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카본 "항공기 부품사 품고 유럽 진출 본격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같은 복합소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한국카본은 지난달 24일 건자재기업 LX하우시스의 자회사인 슬로바키아 항공기 부품 제조사 C2I 지분 100%를 인수했다. 조문수 한국카본 회장(사진)은 지난달 31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번 C2I 인수계약은 항공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항공기 날개와 드론, 인공위성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특수소재를 개발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한국카본은 CFRP·GFRP 같은 복합소재를 연간 21만㎢ 가까이 생산하는 국내 1위 기업이다. 주 고객사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회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국 걸프스트림 등 항공기 제조회사다. 올해 매출은 작년 대비 약 11% 감소한 3275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영업이익은 215억원이다. 업계 특성상 계약 후 약 2년 뒤에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선박 발주가 적었던 탓이다.

CFRP는 탄소 분자가 사슬처럼 이어진 실로 짠 탄소섬유에 합성수지를 합쳐 제조한 복합소재다. 무게는 강철의 5분의 1 수준이면서 강도는 강철의 10배 이상이다. 낚싯대부터 자동차 경량화 소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저장탱크까지 사용된다.

한국카본 "항공기 부품사 품고 유럽 진출 본격화"
한국카본의 주력 제품은 LNG·액화수소 운반선용 보랭자재(RSB·FSB·MLI)다. CFRP·GFRP에 추가로 니켈강, 스테인리스강, 폴리우레탄 등 여러 소재를 겹쳐 제조하는 보랭자재는 액화수소 기준 영하 253도까지 견딘다. 조 회장은 “열에 의해 소재가 수축·팽창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열팽창계수를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은 한국카본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C2I 인수로 한국카본의 항공산업 진출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국카본은 2014년부터 항공기용 복합소재 사업 진출을 준비했고, 2018년엔 이스라엘 국영방산업체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과 합작사 KAT를 설립하며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작년 8월 걸프스트림의 중형 제트기 G280의 꼬리날개 구조물 공급계약을 290억원 규모로 체결했다. 조 회장은 “항공기 내장재 및 자동차 경량화 부품 제조기업 C2I 인수로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박형 탄소섬유복합소재(CUPF)를 개발하며 우주로도 진출하고 있다. CUPF는 기존 CFRP 두께의 12분의 1(0.1㎜)에 불과하다. 같은 크기의 제품을 만들 때 20% 이상 경량화할 수 있다. 조 회장은 “한국 차세대 중형위성 본체에 제품을 적용하기 위해 KAI와 각종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한국카본이 LNG·액화수소 운반선 수주량 증가와 항공·우주 등 신사업 진출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한국카본이 내년에 매출 4337억원에 영업이익 406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대비 각각 30%,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