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낮 서울 명동 거리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에도 여전히 한산한 모습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생산·소비·투자가 26개월 만에 동시에 꺾였다.  김범준 기자
31일 낮 서울 명동 거리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에도 여전히 한산한 모습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생산·소비·투자가 26개월 만에 동시에 꺾였다. 김범준 기자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까지 치솟았다. 2008년 8월 5.6%를 기록한 이후 13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3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월 0.9%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올라 작년 10월(3.2%) 3%대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 3월(4.1%)과 4월(4.8%)에 4%대로 치솟았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려 있던 소비 수요가 회복하면서 기름값과 각종 먹거리, 외식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올랐다.

특히 5%대 물가 상승률은 기름 등 공업제품, 외식 등 개인서비스가 견인했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8.3% 올라 2008년 10월(9.1%)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5월 물가 상승률 중 절반인 2.86%포인트를 공업제품이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LPG(26.0%)가 모두 오르면서 석유류는 34.8% 상승했다.

이 중 경유는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을 비롯한 가공식품도 7.6%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4%)과 외식 외(3.5%)가 모두 올라 5.1% 상승했다.

2008년 12월(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5월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1.57%포인트였다.

외식 중에는 갈비탕(12.2%), 생선회(10.7%), 치킨(10.9%)이 많이 올랐다.

외식 외에는 보험서비스료(14.8%), 공동주택관리비(4.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외에 다른 품목도 줄줄이 올랐다.

특히 전기·가스·수도가 9.6% 올랐는데 이는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전기요금은 지난 4월 인상이 반영돼 11.0% 올랐고, 도시가스 요금 역시 4월과 5월 연달아 인상돼 11.0% 상승했다.

상수도료도 3.5%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축산물(12.1%)을 중심으로 4.2% 오르며 전월(1.9%)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른 영향으로 축산물 중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국산 쇠고기(2.7%) 가격이 뛰었다.

농산물 중에는 감자(32.1%), 배추(24.0%) 상승률이 높았다.

집세는 2.0%, 공공서비스는 0.7% 각각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1%로 2009년 4월(4.2%) 이후 최고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 등 오름폭도 확대됐다"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 심의관은 "6월 물가는 전월비 상승률이 -0.4% 이상이 되지 않는 한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4.3%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