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도서전 3년만에 정상화
예매만 2만명…20만명 찾을 듯
코로나 이전보다 67% 늘어
국내외 출판사 195곳 부스
'나만의 오디오북' 등 이색 체험
김영하·은희경 등 릴레이 강연
"도서전 계기로 북 콘서트 등
오프라인 행사 재개될 것"
이날 행사는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제대로 열지 못했던 서울국제도서전이 3년 만에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전국의 ‘책 마니아’들이 총출동했다. 충북 청주에서 부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신명구 씨(36)는 “SF문학 관련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상경했다”고 말했다.
“5일간 20만 명 찾을 듯”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약 2만 명이 서울국제도서전을 사전예매했다고 이날 밝혔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1만2000명)보다 67% 늘어난 규모다. 출판협 관계자는 “대다수 관람객이 현장에서 표를 사는 점을 감안하면 행사 기간(5일) 총 방문객 수는 2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반걸음’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반걸음이라도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았다.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개막식에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타는 목마름’과 같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독자가 도서전을 찾은 걸 보고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이날 ‘책은 건축물이다’를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우리의 예상과 달리 책은 코로나19에도 굳건하게 살아남았다”며 “바이러스에 취약한 우리 몸은 집으로 퇴각하고, 우리의 정신은 책으로 도피한 것”이라고 했다.
올해 도서전에는 국내외 출판사와 문학원 등 195곳이 부스를 차렸다.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는 건 기본이다. 이색 체험도 할 수 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누구나 좋아하는 책을 낭독한 뒤 이를 ‘나만의 오디오북’으로 소장할 수 있는 녹음 부스도 마련됐다. 《언어의 온도》 일부 구절을 녹음한 대학생 황세원 씨(22)는 “내 목소리로 내가 좋아하는 책 구절을 녹음한 뒤 언제든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은행나무 부스 앞에 마련된 ‘문학 자판기’에도 관람객이 몰렸다. 자판기에 있는 2개의 버튼(‘짧은 글’ 또는 ‘긴 글’) 중 하나를 누르면 즉석에서 무작위로 시, 소설 등 문학작품 속 한 토막이 영수증 모양의 작은 종이에 출력돼 나온다. 긴 글이라고 해봤자 몇 줄짜리 한 구절이다.
출판계 오프라인 행사 기지개
출판사에 도서전은 새로 기획한 책을 독자에게 선보이는 자리인 동시에 향후 내놓을 책을 구입할 ‘상상 속 독자’를 대면할 기회이기도 하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편집자들은 늘 독자를 생각하고 궁금해하지만 막상 독자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다”며 “도서전은 독자와 스킨십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국내 출판사들은 이날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에 맞춰 따끈따끈한 신간 10권을 ‘여름, 첫 책’이란 이름으로 선보였다. 마음산책이 내놓은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어금니 깨물기》도 그중 하나다.
출판계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북 콘서트 등 ‘오프라인 행사’ 재개 무대로 실험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소설가 김영하, 은희경을 비롯해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 에세이집을 출간한 가수 장기하 등 국내 작가 167명이 연사로 나선다. 프랑스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에르베 르 텔리에 등 해외 작가 47명(12개국)도 마이크를 잡는다.
이들은 읽어볼 만한 책도 추천한다. 김영하는 샤를 페펭의 《만남이라는 모험》과 앤터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을 꼽았다. 은희경은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와 줄리안 반스의 《시대의 소음》, 김연수의 《일곱 해의 마지막》, 와야마 아먀의 《가라오케 가자!》 《여학교의 별》 등을 추천 도서 리스트에 올렸다.
조아란 민음사 마케팅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끝나면서 상당수 출판사가 오프라인 행사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며 “서울국제도서전을 시작으로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