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로 인산인해…"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 왔어요"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

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 엑스포 개막식에서 학생들이 레고랜드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새벽 6시 반부터 학생 40명과 함께 제주공항에 모여서 비행기 타고 왔습니다. 제주도 같은 지방에서는 이런 대규모 채용 박람회가 없다보니,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일부러 먼길을 올라왔어요”(제주중앙고 교사 엄대석 씨)

2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에는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려들었다. 행사 첫날 참석자만 2만여명에 달해 오전 9시에는 입장 대기줄이 100m 이상 길게 늘어섰다. 교복 차림의 ‘고졸 인재’들과 인솔 교사, 제대 후 취업을 위해 방문한 군복 차림의 현역 군인들로 행사장 입구가 금세 가득찼다.

○은행·전자·호텔...“자소서 써왔어요”

오전 8시부터 입장을 기다렸다는 최서연(18·서울관광고3) 양은 “은행 취업 현장상담을 받기 위해 행사시작 두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자기소개서도 열심히 써왔는데, 상담관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니 긴장된다”고 했다.

이지민(18·경복비즈니스고3) 양은 “요즘은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 잘 안되는데, 기업에선 어떤 역량을 갖춘 고졸자를 선발하는지 알고 싶다”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상세히 파악해 금융권 텔러로 취업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계획하는 진로에 맞춰 기업 부스를 찾았다. 박승아(18·평촌경영고3) 양은 “호텔리어 등 서비스직으로 일하고 싶은데, 오늘 해비치호텔, 제주신화월드 등 관련 기업 부스에 마침 차려져 상담을 받을 것”이라며 “스타벅스에서도 채용 상담을 받았는데, 바리스타 자격증이 없어도 내부 교육 프로그램만 충실히 이수하면 채용될 수 있다고 해 매력적”이라고 했다.

김성민(19·한국항만물류고3) 군은 “기계공학을 공부하는데, 앞으로 전자부품을 개발하고 싶다”며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 대기업을 둘러볼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2년 간의 ‘채용 가뭄’ 이후 치러진 대면 행사에 교사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일관광경영고 교사 지형준(58) 씨는 “코로나 때 채용하는 기업이 없다보니 취업이 워낙 힘들고, 아이들도 꿈을 이어가기 어려웠다”며 “올해 이렇게 다시 대면 행사가 치러지고 채용도 나아질 기미가 보여 다행”이라고 했다.

영락의료과학고 교사 정혜일(45)씨는 “학생들이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수업과 실습을 했는데, 이번 엑스포에서는 기업 채용 시스템을 대면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왔다”며 “바로 현장 채용이 안되더라도, 이곳에서 실제 면접과 채용하는 과정을 익히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취업맞춤특기병 500명 참석

먼 지방에서도 참석자가 몰렸다. 명인고 펫카페경영과 학생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경북 성주군에서 올라왔다. 학생들은 “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특성화고특별관에 부스로 참여했는데, 강아지가 있으면 우리 학교만의 펫카페경영과를 더 잘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데려왔다”고 했다.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군복 차림의 군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에는 500명 넘는 현역군인이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참석했다. 전역 후 국가에서 취업을 지원해주는 취업맞춤특기병 복무자들이다. 경기 파주 1군수 지원여단 소속의 육군 기대한(28) 씨는 “제대 전에 취업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왔다”며 “요식업에서 일하고 싶은데, 더테이스터블, 더레스토랑컴퍼니 등 요식업 기업들도 많이 참여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육군, 해군, 공군 등 특정직 공무원 상담관에는 남고생뿐 아니라 여고생들도 몰렸다. 오후 2시경 육군 부스는 상담을 기다리는 학생들 40여명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윤관기 육군 취업지원대외협력장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주 반응이 뜨거워서 기분이 좋다”며 “군 부사관은 고졸 이상의 학력이면 지원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이다보니 남녀할 것 없이 고졸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최예린/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