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길곤의 데이터로 본 세상] '공공기관 개혁' 과학적 근거로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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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관 임직원 1년 전보다 8천명 늘어
근거 없이 당위성으로 혁신 강요는 위험
구체적 근거로 분석 땐 문제 원인도 보여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근거 없이 당위성으로 혁신 강요는 위험
구체적 근거로 분석 땐 문제 원인도 보여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혁신은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최근 정부 비효율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공공기관 개혁을 시작으로 정부를 개혁하려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ALIO)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직원은 44만 명(2021년 12월 기준)이고 1년 전보다 약 8000명 늘었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공기업 인력은 384명 증가한 반면 준정부기관은 3552명, 기타공공기관은 4013명이나 늘었다. 2017년 대비 2021년 정원 증가를 보더라도 시장형 공기업이 9.7% 늘 때 기타공공기관은 49.8% 증가했다.
이 자료만 보면 당장 기타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많은 기타공공기관이 생겼는지 생각해보면 문제가 좀 복잡해진다. 우리나라 공기업 중 2005년 이후에 생긴 시장형 공기업은 하나도 없으며 준시장형 공기업은 3.4%만이 2006년 이후 신설됐다. 그런데 기타공공기관은 41.5%가 2006년 이후에 만들어졌다. 대부분 정부 부처가 부처 업무를 대신 집행해줄 하위기관으로 설립한 것이다.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의 16.9%도 2006년 이후에 세워졌다. 거대한 기타공공기관은 스스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가 만든 것이다. 더 많은 경쟁을 위해서는 대학과 민간 조직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부처의 입장에서는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방만한 예산도 혁신 대상이다. 정부는 매년 5년짜리 중기재정계획을 짠 뒤 재정수지 운영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다. 보통은 당해 연도에 발생한 적자는 중장기적으로 줄이거나 흑자를 달성해 상쇄하는 방향으로 재정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정부의 재정적자 문제는 이미 2017년 이전부터 예고된 일이며, 이 추세는 지난해까지 지속됐다. 올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만을 합한 국가채무(D1)는 공공기관 등의 채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각종 재정사업, 복지사업, 연구개발(R&D),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강력하다.
물론 정부는 방만한 재정적자 감축을 각 부처에 강력히 지시할 수 있다. 어떤 지출을 어떻게 줄여야 할까? 거시적으로는 규모가 큰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62조원 규모 2차 추경을 편성했다. 미시적으로는 재정적자 감축 대상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장애물이 존재한다. 정부 사업 중 어떤 사업의 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예산 데이터는 정부 부처가 바뀔 때마다 각 부처의 세부 사업 코드가 바뀌는 바람에 사업에 드는 비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세부 사업의 성과 정보도 함께 입력돼 있지 않으니 어느 사업을 폐지할지, 혹은 축소할지 판단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위 정권의 의지를 반영한 사업은 비효율적이더라도 살아남고, 이해관계자가 적은 미래지향적 사업은 축소 혹은 폐지된다. 결국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 예산 혁신이 추진될 위험이 커진다.
혁신 선도자는 변화를 강요하기보다 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설득을 위해서는 막연히 ‘재정적자가 문제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다’라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근거와 과학적인 분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근거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를 분석하다 보면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의 상당 부분이 혁신 선도자 자신에게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길 것이다. ‘근거 기반 혁신’을 위한 노력 없이 변화의 당위성만으로 공공기관이나 정부 각 부처의 혁신을 강요하는 순간 우리는 김수영 시인의 ‘풀’처럼 ‘바람보다도 빨리 눕는’ 공무원의 모습을 이번 정부에서 또 만나게 될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ALIO)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직원은 44만 명(2021년 12월 기준)이고 1년 전보다 약 8000명 늘었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공기업 인력은 384명 증가한 반면 준정부기관은 3552명, 기타공공기관은 4013명이나 늘었다. 2017년 대비 2021년 정원 증가를 보더라도 시장형 공기업이 9.7% 늘 때 기타공공기관은 49.8% 증가했다.
이 자료만 보면 당장 기타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많은 기타공공기관이 생겼는지 생각해보면 문제가 좀 복잡해진다. 우리나라 공기업 중 2005년 이후에 생긴 시장형 공기업은 하나도 없으며 준시장형 공기업은 3.4%만이 2006년 이후 신설됐다. 그런데 기타공공기관은 41.5%가 2006년 이후에 만들어졌다. 대부분 정부 부처가 부처 업무를 대신 집행해줄 하위기관으로 설립한 것이다.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의 16.9%도 2006년 이후에 세워졌다. 거대한 기타공공기관은 스스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가 만든 것이다. 더 많은 경쟁을 위해서는 대학과 민간 조직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부처의 입장에서는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방만한 예산도 혁신 대상이다. 정부는 매년 5년짜리 중기재정계획을 짠 뒤 재정수지 운영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다. 보통은 당해 연도에 발생한 적자는 중장기적으로 줄이거나 흑자를 달성해 상쇄하는 방향으로 재정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정부의 재정적자 문제는 이미 2017년 이전부터 예고된 일이며, 이 추세는 지난해까지 지속됐다. 올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만을 합한 국가채무(D1)는 공공기관 등의 채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각종 재정사업, 복지사업, 연구개발(R&D),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강력하다.
물론 정부는 방만한 재정적자 감축을 각 부처에 강력히 지시할 수 있다. 어떤 지출을 어떻게 줄여야 할까? 거시적으로는 규모가 큰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62조원 규모 2차 추경을 편성했다. 미시적으로는 재정적자 감축 대상을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장애물이 존재한다. 정부 사업 중 어떤 사업의 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예산 데이터는 정부 부처가 바뀔 때마다 각 부처의 세부 사업 코드가 바뀌는 바람에 사업에 드는 비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세부 사업의 성과 정보도 함께 입력돼 있지 않으니 어느 사업을 폐지할지, 혹은 축소할지 판단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위 정권의 의지를 반영한 사업은 비효율적이더라도 살아남고, 이해관계자가 적은 미래지향적 사업은 축소 혹은 폐지된다. 결국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 예산 혁신이 추진될 위험이 커진다.
혁신 선도자는 변화를 강요하기보다 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설득을 위해서는 막연히 ‘재정적자가 문제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다’라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근거와 과학적인 분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근거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를 분석하다 보면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의 상당 부분이 혁신 선도자 자신에게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길 것이다. ‘근거 기반 혁신’을 위한 노력 없이 변화의 당위성만으로 공공기관이나 정부 각 부처의 혁신을 강요하는 순간 우리는 김수영 시인의 ‘풀’처럼 ‘바람보다도 빨리 눕는’ 공무원의 모습을 이번 정부에서 또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