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9:8' 진보 가까스로 과반…보수정권 출범에 8년 진보대세론 꺾여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자사고 폐지 정책 등 변화 가능성
[6·1 지방선거] 막내리는 진보교육감 전성시대…교육정책 전환 예고(종합)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후보들이 약진하면서 8년간 이어진 '진보교육감 전성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데 이어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의 '독주'에 제동이 걸린 만큼 교육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1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세종·울산·광주·충남·전북·전남·인천·경남 등 9개 지역의 진보 성향 후보가 승리했다.

보수 성향 후보는 경기·부산·대구·대전·경북·강원·충북·제주 등 8개 지역을 석권했다.

진보 성향 후보들이 과반을 차지하긴 했지만 2014년에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에서, 2018년에는 14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승리해 '진보 교육감 대세론'이 일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특히 제주·충북·부산 등에서는 진보 교육감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살리지 못하고 패배했다.

경남에서도 진보 성향의 현직 교육감이 보수 후보와 막판까지 초접전을 펼친 끝에 신승했다.

지난 8년간 '혁신 교육'으로 대표돼 온 진보 교육감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실망감이 커진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보수 후보들은 정권 교체 분위기에 더해 후보 단일화 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시도 교육감은 연간 80조원 예산(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2만여 개 학교의 운영과 학생 590만명의 교육, 교원 50만명의 인사를 책임지는 자리다.

교육 분야는 진영에 따라 정책 방향이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는 분야인 만큼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 정책 변화도 사실상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대선 후 3개월 만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가 과반을 차지하기는 했으나 대세를 이루지는 못하면서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한 혁신 교육은 동력을 상당 부분 잃게 됐다.

더구나 이번 교육감 선거가 보수 후보들이 모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아웃(OUT)'과 같은 슬로건을 내걸 만큼 뚜렷한 진보-보수 진영 대결로 치러졌고, 실제 보수 후보들이 선전했다는 점에서 정책 변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전국 곳곳에서 기초학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6·1 지방선거] 막내리는 진보교육감 전성시대…교육정책 전환 예고(종합)
보수 후보들은 진보 교육감 8년 체제로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됐다며 학업성취도 진단평가의 강화를 통해 기초학력을 신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만큼 경쟁 교육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진보교육감 12년 체제를 끝내게 된 보수 성향의 신경호 강원도교육감 당선인은 이날 당선 직후 소감에서 "심각한 학력 저하와 편향된 이념, 구성원 갈등으로 혼란에 빠진 강원교육을 바로 잡으라는 도민의 명령으로 이에 반드시 답하겠다"고 말했다.

충북에서 진보 성향의 현직 김병우 후보를 제친 윤건영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진보 교육감 체제에서 충북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됐다며 이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진보 후보들 역시 일제고사식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반대하더라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학습격차 및 학력 저하를 극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진보 교육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진보 교육감 13년을 실패로 규정하며 선거운동을 펼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당선 후 혁신학교에 대해 "혁신교육의 목적과 취지부터 구체적 프로그램까지 살펴보겠다"며 "정말 좋은 부분이 있다면 확산시킬 것이고 단순히 사업비를 집행하기 위한 정책들은 과감하게 손질할 것"이라고 밝혔다.

[6·1 지방선거] 막내리는 진보교육감 전성시대…교육정책 전환 예고(종합)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윤석열 정부와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진보 교육감들이 찬성해 온 고교학점제와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등을 통해 고교학점제는 보완해 추진하고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재검토할 방침을 세웠다.

3선에 성공한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 존치와 관련해 "교육부 장관이나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거쳐 결정하자고 제안하고 싶다"며 "만약 자사고 유지가 확정되면 (새 정부와) 대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진보 후보들은 17개 시도에서 과반을 차지하면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자리는 지킬 수 있게 됐다.

오는 7월 출범해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대입체제 개편과 2022 교육과정 개정 등 국가 교육 정책의 중대한 방향을 결정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21명 위원 중 한 자리가 시도교육감협의회 몫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