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정권교체 이어 지방 권력도 4년 만에 전면교체
정부·여당, 국정동력 강화…민주, 선거패배 책임 내홍·당권싸움 가열

'대선 연장전'이라 불려온 6·1 지방선거는 5년 만의 정권교체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전국의 정치 지도가 전북·전남·광주와 제주 등을 빼고는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민주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기준 '14대 3'(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된 제주도 포함)의 성적을 거두며 압승한 지 불과 4년 만에 지방 권력이 전면 교체된 것이다.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석권했던 4년 전 선거 때에 이어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는 지난달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집권 초반 힘을 실어주려는 여론과 함께, 5년 만의 정권교체에도 선거 직전까지 내부 갈등상을 노출해 온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심의 무게추가 견제론 보다는 안정론을 택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야당 '텃밭'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광역단체장을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집권 초반 국정 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회초리는 야권의 쇄신과 개혁을 재촉하면서 민주당 내 당권 투쟁을 한층 더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6·1 지방선거] 전국지도 '빨간색'으로…'尹정부 안정론' 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9일 대선에 이어 84일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까지 압승하면서 중앙에 이어 지방까지 '완전한 권력 교체'를 이루게 됐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하다시피 했던 보수 정당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대형 선거에서 내리 4연패를 당했던 것을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 행진'으로 끊어냈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이 윤석열 정권 출범 초기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서 여당이 들고나온 '안정론'에 손을 들어준 결과로 풀이된다.

거꾸로 말하면 아직 출범 한 달도 안 된 새 정부에 대해서 민주당이 꺼내든 '견제론'이 통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강행,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 및 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 처리 지연 등의 과정에서 보여준 의석수 167석의 '거야' 민주당의 행보가 독주 내지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히면서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역대 최단기간에 치러진 선거다.

새 정권에 대한 '허니문' 기간이었던 만큼, 기본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지형이 형성돼 있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른바 윤 대통령 취임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여권에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3주 동안 청와대 개방 및 한미정상회담 개최, 여권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총출동 등의 '빅 이벤트'로 정국 이슈를 주도해왔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내각·참모 인선 등과 관련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아직 정권 심판 등을 말하기엔 이른 시기라는 시선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늘어난 반면 부정 평가가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이 여권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기간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과 10%포인트가 넘는 격차를 유지하며 고공행진을 했다.

[6·1 지방선거] 전국지도 '빨간색'으로…'尹정부 안정론' 택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의혹 등 돌발 악재가 터져 나왔고, 선거 막판 윤호중·박지현 공동선대위원장의 내부 갈등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내내 고전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해 최소한의 균형은 맞춰 달라며 '읍소' 전략을 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국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새 정부 국정과제 추진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에서 역대 최소 격차인 0.73%포인트로 신승한 한계를 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동력을 일정부분 확보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 민감한 쟁점이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지방선거 뒤로 미뤄뒀다.

이와 함께 노동개혁·연금개혁·교육개혁 등 야당과 충돌이 예상되는 국정 과제 추진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지방선거뿐 아니라 7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최소 5곳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석수가 109석에서 최소 114석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소야대의 불리한 국회 지형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지만, 새 정부 초반 국정 동력을 더 키워갈 단초는 마련하게 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장직 때문에 꽉 막혀 있던 '하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에서도 수적 열세를 딛고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여당이 여소야대 한계를 극복하고 국정 과제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거대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민주당을 향해 '협치'의 손짓을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6·1 지방선거] 전국지도 '빨간색'으로…'尹정부 안정론' 택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여권과 야권에서의 역학관계 변화도 예상된다.

우선 여당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구심점이 강화되고, 당정 관계에 있어서도 '단일대오'가 강하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준석 대표는 내년 6월까지 임기를 채우며 당 개혁 작업을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선거 후 재개될 당 윤리위 심사에서 '성 상납' 의혹 관련 징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경우는 선거 패배 책임론과 함께 윤호중·박지현호 비대위 체제가 해체되며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친문재인 진영과 친이재명 그룹, 86그룹 등이 당권을 놓고 '혈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초 8월 말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7월 말로 한 달가량 앞당겨 조기 전대를 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선거 패배로 다시 임시 비상대책위를 꾸린다 해도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어려울 거란 점에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