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Fed의 사상 최대 양적긴축 시행을 앞두고 Fed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제롬 파월 Fed 의장과 회동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인플레이션 대응은 Fed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직접 만난 것은 파월 의장의 연임을 결정한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미국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Fed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Fed에 떠넘기려는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Fed 전현직 의장들도 “인플레이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뒤늦게 인정하며 출구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 책임론이 ‘핑퐁게임’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회동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수개월 동안 측근들에게 인플레이션 대응 노력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피해를 줄이고 인플레이션에 대비한다는 행보를 보여주려 Fed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회동에 배석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앞서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좀 더 일찍 올렸어야 했다”며 인플레이션 대응이 늦었다는 점을 인정한 데 이어 전직 Fed 의장인 옐런 장관도 본인의 오판을 시인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인플레이션 위협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당시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지난해 5월 하원 세출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으로 고질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는 오판 이유에 대해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오르고 공급 병목 현상을 가져온 예기치 못한 큰 충격이 경제에 닥쳤다”며 “이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파월 의장은 미국 팟캐스트 마켓플레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사건들이 내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제가 연착륙할지는 Fed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오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