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프에블라 진화 박물관에 전시된 메갈로돈 모형. /사진=연합뉴스
멕시코 프에블라 진화 박물관에 전시된 메갈로돈 모형. /사진=연합뉴스
몸의 길이가 최대 20m에 달한 고대 바다의 포식자 '메갈로돈(Otodus megalodon)'이 백상아리 때문에 멸종했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연구의 가설이 맞다면 몸길이가 최대 6.5m에 불과한 백상아리가 메갈로돈과의 먹이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는 최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 연구원 예레미 맥코르마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을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메갈로돈과 백상아리 이빨의 에나멜(법랑질)에 쌓인 아연의 안정 동위원소(66Zn) 값을 토대로 '영양단계(trophic level)'를 분석한 결과, 메갈로돈이 백상아리아와의 먹이경쟁에서 밀려 멸종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동물의 이빨에 축적되는 물질을 통해 먹이사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나타내는 영양단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상아질에 있는 유기 조직인 콜라젠의 질소 동위원소를 분석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되지만, 콜라젠이 오래 보존되지 않아 활용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아질을 덮고 있는 에나멜의 아연 동위원소를 활용한 분석을 시도했다.
플라이오세 초기에 멸종한 메갈로돈(왼쪽)과 현대 백상아리 이빨 비교. /사진=연합뉴스
플라이오세 초기에 멸종한 메갈로돈(왼쪽)과 현대 백상아리 이빨 비교. /사진=연합뉴스
연구팀은 먼저 중신세 초기(2040만∼1600만 년 전)와 플라이오세 초기(530만∼360만년 전) 멸종 고대 상어 13종과 현대 상어 20종의 이빨에 남은 아연 동위원솟값을 분석해 화석종과 현대 근연종 간에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아연 동위원소 분석법에 대한 확신을 제고하는 것으로, 해양 먹이사슬에서 위치를 파악할 때 아연 동위원솟값이 질소 동위원솟값과 작은 차이밖에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이후 연구팀은 메갈로돈과 백상아리의 아연 동위원소 값을 비교해 이들이 공존하던 플라이오세 초기에 각각 최상위 포식자로 영양단계가 겹친다는 점을 밝혔다.

두 종류의 상어가 해양 포유류를 놓고 먹이경쟁을 벌였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메갈로돈은 약 2300만전 전부터 360만년 전까지 살다 멸종했고, 다양한 멸종 원인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메갈로돈의 멸종에는 기후나 환경변화 등과 같은 다양한 잠재적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백상아리와의 먹이경쟁이 멸종을 가져온 한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는 아연 동위원소를 이용해 수백만년 전 멸종한 동물의 먹이와 영양단계를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이 같은 방법은 인류의 조상을 포함한 다른 화석 동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