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어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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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 재개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됐던 리오프닝 관련주들이 급락하고 있다. 현금이 바닥난 기업들이 주식 발행을 통해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주식 발행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2일 에어부산은 13.9% 급락한 1890원에 마감했다. 이날 200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점이 하락을 촉발했다. CJ CGV도 이날 2.35% 떨어졌다. CJ CGV는 지난달 31일 4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한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하나투어도 이달 134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티웨이항공이 12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하나투어와 티웨이항공은 리오프닝 기대감이 커졌던 4월초 대비 주가가 각각 25%, 17% 떨어졌다.

리오프닝 기업들은 코로나19 기간 수차례 증자를 통해 수천억원을 조달했다. 그럼에도 추가 수혈에 나선 것은 그만큼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1분기 말 기준 1431%로 작년 12월말 대비 2배 상승했다.

자금 조달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졌다. CJ CGV는 ‘닥터 스트레인지2’와 ‘범죄도시2’ 등 히트작이 개봉하며 실적이 회복하는 시점에 CB 발행을 결정했다. 항공주들도 해외 여행 수요가 살아나는 가운데 증자를 발표했다.

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킨다. 시가총액 1조1000억원의 CJ CGV가 4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는 것은, 지분가치가 36% 희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어부산의 증자 규모도 시가총액(약 4000억원)의 50%에 달한다.

증권업계는 실적 회복이 본격화되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조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항공주의 경우 국제유가 급등, 원·달러 환율 상승이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급등은 항공권 가격을 올려 여행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환율 상승은 유류비와 항공기 임대 비용을 증가시킨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카지노와 엔터주 등 다른 리오프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CJ CGV는 CB가 회사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됐다는 점에서 항공주와는 상황이 다르다. 통상 CB의 만기는 3~4년이지만 이번 CJ CGV의 사채는 만기 30년(이자율 연 1%)에 발행됐다. 다만 주가는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으로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박스권 하단을 CB 전환가격 근처인 2만7000원, 상단을 콜옵션 부근인 3만500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