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가입과 대(對)중국 대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종윤 < 한국외대 명예교수·前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발족을 계기로 세계는 사실상 하나의 시장권이 돼 각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해 통상활동을 전개해왔다. 그런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자유시장질서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미국 트럼프 정권 출범을 신호탄으로 미·중 무역 충돌이 본격화했고, 2020년 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더이상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유지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자유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또 하나의 중요 사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쟁 발발로 인해 국제통상 활동 과정에 ‘안보’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국가 간 안보가 확립되지 않으면 정상적 통상활동이 발생하지 않거나 극도로 억제된 형태의 통상이 이뤄지게 됐다.
이번 미국 바이든 정권이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정권에서는 전통적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을 펼쳐왔다. 만약 그러한 정책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우리가 중국에 굴종적 자세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 정상적 통상 활동이 어려워짐은 물론이요,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에서 보는 것처럼 안보 면에서도 중대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면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해 IPEF에 가입하기로 것은 확고한 안보라는 토대 위에서 통상활동을 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IPEF에 가입하게 된 이상, 새로이 구축할 서플라이 체인도 IPEF 참가국들을 기본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다. 먼저 오랜 기간 긴밀한 경제협력을 유지해 온 미국과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전기자동차, 청정에너지, 디지털, 원전, 방산, 핵심 광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술과 공급망의 협력을 통해 경제안보동맹으로 확장될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협력 기반 위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의 대학, 연구소 및 기업의 연구개발(R&D) 과정에 한국의 연구인력 및 기술자 등이 대규모 참가하게 함으로써 한국 기술 인력의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미간 산업 및 기술 협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 산업을 외부경제로 활용해 발전해 왔으므로 한국 기업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의 현실적 서플라이 체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한일 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기존의 한일 서플라이 체인도 상당히 훼손됐다. 양국 기업에게 큰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빠른 정상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일 양국은 그간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생산기술을 동질화시켜왔기 때문에 한일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려 하면 적지 않은 영역에 걸쳐 윈윈(win-win)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 외의 분야에서 빚는 충돌이 경제나 기술 영역에까지 파급력을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관건으로 생각된다.
태국·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참가국들과는 지금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IPEF 참가를 계기로 협력을 한층 심화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대외지향적 성장을 추구하는 한국경제로서는 아세안이라는 안정적 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이들 국가의 저임금을 활용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에 대한 ‘우회 수출’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호주와는 자원 수입을 중심으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거대한 시장을 보유한 인도와도 풍부하고 양질의 저임금 노동력 활용 중심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만큼, IPEF 출범을 계기로 이러한 관계를 한층 심화시키는 계기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IPEF 출범은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가 내포돼 있다. 한국의 IPEF 가입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중국에게 경제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치밀한 대응책이 요망된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에 대한 몇 가지 대응책을 제시해보겠다.
첫째, 지난번 요소수 수입의 경우와 같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입품을 철저히 점검하고 그 상품의 실태 파악과 사전 대책을 면밀히 강구해둬야 한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여의치 않아져도 사전에 확보해 둔 대체 수입처로부터 신속히 수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일 간 공고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적지 않은 품목이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한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이나 일본 기업에 경제적 보복을 가할 경우 한·일 기업이 힘을 합쳐 중국 기업의 취약부문을 공략하면 오히려 그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셋째, 한일 기업이 힘을 합쳐 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의 기업경쟁력을 높여 미국, EU 등 제3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게 된다면 중국으로선 쉽게 한일 기업에 보복행위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한일 기업에 보복행위를 할 경우 한일 기업은 중국 기업이 아닌 동남아 기업과의 협력강화를 통해 그들의 대외 진출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오랫동안 중립을 유지해 오던 스웨덴과 핀란드마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가입을 서두르는 등 세계 각국은 확고한 안보적 기반 위에서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고 통상활동을 전개하려 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IPEF에 가입하게 된 것도 그러한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이 IPEF에 가입했다고 해도 중국은 여전히 한국에게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중요 국가라는 점에서 한중 통상관계가 큰 변화가 없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간의 한중 통상관계를 뒤돌아보면, 한국의 IPEF 가입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면밀한 대비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번 미국 바이든 정권이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정권에서는 전통적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을 펼쳐왔다. 만약 그러한 정책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우리가 중국에 굴종적 자세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 정상적 통상 활동이 어려워짐은 물론이요,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에서 보는 것처럼 안보 면에서도 중대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면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해 IPEF에 가입하기로 것은 확고한 안보라는 토대 위에서 통상활동을 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IPEF에 가입하게 된 이상, 새로이 구축할 서플라이 체인도 IPEF 참가국들을 기본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다. 먼저 오랜 기간 긴밀한 경제협력을 유지해 온 미국과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전기자동차, 청정에너지, 디지털, 원전, 방산, 핵심 광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술과 공급망의 협력을 통해 경제안보동맹으로 확장될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협력 기반 위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의 대학, 연구소 및 기업의 연구개발(R&D) 과정에 한국의 연구인력 및 기술자 등이 대규모 참가하게 함으로써 한국 기술 인력의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미간 산업 및 기술 협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 산업을 외부경제로 활용해 발전해 왔으므로 한국 기업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의 현실적 서플라이 체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한일 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기존의 한일 서플라이 체인도 상당히 훼손됐다. 양국 기업에게 큰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빠른 정상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일 양국은 그간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생산기술을 동질화시켜왔기 때문에 한일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려 하면 적지 않은 영역에 걸쳐 윈윈(win-win)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 외의 분야에서 빚는 충돌이 경제나 기술 영역에까지 파급력을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관건으로 생각된다.
태국·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참가국들과는 지금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IPEF 참가를 계기로 협력을 한층 심화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대외지향적 성장을 추구하는 한국경제로서는 아세안이라는 안정적 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이들 국가의 저임금을 활용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에 대한 ‘우회 수출’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호주와는 자원 수입을 중심으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거대한 시장을 보유한 인도와도 풍부하고 양질의 저임금 노동력 활용 중심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만큼, IPEF 출범을 계기로 이러한 관계를 한층 심화시키는 계기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IPEF 출범은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가 내포돼 있다. 한국의 IPEF 가입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중국에게 경제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치밀한 대응책이 요망된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에 대한 몇 가지 대응책을 제시해보겠다.
첫째, 지난번 요소수 수입의 경우와 같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입품을 철저히 점검하고 그 상품의 실태 파악과 사전 대책을 면밀히 강구해둬야 한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여의치 않아져도 사전에 확보해 둔 대체 수입처로부터 신속히 수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일 간 공고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적지 않은 품목이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한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이나 일본 기업에 경제적 보복을 가할 경우 한·일 기업이 힘을 합쳐 중국 기업의 취약부문을 공략하면 오히려 그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셋째, 한일 기업이 힘을 합쳐 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의 기업경쟁력을 높여 미국, EU 등 제3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게 된다면 중국으로선 쉽게 한일 기업에 보복행위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한일 기업에 보복행위를 할 경우 한일 기업은 중국 기업이 아닌 동남아 기업과의 협력강화를 통해 그들의 대외 진출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오랫동안 중립을 유지해 오던 스웨덴과 핀란드마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가입을 서두르는 등 세계 각국은 확고한 안보적 기반 위에서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고 통상활동을 전개하려 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IPEF에 가입하게 된 것도 그러한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이 IPEF에 가입했다고 해도 중국은 여전히 한국에게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중요 국가라는 점에서 한중 통상관계가 큰 변화가 없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간의 한중 통상관계를 뒤돌아보면, 한국의 IPEF 가입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면밀한 대비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