 내내 2.7%대 중반에서 안정되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2.8%대로 뛰었습니다. 한때 2.88%까지 치솟기도 했고요. 금리 상승엔 내일부터 시작되는 양적 긴축(QT)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17~2019년 첫 QT 당시 최대 상한선이었던 월 500억 달러와 비슷한 월 475억 달러 규모로 6~8월 석 달간 감축한 뒤 9월부터는 두 배인 950억 달러 규모를 줄이기 시작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지난주 "증시 지표가 극단적 약세 영역에 있고 200일 이동평균선에 비해 과매도 된 주식들이 많아 거래 가능한(Tradable) 한 반등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너무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S&P500 지수가 4200보다 높아지면 사그라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랠리가 베어마켓 랠리라는 주장은 월가의 컨센서스입니다. 사실상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이 랠리가 단기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UBS는 "지난주의 상황은 긍정적이었다"라면서도 "긍정적인 일주일은 최근의 변동성을 종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발혔습니다. "금리, 경기 침체 및 중국 러시아 관련 지정학적 위험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라는 설명입니다. 블리클리투자자문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 긴축적 통화정책, 금리 인상과 같은 핵심적 오버행 이슈에서 보면 여전히 숲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짐 비앙코 비앙코리서치 설립자는 "정말 Fed가 9월에 긴축을 끝내려면 유가 하락, 그리고 오는 4일 몹시 나쁜 5월 고용보고서와 떨어지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하지만 유가는 치솟고 있고 5월 신규고용은 32만50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은 16.5배까지 떨어졌다가 급반등하면서 다시 17.5배로 높아졌습니다. 가격적 매력이 사라진 것입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전략가는 "S&P500 지수의 P/E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낮아졌었고 20년 평균보다도 1.1% 적었다"라며 반등이 불가피했음을 주장했었습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이번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비관론자이죠.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주장은 모든 '베어마켓 랠리' 논리의 집대성입니다. 그는 "추가 5% 상승은 나타날 수 있지만, 베어마켓 랠리 이상의 사례를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윌슨은 "시장이 자신의 최소 하방 목표였던 16.5배 P/E와 S&P500 지수 3800까지 떨어져 과매도 상태가 된 것을 고려할 때 약간의 안도 랠리를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상승세는 최대 4250~4300포인트에 도달하면 끝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지난주 랠리는 결국은 또 다른 베어마켓 랠리로 끝날 것"이라며 "우리가 이렇게 주장하는 펀더멘털의 핵심은 성장이 느려지고 있고, 기업 이익에 대한 추정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윌슨은 "이번 랠리의 주요 근거는 Fed가 9월에 기준금리 인상의 일시 중지를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은 Fed가 좋아하기엔 너무 높아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무엇이든 간에 주식의 하락 추세를 바꾸기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Fed가 인플레이션 통제 목표에 벌써 근접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긴축의 고삐를 계속 조일 것이라는 얘기죠.
윌슨은 다음 시장 움직임을 어떻게 예상할까요? 그는 "다음 약세장으로 향하는 전환점은 다음 FOMC 회의(6월 14~15일)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서 Fed는 비둘기파적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황이 6, 7월에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오는 8월 중순 2분기 어닝시즌이 끝날 때 S&P500 지수는 3400에 근접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캔터피츠제럴드의 에릭 존스턴 크로스에셋 파생상품 헤드는 최근 단기 랠리 가능성을 제기했던 사람입니다. 5월에 8~10%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지요. 기관투자자의 주식 비중이 너무 낮고, 투자자 심리가 최악이었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인플레이션 전망이 개선되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날 CNBC에 출연해 "지금은 주식의 위험보상 프리미엄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라며 단기 랠리가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4300까지 간다면 이는 P/E가 다시 19배까지 높아지는 것인데 2.85%에 달하는 10년물 금리와 비교하면 너무 비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존스턴은 "사람들이 P/E가 22배에서 17.5배까지 떨어졌다고 말하지만 그사이 금리는 50bp가 넘게 올랐다. 바로 직전 10년물 금리가 2.85%였던 때는 2018년이었는데 그 당시 P/E는 14배 수준이었다. 지금 P/E를 대입하면 S&P500 지수는 3200이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2분기 어닝시즌이 큰 하락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환경에서 기업들의 비용은 급증하고 있으며 재고는 증가하고 판매는 둔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6월 말부터 부정적 가이던스 발표가 나오고 7월에는 실제 실적이 부정적으로 나올 수 있다"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기업 이익이 줄어들 때 시장은 정말로 타격을 입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BCA리서치의 시나리오도 비슷합니다. "지속 가능한 반등을 위한 모든 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Fed가 방향을 바꿀 것이란 희망에 대한 랠리는 단기에 끝나고 다음 단계는 넓은 박스권에서 하락하는 장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그 이유로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옮겨가고 있다"라며 "성장 둔화는 기업 이익이나 미국 국내총생산(GDP) 모두에서 컨센서스 기대치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으며, 이제 투자등급 하락과 실적의 부정적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모든 베어마켓 랠리 주장엔 Fed가 긴축을 통해 유도하는 경제 성장 둔화가 기업 실적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루 시트 멀티애셋 전략가는 "시장이 인플레이션보다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며, 우리는 경제 성장의 급격한 감속을 예상한다. 시장의 단기 반등은 가능하지만, 문제들이 전정으로 사라지는 걸 보기 전에 기업 이익에 대한 보다 보수적 추정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경제 성장은 느려지고 있습니다. 연일 발표되는 각종 경제 지표는 이를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이날 5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6.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4월 108.6보다 소폭 낮아졌습니다. 또 댈러스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텍사스 제조업 지수는 -7.3을 기록해 위축 영역으로 떨어졌습니다. 전달의 1.1, 예상치 1.5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신규 수주와 배송시간, 임금, 노동시간, 설비투자가 모두 감소했습니다. 특히 문제인 것은 최근 뉴욕과 필라델피아, 리치몬드, 캔자스시티에 이어 댈러스까지 5대 주요 연은의 경제활동 조사 결과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뉴욕 연은이 집계하는 5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11.6을 기록해 전월 치인 24.6에서 35포인트 이상 급락했었지요. 이들은 경기 선행지수입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주요 연은의 경제활동 지수가 5월에 대폭 낮아졌는데 이는 2020년 팬데믹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경제 지표가 꺾어지자 씨티가 집계하는 이코노믹 서프라이즈 지수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갤럽의 5월 경제 신뢰 지수도 -45를 기록했습니다. 이것도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이는 Fed가 바라는 것일 수 있습니다. 경제 성장이 느려져야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물론 Fed는 아직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날 나온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3월 전미주택가격지수는 연율 20.6% 상승해 1987년 조사 시작 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치(20%)도 훌쩍 넘어섰습니다.
모든 경기 둔화가 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아직은 경기 침체를 걱정할 때는 아니다"라면서 "경기가 둔화한다는 게 바로 침체된다는 게 아니다. 침체 전까지는 커다란 중간지대(middle ground)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비슷한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최근 경제 지표는 경제에 대한 인식과 실제 비즈니스 활동 사이의 단절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새로운 부정적 충격이 구체화하지 않는 한 올해 경제활동이 크게 둔화될 것이란 시장 공포가 과장된 것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기업 어닝에 대해서도 "1분기 어닝시즌은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좋았다.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 성장률은 전년 동기보다 17%나 증가했고 이에 힘입어 월가 추정을 6%포인트나 상회했다. 그리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결과에 따라 향후 기업들의 매출과 투자가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앞으로 물가, 고용 등 경제 지표가 나올 때마다 미국 경제가 Fed가 원하는 수준으로 느려지고 있는지, 아니면 그보다 덜 혹은 더 둔화하고 있는지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계속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완화, 혹은 경기 침체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갖게 되려면 최소 몇 달 동안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엔 내일 발표될 미국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그리고 4일 나올 5월 고용보고서가 중요합니다. ISM의 PMI는 경제뿐 아니라 시장과도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월가는 54.5로 전달 55.4에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5월 신규고용은 32만5000개 중가해 지난달 42만8000개보다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강력한 수치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하루 종일 보합선을 오락가락하다가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0.67%, S&p500 지수는 0.63% 내렸고 나스닥은 0.41% 하락했습니다. 5월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힘든 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급반등으로 인해 다우, S&P500 지수는 이달 초와 같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나스닥만이 2.1% 떨어진 채 5월을 마쳤습니다.
지난주 반등은 미 중앙은행, Fed의 매파적 성향이 정점에 달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게 핵심이었습니다. 즉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6, 7월 50bp 인상 방안에 대부분 위원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고 75bp 인상은 거론되지 않았죠. 그리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가 오는 9월 기준금리 인상이 일시 중단될 수 있다는 발언한 게 Fed의 매파 본능이 한계에 달했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습니다. 게다가 지난주 발표된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소폭이지만 3월보다 낮아져 '인플레이션 정점론'을 뒷받침했습니다.
하지만 전날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에 가까워질 때까지 50bp 인상안을 테이블 위에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달아오른 증시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었습니다. 월가 대부분 금융사는 올해 말 근원 PCE 물가를 3% 이상으로 예상합니다. 50bp 인상이 연말 혹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월러 이사는 "나는 여러 번의 회의에서 50bp 인상을 지지한다"라며 "만약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근원 물가가 금세 충분히 사그라들어 목표인 2%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 "Fed에겐 지금 인플레이션이 공급에 의한 것인지, 수요에 의한 것인지는 상관이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15분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불러 만났습니다. 지난해 11월 재선임 발표를 앞두고 만난 지 6개월 만인데요. 미팅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블룸버그는 "What can we do?" 미팅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도대체 뭘 할 수 있나?" 따져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입니다. 일부에선 이런 만남이 파월 의장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지율이 곤두박질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책임이 분명히 Fed에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팅 전 "인플레이션에 관한 내 계획은 Fed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기본 입장에서 출발한다"라고 밝혔고, 면담에선 "Fed가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도록 활동 공간을 보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경제고문 브리핑). 그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에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한 나의 계획'이라는 기고문을 실었는데요. 이 글에서도 물가 안정의 최우선 책임이 Fed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간섭하지는 않되 높은 물가는 반드시 잡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Fed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인플레이션을 잡으라는 겁니다. 이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여기에 이날 아침 유럽에선 유로존의 5월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8.1% 상승한 것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월가 예상인 7.8%도 크게 웃돌았습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은 이날 해상으로 수입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부분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불타는 유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24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날 오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러시아를 산유량 합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란 뉴스를 보도하면서 상승 폭을 줄이긴 했지만 그래도 전날보다 1%가량 오른 배럴당 122.8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OPEC+ 합의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OPEC 회원국의 산유량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OPEC+는 오는 2일 정례 월간 회의를 엽니다. 인플레이션 우려, Fed의 매파 성향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면서 지난주 내내 2.7%대 중반에서 안정되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2.8%대로 뛰었습니다. 한때 2.88%까지 치솟기도 했고요. 금리 상승엔 내일부터 시작되는 양적 긴축(QT)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17~2019년 첫 QT 당시 최대 상한선이었던 월 500억 달러와 비슷한 월 475억 달러 규모로 6~8월 석 달간 감축한 뒤 9월부터는 두 배인 950억 달러 규모를 줄이기 시작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지난주 "증시 지표가 극단적 약세 영역에 있고 200일 이동평균선에 비해 과매도 된 주식들이 많아 거래 가능한(Tradable) 한 반등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너무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S&P500 지수가 4200보다 높아지면 사그라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랠리가 베어마켓 랠리라는 주장은 월가의 컨센서스입니다. 사실상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이 랠리가 단기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UBS는 "지난주의 상황은 긍정적이었다"라면서도 "긍정적인 일주일은 최근의 변동성을 종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발혔습니다. "금리, 경기 침체 및 중국 러시아 관련 지정학적 위험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라는 설명입니다. 블리클리투자자문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 긴축적 통화정책, 금리 인상과 같은 핵심적 오버행 이슈에서 보면 여전히 숲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짐 비앙코 비앙코리서치 설립자는 "정말 Fed가 9월에 긴축을 끝내려면 유가 하락, 그리고 오는 4일 몹시 나쁜 5월 고용보고서와 떨어지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하지만 유가는 치솟고 있고 5월 신규고용은 32만50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은 16.5배까지 떨어졌다가 급반등하면서 다시 17.5배로 높아졌습니다. 가격적 매력이 사라진 것입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전략가는 "S&P500 지수의 P/E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낮아졌었고 20년 평균보다도 1.1% 적었다"라며 반등이 불가피했음을 주장했었습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이번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비관론자이죠.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주장은 모든 '베어마켓 랠리' 논리의 집대성입니다. 그는 "추가 5% 상승은 나타날 수 있지만, 베어마켓 랠리 이상의 사례를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윌슨은 "시장이 자신의 최소 하방 목표였던 16.5배 P/E와 S&P500 지수 3800까지 떨어져 과매도 상태가 된 것을 고려할 때 약간의 안도 랠리를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상승세는 최대 4250~4300포인트에 도달하면 끝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지난주 랠리는 결국은 또 다른 베어마켓 랠리로 끝날 것"이라며 "우리가 이렇게 주장하는 펀더멘털의 핵심은 성장이 느려지고 있고, 기업 이익에 대한 추정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윌슨은 "이번 랠리의 주요 근거는 Fed가 9월에 기준금리 인상의 일시 중지를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은 Fed가 좋아하기엔 너무 높아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무엇이든 간에 주식의 하락 추세를 바꾸기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Fed가 인플레이션 통제 목표에 벌써 근접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긴축의 고삐를 계속 조일 것이라는 얘기죠.
윌슨은 다음 시장 움직임을 어떻게 예상할까요? 그는 "다음 약세장으로 향하는 전환점은 다음 FOMC 회의(6월 14~15일)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서 Fed는 비둘기파적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황이 6, 7월에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오는 8월 중순 2분기 어닝시즌이 끝날 때 S&P500 지수는 3400에 근접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캔터피츠제럴드의 에릭 존스턴 크로스에셋 파생상품 헤드는 최근 단기 랠리 가능성을 제기했던 사람입니다. 5월에 8~10%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지요. 기관투자자의 주식 비중이 너무 낮고, 투자자 심리가 최악이었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인플레이션 전망이 개선되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날 CNBC에 출연해 "지금은 주식의 위험보상 프리미엄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라며 단기 랠리가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4300까지 간다면 이는 P/E가 다시 19배까지 높아지는 것인데 2.85%에 달하는 10년물 금리와 비교하면 너무 비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존스턴은 "사람들이 P/E가 22배에서 17.5배까지 떨어졌다고 말하지만 그사이 금리는 50bp가 넘게 올랐다. 바로 직전 10년물 금리가 2.85%였던 때는 2018년이었는데 그 당시 P/E는 14배 수준이었다. 지금 P/E를 대입하면 S&P500 지수는 3200이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2분기 어닝시즌이 큰 하락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환경에서 기업들의 비용은 급증하고 있으며 재고는 증가하고 판매는 둔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6월 말부터 부정적 가이던스 발표가 나오고 7월에는 실제 실적이 부정적으로 나올 수 있다"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기업 이익이 줄어들 때 시장은 정말로 타격을 입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BCA리서치의 시나리오도 비슷합니다. "지속 가능한 반등을 위한 모든 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Fed가 방향을 바꿀 것이란 희망에 대한 랠리는 단기에 끝나고 다음 단계는 넓은 박스권에서 하락하는 장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그 이유로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옮겨가고 있다"라며 "성장 둔화는 기업 이익이나 미국 국내총생산(GDP) 모두에서 컨센서스 기대치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으며, 이제 투자등급 하락과 실적의 부정적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모든 베어마켓 랠리 주장엔 Fed가 긴축을 통해 유도하는 경제 성장 둔화가 기업 실적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루 시트 멀티애셋 전략가는 "시장이 인플레이션보다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며, 우리는 경제 성장의 급격한 감속을 예상한다. 시장의 단기 반등은 가능하지만, 문제들이 전정으로 사라지는 걸 보기 전에 기업 이익에 대한 보다 보수적 추정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경제 성장은 느려지고 있습니다. 연일 발표되는 각종 경제 지표는 이를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이날 5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6.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4월 108.6보다 소폭 낮아졌습니다. 또 댈러스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텍사스 제조업 지수는 -7.3을 기록해 위축 영역으로 떨어졌습니다. 전달의 1.1, 예상치 1.5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신규 수주와 배송시간, 임금, 노동시간, 설비투자가 모두 감소했습니다. 특히 문제인 것은 최근 뉴욕과 필라델피아, 리치몬드, 캔자스시티에 이어 댈러스까지 5대 주요 연은의 경제활동 조사 결과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뉴욕 연은이 집계하는 5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11.6을 기록해 전월 치인 24.6에서 35포인트 이상 급락했었지요. 이들은 경기 선행지수입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주요 연은의 경제활동 지수가 5월에 대폭 낮아졌는데 이는 2020년 팬데믹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경제 지표가 꺾어지자 씨티가 집계하는 이코노믹 서프라이즈 지수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갤럽의 5월 경제 신뢰 지수도 -45를 기록했습니다. 이것도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이는 Fed가 바라는 것일 수 있습니다. 경제 성장이 느려져야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물론 Fed는 아직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날 나온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3월 전미주택가격지수는 연율 20.6% 상승해 1987년 조사 시작 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치(20%)도 훌쩍 넘어섰습니다.
모든 경기 둔화가 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아직은 경기 침체를 걱정할 때는 아니다"라면서 "경기가 둔화한다는 게 바로 침체된다는 게 아니다. 침체 전까지는 커다란 중간지대(middle ground)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비슷한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최근 경제 지표는 경제에 대한 인식과 실제 비즈니스 활동 사이의 단절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새로운 부정적 충격이 구체화하지 않는 한 올해 경제활동이 크게 둔화될 것이란 시장 공포가 과장된 것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기업 어닝에 대해서도 "1분기 어닝시즌은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좋았다.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 성장률은 전년 동기보다 17%나 증가했고 이에 힘입어 월가 추정을 6%포인트나 상회했다. 그리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결과에 따라 향후 기업들의 매출과 투자가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앞으로 물가, 고용 등 경제 지표가 나올 때마다 미국 경제가 Fed가 원하는 수준으로 느려지고 있는지, 아니면 그보다 덜 혹은 더 둔화하고 있는지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계속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완화, 혹은 경기 침체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갖게 되려면 최소 몇 달 동안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엔 내일 발표될 미국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그리고 4일 나올 5월 고용보고서가 중요합니다. ISM의 PMI는 경제뿐 아니라 시장과도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월가는 54.5로 전달 55.4에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5월 신규고용은 32만5000개 중가해 지난달 42만8000개보다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강력한 수치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