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공백·절차 반복 따른 인권침해 우려…전문가 "3자 협의체 꾸려야" 검찰 수사권 단계적 축소 등 형사사법 체계가 큰 변화를 맞고 있지만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수사기관간 세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현장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사 공백 및 불필요한 절차 반복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막으려면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간 실무 협의체를 서둘러 가동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판사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이 아닌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수사권만 있을 뿐 직접 기소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 기록을 넘겨 공소제기를 요구해야 한다.
문제는 피의자를 구속했을 때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경찰이 구속상태로 송치한 피의자나 직접 구속한 피의자는 최대 20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그런데 공수처법이나 관련 규정엔 공수처 검사와 검찰청 검사가 피의자를 며칠씩 구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넘기기 전 수사 과정에서 구속기간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지, 기소를 맡은 검찰청 검사와 어떤 방식으로 나눠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없는 상태다.
공소 제기 및 유지 과정에 대한 세부 절차 논의도 미진하다.
공수처와 검찰이 특정 피의자를 별개의 범죄 사실로 기소했을 경우 법원이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할 가능성이 있는데, 공판 진행 및 증거목록 작성 방식 등에 대해 공수처 검사와 검찰청 검사 사이에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실제 업무 처리 과정에서 공수처와 검찰 간 기록 '핑퐁'이 벌어지기도 한다.
앞서 공수처는 허위 보고서 작성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 사건을 마무리한 후 같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이첩했는데, 공판 진행에 대한 세부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검찰과 별도로 기소할 경우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을 피하려는 이유가 컸다.
공수처-검찰뿐 아니라 경찰과의 업무 논의도 절실해졌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따라 올해 9월부터는 경찰이 공직자 범죄 수사를 전담하게 되는데 경찰이 공수처에 관련 영장을 신청하는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세부 기준이 없다.
공수처 수사 대상 특성상 다른 수사기관의 자료 확보도 필요한 만큼 각 기관이 공유 가능한 수사 기록 범위도 정해야 한다.
이처럼 사건 처리 과정 곳곳에 보이는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검찰·경찰·공수처 간 '3자 협의체'를 조속히 꾸려 실무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공수처와 검찰이 협의하면서 견제하려면 사건에 대한 정보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며 "3자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도 참여연대가 발간한 '문재인 정부 5년 검찰보고서'에서 "인력, 조직이 부족한 공수처로서는 타 수사기관의 협조를 구해야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고, 송치 이전의 수사 결과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각 기관의 고위급이 포함된 가칭 '검·경·공 협의체'와 같은 기구에서 다양한 의제를 사전에 조율하고 구체적 사안에서 상호협력 창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