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세훈 60%' 성동구서 당선된 민주당 구청장 "주민 문자 400개 일일이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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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청장 '3선' 정원오
정치권 '화제의 인물' 부상
오세훈 60% 몰표 나왔지만
구청장은 민주당 정원오 선택
"주민 '효능감'이 성패 좌우"
정치권 '화제의 인물' 부상
오세훈 60% 몰표 나왔지만
구청장은 민주당 정원오 선택
"주민 '효능감'이 성패 좌우"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6·1 지방선거 직후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서울에 몰아닥친 ‘오세훈 돌풍’ 속에서도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구청장 3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성동구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60.9%를 몰아준 곳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정원오가 대체 누구냐” “비결이 뭐냐” 등 반응이 나왔다.
정 구청장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성동 주민들이 지난 8년간 성동구청 행정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성동구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불리며 서울에서도 집값 상승률이 높은 신흥 부촌이란 점도 민주당 후보에게는 부담스러운 요인이었다. 최근 선거에서는 집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오 후보의 성동구 득표율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74.4%) 서초구(72.3%) 용산구(64.9%) 송파구(64.7%)에 이어 5번째로 높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성동구에서 53.2%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42.3%)와 격차를 10%포인트 벌렸다.
그럼에도 성동구민 중 상당수는 ‘서울시장 오세훈, 성동구청장 정원오’라는 일종의 교차투표를 했다. 시장과 구청장을 모두 같은 당으로 찍는 ‘줄투표’를 택한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정 구청장은 “사실 교차투표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도 경험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던 정 구청장은 69.5%를 득표했다. 당선된 서울 구청장 25명 중 득표율 1위였다.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전 시장은 성동구에서 54%를 얻는데 그쳤다. 같은 당 후보인데도 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 득표율 격차가 15%포인트 넘게 벌어진 것이다.
정 구청장은 “그때 내가 일을 잘하면 얼마든지 줄투표에서 벗어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겠다고 느꼈다”며 “결국 지방정부는 중앙정치가 아닌 주민의 ‘효능감’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정 구청장은 ‘지방정부’와 ‘주민 만족’을 강조했다. 그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차원의 이념이나 거대담론 논의에서 벗어나 있다”며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밀착형 행정으로도 충분히 주민을 만족시키고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모든 주민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누구든 문자로 제게 민원을 넣으면 늦어도 이틀 안에 답을 다 해드린다”며 “많을 때는 문자가 하루 400통 가까이 오기도 한다”고 했다.
주민들로부터 직접 문자를 받다 보면 현재 구정 현안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게 정 구청장 설명이다. 그는 “주민들이 오죽 답답하고 궁금하면 구청장에게 직접 문자를 보냈겠느냐”며 “답장을 위해 해당 부서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현안을 체크해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성동구는 ‘마스크 대란’ 당시 가장 먼저 구민들을 대상으로 마스크 지급을 시작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맨 먼저 백신접종센터를 유치했다. 정 구청장의 주요 생활밀착형 정책인 버스정류장 ‘스마트 쉼터’, 횡단보도 그늘막 설치 및 스트시스템 등도 구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민주당에서는 정 구청장을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성남시장에서 출발해 경기지사를 거쳐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이재명 상임고문처럼 중앙정치에서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정 구청장은 앞으로 4년 임기를 마치면 ‘3연임 제한’에 걸려 더 이상 구청장에 출마할 수 없다.
정 구청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제가 몸담은 성동구 주민들이 정말 ‘우리 동네 살기좋다’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했다. 다만 “지금까지 중앙정치 무대에 관심을 표명한 적 없지만 앞으로 그런 상황에 내몰릴 순 있을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 구청장은 1968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양천구청장 비서실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0~2008년 임종석 국회의원 보좌관, 2010년 민주당 부대변인을 거쳐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성동구청장에 처음 당선됐다.
구청장 재직 시절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왕십리역 신설 확정, 삼표레미콘 공장 철거와 문화관광타운 조성 등 정책을 추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성동구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60.9%를 몰아준 곳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정원오가 대체 누구냐” “비결이 뭐냐” 등 반응이 나왔다.
정 구청장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성동 주민들이 지난 8년간 성동구청 행정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성동구에선 '줄투표' 대신 '교차투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 구청장은 57.6%를 얻어 42.4%에 그친 강맹훈 국민의힘 후보를 꺾었다. 구청장에 당선된 8명의 민주당 후보들 중에서 득표율이 가장 높다. 정 구청장의 이번 3선 도전은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지난 20대 대선으로부터 불과 85일 만에 치러졌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 기준으로는 23일 만이다. 정권에 대한 ‘견제론’ 보단 ‘안정론’에 무게가 실린 점은 야당 소속인 정 구청장에는 분명 악재였다.성동구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불리며 서울에서도 집값 상승률이 높은 신흥 부촌이란 점도 민주당 후보에게는 부담스러운 요인이었다. 최근 선거에서는 집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오 후보의 성동구 득표율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74.4%) 서초구(72.3%) 용산구(64.9%) 송파구(64.7%)에 이어 5번째로 높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성동구에서 53.2%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42.3%)와 격차를 10%포인트 벌렸다.
그럼에도 성동구민 중 상당수는 ‘서울시장 오세훈, 성동구청장 정원오’라는 일종의 교차투표를 했다. 시장과 구청장을 모두 같은 당으로 찍는 ‘줄투표’를 택한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정 구청장은 “사실 교차투표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도 경험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던 정 구청장은 69.5%를 득표했다. 당선된 서울 구청장 25명 중 득표율 1위였다.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전 시장은 성동구에서 54%를 얻는데 그쳤다. 같은 당 후보인데도 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 득표율 격차가 15%포인트 넘게 벌어진 것이다.
정 구청장은 “그때 내가 일을 잘하면 얼마든지 줄투표에서 벗어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겠다고 느꼈다”며 “결국 지방정부는 중앙정치가 아닌 주민의 ‘효능감’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정 구청장은 ‘지방정부’와 ‘주민 만족’을 강조했다. 그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차원의 이념이나 거대담론 논의에서 벗어나 있다”며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밀착형 행정으로도 충분히 주민을 만족시키고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모든 주민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누구든 문자로 제게 민원을 넣으면 늦어도 이틀 안에 답을 다 해드린다”며 “많을 때는 문자가 하루 400통 가까이 오기도 한다”고 했다.
주민들로부터 직접 문자를 받다 보면 현재 구정 현안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게 정 구청장 설명이다. 그는 “주민들이 오죽 답답하고 궁금하면 구청장에게 직접 문자를 보냈겠느냐”며 “답장을 위해 해당 부서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현안을 체크해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제2의 이재명' 될 것" 기대도
코로나19 유행으로 주민들이 지방정부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 점도 이번 선거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정 구청장은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구청마다 대응 방식이나 속도가 다르다는 걸 주민들이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성동구는 ‘마스크 대란’ 당시 가장 먼저 구민들을 대상으로 마스크 지급을 시작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맨 먼저 백신접종센터를 유치했다. 정 구청장의 주요 생활밀착형 정책인 버스정류장 ‘스마트 쉼터’, 횡단보도 그늘막 설치 및 스트시스템 등도 구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민주당에서는 정 구청장을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성남시장에서 출발해 경기지사를 거쳐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이재명 상임고문처럼 중앙정치에서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정 구청장은 앞으로 4년 임기를 마치면 ‘3연임 제한’에 걸려 더 이상 구청장에 출마할 수 없다.
정 구청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제가 몸담은 성동구 주민들이 정말 ‘우리 동네 살기좋다’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했다. 다만 “지금까지 중앙정치 무대에 관심을 표명한 적 없지만 앞으로 그런 상황에 내몰릴 순 있을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 구청장은 1968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양천구청장 비서실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0~2008년 임종석 국회의원 보좌관, 2010년 민주당 부대변인을 거쳐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성동구청장에 처음 당선됐다.
구청장 재직 시절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왕십리역 신설 확정, 삼표레미콘 공장 철거와 문화관광타운 조성 등 정책을 추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