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최저 투표율, 3개월 전 대선 대비 절반·40% 이하 최초
단체장·지방의원 석권에도 반성 목소리…"반성 없는 민주당에 투표율로 회초리"
[6·1 지방선거] 광주 10명중 4명만 투표…압승에도 반성문 쓴 광주 민주당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인 광주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고도 웃지 못했다.

민주당은 단체장부터 지방의원까지 광주 지방 권력을 석권했지만, 역대급 최저 투표율과 무관심, 국민의힘의 유례없는 선전에 심상치 않은 텃밭 민심을 확인해야만 했다.

광주 시민들이 표를 몰아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터져 나왔다.

이번 선거 광주 투표율은 37.7%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 50.9%를 크게 밑돌았고 4년 전 지방선거 득표율 59.2%와 비교해서도 20% 포인트 이상 크게 떨어졌다.

불과 3개월 전 치러진 20대 대선의 투표율(81.5%)에서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당시 대선의 광주 투표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광주 시민들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84.82%의 몰표를 줬다.

역대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보더라도 광주 투표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지방선거 최저 투표율이 20년 전인 2002년 3회 42.3%였다.

특히 광주는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의 본산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역대 선거에서 진보 표심의 결집으로 인해 투표율이 전국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역대급으로 투표율이 낮아진 것에 민주당뿐만 아니라 광주 지역 사회가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이처럼 투표율이 크게 낮아진 이유는 대선 이후 곧바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관심도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 민주당 독점 구도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대선 패배 이후에도 '반성 없고, 달라지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꼽는 이들이 많다.

대선 패배에도 민주당의 쇄신 노력이 부족했고, 더욱이 광주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안일한 인식하에 변화 의지마저 보여주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공천 과정이 온갖 잡음과 논란으로 얼룩지면서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특히 민주당 공천을 주도한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세대 정치인들과 2년 전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국회에 입성한 지역 국회의원들이 어떠한 절박함도 없이 오직 2년 후 총선에 대비해 '자기 사람 심기'에만 혈안이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결국 민주당은 광주에서 압도적인 승리에도 불구하고 감사 인사 대신 반성문을 먼저 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민주당 광주 당선인들은 2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광주 시민들의 낮은 투표율의 의미를 매섭게 받아들이겠다"며 혁신 의지를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은 "첫 마음 그대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변화와 발전을 바라는 시민들의 뜻에 부응하도록 하겠다"며 "민주당도 간절한 마음으로 혁신하고 또 혁신해서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도 "광주 시민들께서 보내주신 투표율의 의미 또한 아프게, 매섭게 가슴에 새기겠다"며 "광주 시민들을 위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혁신하라는 말씀으로 알겠다"고 밝혔다.

광주와 전남이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며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를 지고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민주당 한 인사는 "광주 시민들이 민주당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정당에 투표하기는 싫으니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은 것 같다"며 "민주당 지지층은 투표하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외면받은 국민의힘에는 역대 가장 많은 표를 준 점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