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 CJ ENM 제공
영화 '브로커'. CJ ENM 제공
칸 국제영화제의 위상에 걸맞게 연기는 빛났지만, 연출은 빛이 바랬다. 영화 '브로커'는 배우 송강호에게 한국 배우 최초의 남우주연상을 안겨주며 국내외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점도 기대를 더욱 높인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매력도는 낮다. 느슨한 전개와 세련되지 못한 연출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브로커'는 한국 제작사 영화사 집이 만들고, CJ ENM이 투자·배급한 한국 영화다. 한국에선 오는 8일 개봉한다. 작품은 미혼모 소영(이지은 분)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놔두고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상현(송강호 분), 동수(강동원 분)는 아기를 훔쳐다 판매하는 불법 입양 브로커로 나온다.

영화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한 로드무비 형식을 띠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조화롭다. 한 캐릭터가 과하게 두드러지지 않고 균형감을 이룬다. 특히 '칸의 남자' 송강호는 다채로운 연기로 작품을 든든하게 떠받친다. 특유의 유쾌함으로 활력을 불어넣으면서도 아기를 바라보는 시선, 딸과의 대화 장면 등을 통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감정을 펼쳐 보인다.

그러나 정작 작품 자체의 힘이 부족하다. '어느 가족'으로 칸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까지 차지했던 고레에다 감독이 만든 영화지만, 그만의 개성 있는 연출이 녹아들지 못했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양한 영화적 언어로 매끄럽고 세련되게 담아내지 못하고, 직설적이고 문어체적인 대사로 처리한다. 영화에선 두 가지 사건이 결합되는데, 그 연결 또한 느슨하고 작위적이다. 결론에 이르러 상현과 동수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결과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같은 단점으로 인해 해외에서도 낮은 평점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브로커'에 평점 5점 만점에 2점을 주고 "근본적으로 어리석고, 지칠 정도로 얕다"라고 혹평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의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일 수 있다"라며 평점 2점을 줬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감독의 전작들이 다시 생각난다. '원더풀 라이프'와 같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각인될 질문, '걸어도 걸어도'가 선사한 섬세하고도 묵직한 감동, '아무도 모른다'에 담겼던 강렬하고 서늘한 메시지가 그립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